가계대출 폭등에 금감원 15일부터 현장점검…하나·KB 잇따라 주담대 금리 인상

윤지원·김지혜 기자 2024. 7. 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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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5조4000억원 증가한 가계대출
당국, 은행권 소집…KB 등 잇따라 주담대 금리 높여
시장에선 “금리 올라도 주택거래 못막아”

심상치않은 가계대출 증가세로 금융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은행권 간담회를 소집해 대출 통제에 나선데 이어, 오는 15일부터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은행들도 이달 들어 잇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며 당국 방침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만기 물량이 몰리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가계부채 급증세가 잡힐지는 미지수다.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시장 활성화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당국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날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를 열고 오는 15일부터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실태 점검을 위한 서면·현장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스트레스DSR 규제 이행 적정성, 가계대출 경영 목표 관리 실태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지난 5월 가계부채는 한달 새 5조4000억원 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5%(2023년 기준)로 2년 연속 하락했지만, 현재 증가 속도를 보면 연말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 공급,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하락, 수도권 아파트 중심 주택 거래량 증가 등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 2~3월 하락세를 이어오던 가계대출이 급등한 것은 디딤돌·버팀목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5월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액이 6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은행권에서 늘어난 전체 주담대 10조2000억원의 65%가량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금리 인하도 가계대출에 불을 지폈다. 은행권 가계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2월 4.16%에서 올 3월 3.94%, 6월 셋째주 3.67%까지 내려왔다. 일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은 2%대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2%대 주담대 금리는 일종의 역마진 상품으로, 주담대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3.4%)보다 싼 값으로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역마진이라도 장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금리로 5년 동안 고정적으로 이자를 수취하면 장기적으론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고삐를 죄면서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잇따라 올라갈 전망이다. 당장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인상했고,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가계 주담대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0%포인트 축소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필요시 금리나 한도 등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금리가 소폭 오르더라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힐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아파트 중심 주택 거래량이 변수로 남아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계약갱신청구권 4년 만기 도래 시점이 올 하반기 몰려 수도권은 전세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공사비 이슈에 따른 아파트 공급 불안 심리가 더해져 올 하반기까지 주택 거래는 금리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국은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DSR 규제 시행을 두 달 연기했다.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시장 활성화를 놓고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자금을 풀어놓고 갑자기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겠다고 나서는 건 정부의 정책 의도가 무엇인지 시장에 혼란만 준다”며 “시중금리를 올리더라도 수도권 시장은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낮고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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