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천연기념물 된 9이닝 완봉승, 평택 청담고 강병현이 해냈다

목동/강호철 기자 2024. 7. 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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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 투구수 105개 딱 채우면서 4피안타 2사사구로 4대0 승리 이끌어
한경기 투구 수가 105개로 제한된 고교야구에서 보기 드문 9이닝 완봉승을 엮어낸 청담고 졸업반 사이드암 투수 강병현. 그는 "공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에 자신이 있다"며 "팀의 일차목표인 8강 진출을 반드시 이뤄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 강호철 기자

고교야구에서 이제는 ‘희귀 기록’이 된 9이닝 완봉승이 나왔다.

기록의 주인공은 평택 청담고 3학년 우완 사이드암 투수 강병현. 그는 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첫날 1회전에서 부산의 전통적인 강호 개성고를 상대로 9이닝 4피안타 2사사구 완봉 역투를 펼치면서 4대0 승리를 엮어냈다.

1회 1사2루, 3회 2사2루 두 차례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지만 맞춰 잡는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쉽게 요리했다. 고교야구는 2018년부터 투수 어깨 보호를 위해 한 경기 제한 투구 수를 130개에서 105개로 더 줄였다. 그만큼 완봉승을 엮어내기 더 힘들게 됐다. 강병현의 9이닝 완봉승은 지난 2022년 10월 전국체전 이후 약 1년 8개월여만이다. 당시 광주일고 이준혁이 마산고를 상대로 98개의 공을 던지면서 5피안타 5탈삼진 무사사구 완봉 호투로 팀의 5대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강병현은 이날 최고 구속이 134㎞에 불과했다. 하지만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에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찔러대는 정교한 제구로 개성 타자들을 침묵시켰다. 8회까지 그가 던진 공은 92개. 마무리가 쉽지는 않았다. 9회말 개성 첫 타자 박승주에게 던진 초구가 중전안타가 됐다. 이어 2,3번 타자를 범타로 처리해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겼을 때 투구 수가 102개. 단 3개의 공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개성 4번 타자 여지환을 상대로 던진 초구가 원바운드 볼이 됐고, 두 번째 공은 파울이 됐다. 공 1개에 승부를 마무리 하지 못하면 무조건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할 상황. 강병현은 “안타를 맞든 안 맞든 정면승부를 걸어야 했는데 다행히 상대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했다. 개성 4번 타자 여지환이 때린 타구는 중간에 힘을 잃고 청담고 중견수 홍민규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다.

강병현은 “9회 마운드에 올랐을 때 완봉승을 의식하고 던졌다”며 “해내기 힘든 기록이라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병현은 2022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멤버다. 당시 2학년이었던 그는 대전고와의 8강전에서 9이닝동안 95개를 던지면서 1실점 완투승을 거뒀을 만큼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강병현은 지난해엔 팔꿈치 수술을 받아 아예 일년을 쉬었다. 같은 나이 선수들이 올해 처음 프로 무대를 밟은 상태지만, 자신의 투구 스타일처럼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기량을 쌓아 프로 무대에 서겠다는 생각이다.

강병현의 롤 모델은 KT위즈 사이드암 에이스 고영표. “투구 폼은 자신과 다르지만, 공의 움직임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좋은지 알고 싶다”고 했다. 강병현은 상대적으로 느린 직구 스피드에 대해선 “남들처럼 사설 아카데미에서 스피드를 끌어올리면 부상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고 들었다”며 “경기운영 능력과 제구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는데 주력할 생각이고, 직구 스피드는 프로에 가서 끌어올려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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