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오프라인으로 돌파구…2030 잡았다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4. 7. 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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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테·W컨셉·무신사 오프라인 흥행
90% 할인 및 신진브랜드 소개 행사
패션 플랫폼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지난달 28일 서울 신사동 젠테 본사에서 진행된 패밀리세일 현장. [사진=김금이 기자]
지난달 28일 저녁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명품 플랫폼 젠테의 오프라인 매장 앞에는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긴 줄을 늘어섰다. 이날 젠테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세시간 동안 미우미우,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셀린느, 더로우 등 명품 브랜드의 인기제품을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패밀리 세일’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 시작 40여분 전부터 2030 젊은층을 중심으로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7시 입장 시작과 동시에 매장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서며 각자 미리 눈여겨둔 상품을 집어가기 시작했다.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 미니백 대부분이 소진됐고 제품 2~5개씩 집어든 고객들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서며 북새통을 이뤘다.

젠테에 따르면 이날 패밀리 세일은 3시간만에 억대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세일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날 오픈런으로 가방 구매에 성공한 김 모씨(29)는 “젠테는 온라인에서만 눈여겨보는 플랫폼이었는데 처음 오프라인 할인 행사를 찾아 실물로 제품을 보고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명품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브랜드 등을 발굴해 판매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도 오프라인 행사에 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규모가 큰 오프라인 시장에 적극 진출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으로 신규 고객 모아
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은 쇼핑 단가가 낮아지는 여름철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와 할인 행사 등으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신세계 계열 패션 플랫폼인 W컨셉은 지난달 오프라인 매장에서 ‘스윔웨어 팝업’을 진행해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W컨셉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대구점, 센텀시티점 내 매장을 운영 중이다.

W컨셉은 입점 브랜드 중 주요 브랜드를 선별해 오프라인 매장에 소개하는데, 이렇게 백화점에 소개된 브랜드들의 매출이 올해 평균 5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야쥬, 르메메, 리엘, 에르베 등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주로 입점돼있다. 단일 브랜드로는 규모가 작아 백화점 입점이 어렵지만, W컨셉에서 떠오르는 브랜드로 소개되면서 추가 오프라인 매출을 확보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W컨셉은 최근 29CM,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여성 타깃 온라인 패션 플랫폼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1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5% 감소한 12억원에 그쳤다. 신규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 인기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W컨셉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온라인에서 적립한 포인트를 오프라인에서 사용하거나, 오프라인에서 적립해서 사용할 수도 있도록 통합 시스템을 도입해 반응이 좋았다”며 “온라인와 오프라인 매장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브랜드 홍보 효과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컨셉 스윔웨어 팝업
무신사 스탠다드·29CM 오프라인 공략 가속화
패션앱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무신사도 오프라인 전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무신사는 상반기 최대 규모 할인 행사인 ‘2024 무진장 여름 블랙프라이데이’가 오프라인에서도 흥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8일간 무신사 스토어 홍대 누적 판매액은 직전 달인 5월 평균 판매액보다 53% 이상 신장했다.

무신사는 국내 패션앱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일회성 비용 등으로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40% 감소한 371억원에 그쳤다. 창업주 조만호 의장이 지난 3월 3년 만에 총괄대표로 복귀한 이후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가운데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 성장세가 빨라 주목된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3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지난해 11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오픈 당시 “오프라인에서 경험하고 소비하려는 고객이 많은 만큼 해당 영역에서 밸류(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업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은 옷을 직접 만져보고 피팅룸에서 착용하거나 전체적인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어 온라인 채널보다 고객을 모으기 용이한 것이 장점이다.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패션 시장 규모가 더 큰 만큼 온라인 태생 패션 플랫폼들도 점차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무신사의 여성 플랫폼 29CM도 오프라인 스토어 ‘이구갤러리’의 방문객이 늘어나며 중소 의류 브랜드를 알리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더현대 서울과 대구에 위치한 이구갤러리의 올해 1~5월 누적 방문객은 60만명으로, 오픈 시점(2022년 8월~12월) 대비 약 70% 늘어났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알려지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백화점 입점 여성 패션 대비 가격대가 낮고 디자인 폭이 다양해 젊은 고객이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이다.

이구갤러리는 지난해 인기를 얻은 700개 이상의 신진 브랜드를 조명하는 ‘수요입점회’ 행사로 올 초 주목받기도 했다. ‘포 유어 아이즈 온리’, ‘아쎄르’, ‘마뛰뷔’ 등이 29CM에서 사랑받은 브랜드를 이구갤러리에 선보이며 오프라인에서도 신규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 [사진=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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