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지금 尹에겐 함부로 격노할 수 없는 ‘불편한 참모’가 필요”

구민주 기자 2024. 7. 3. 15: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평 변호사 “훌륭한 지도자 곁엔 늘 쓴소리꾼 있어”
“잦은 尹 격노설 부적절…대통령은 감정 쉽게 드러내선 안 돼”
“한동훈 행보는 ‘궁정 쿠데타’…당권 잡으면 당정관계 최악”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역사적으로 훌륭한 지도자 곁엔 늘 쓴소리하는 참모가 있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겐 그런 존재가 없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지금 대통령에겐 '불편한 참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대통령 주변엔 '삼키기 힘든 쓴 약'을 선뜻 건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못하단 지적이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저마다 '레드팀(red team)' '수평적 당정관계'를 내세우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신 변호사는 2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불편한 참모'의 부재를 지적하며 "그러니 지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같은 대통령의 엄청난 '판단 미스'가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격노설'이 반복 노출되는 데 대해서도 "대통령이 함부로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신 변호사는 '당정관계'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선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게 최우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궁중 쿠데타'를 벌이고 '대통령 견제'를 앞세우고 있는 한동훈 후보가 이기면 당정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의 '멘토'라는 호칭이 자주 붙는다. 동의하나.

"지난 대선 기간에 수시로 대통령과 연락하며 조언을 드리긴 했지만 '멘토'는 결코 아니다. 대통령 취임 후 오히려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 제가 쓴 글에 대한 대통령 내외의 평가를 대선 캠프에 있었던 주변 분들이 종종 간접적으로 전달해주는 정도다. 사적인 끈을 이용해 계속해서 소통을 하는 건 '비선'이지 않나. 그리고 일부에선 제가 윤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옹호만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도 않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적도 상당했다."

언제 갈등이 있었는지 한 가지만 이야기해 준다면.

"이태원 참사 이후였다. 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고 혹독하게 비판하는 글도 썼다. 그랬더니 '제발 그런 소리 말라'는 말이 들려오더라. 저는 윤 대통령의 인격이나 양심, 선의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대통령 내외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잘못한 것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 윤 대통령 주변에 그런 직언을 해주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보나.

"윤 대통령 주변엔 쓴소리도 좀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더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훌륭했던 왕이나 지도자 곁엔 빠짐없이 쓴소리하는 참모들이 있었다.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가 아주 단적인 예다. 시답지 않은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서 '엑스포 성공할 것 같다'는 말만 하니까 대통령이 결국 엄청난 판단 미스를 범했다. 그 사태가 지금 윤석열 정부의 위기를 만든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 아닌가."

'윤 대통령이 참모들 앞에서 격노했다'는 보도들도 자주 노출된다. 어떻게 보나.

"계속 얘기가 나오는 걸로 봤을 때 격노를 좀 하긴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잘못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그렇게 함부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 만일 대통령 곁에 불편하고 버거운 참모들이 있었다면 그렇게 격노를 하겠나. 그런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78차 유엔 총회 참석과 세계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23일 성남 서울공항에 공군 1호기편으로 귀국, 다음 국내 행사로 곧바로 출발하기 전 함께 귀국한 김건희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 기세가 심상치 않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 수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숫자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속 좁은 정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윤 대통령도 남은 임기동안 더욱 국민의 지지를 받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분이 대통령이 될 때 정말 역사적 사명을 갖고 우리 사회 전반을 제대로 개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잘못된 사회 구조를 확 뜯어고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지난 2년은 좀 아쉬웠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금 정부를 흔드는 가장 큰 두 가지로 '채상병 사건'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꼽힌다. 어떻게 돌파해야 한다고 보나.

"채상병 사건은 안타까운 일인 것이 분명하지만 야당에서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여사에 대해선 대선 때부터 낭설이 많았고 공격이 심했다. 객관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와 비교해 김건희 여사 허물이 더 크다고 볼 수 없는데, 작은 잘못을 침소봉대하는 경향이 심하다. 이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대응은 해야겠지만 너무 매몰되지 않고 사회 개혁에 몰두해 비전을 보여주는 게 올바른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쟁이 한창이다. '당정관계'를 둘러싼 후보들 간 논쟁도 상당한데.

"그동안 윤 대통령이 여당 대표들과 매끄럽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당정관계가 흔들리면 아무것도 될 일이 없다. 국민의힘 당헌 제8조 2항엔 '당정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한다' '당은 대통령의 국정을 적극 뒷받침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앞세우고 당헌을 무시하고 있는 한동훈 후보가 승리하면 당정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 사이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멀어진 정도가 아니라 한 후보가 총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궁정 쿠데타'를 벌인 거라고 볼 수 있다. 한 후보는 현 정권의 승리가 아닌 자신의 새 정권 창출을 위해 뛰었다. 자신의 대선 행보로 보이는 언행들이 너무 많았다. 한 후보 개인적 성향에 대해서도 한 마디하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유사한 점이 많다. '조국 사태' 당시에 느꼈던 '내로남불' 모습을 한 후보에게서도 상당히 느껴진다."

그래도 한 후보가 돼야 당의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여론도 상당한데.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정관계는 곧장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2026년 지방선거는 물론 2027년 대선에서 여당이 명함도 못 내미는 '보수 궤멸 상태' '카오스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의 '대권 프로젝트' 순항하리라 보나.

"민주당 내 이 전 대표의 대항마는 보이지 않고, 이 전 대표가 정말 차기 대권을 노린다면 발상의 전환을 해 조국 대표와 전면으로 힘을 겨뤄볼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어찌됐든 지금처럼 비주류를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고 언론과 사법부를 압박하는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의 모양새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 재판도 이렇게 늘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 한 사람 때문에 초래된 비극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