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왜 필리버스터에 나섰나···소수당 고육지책·방송4법 저지

조미덥 기자 2024. 7. 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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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흼 의원들이 2일 국회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질문에서 ‘민주당의 꼭두각시 중립없는 국회의장’ 피켓을 모니터에 게시하고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3일 야당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상정에 맞서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에 나선 것은 소수당의 고육지책으로 여론전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시간을 끌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야당이 함께 통과시키려던 방송4법의 통과를 막고, 야당의 주 무대인 대정부질문이 파행하게 만드는 실익도 챙겼다.

국민의힘은 야당 주도의 채 상병 특검법의 본회의에 상정되자 곧바로 반대토론에 나서며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유상범·주진우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을 중심으로 토론자를 편성했다. 여당은 밤샘 토론에 대비해 본회의장 당번조를 편성하고, 의원들에게 전원 비상대기 지침을 내렸다.

22대 국회 들어 한달 남짓한 시점에 여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은 그 외에 뾰족한 방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민주당에 내주고 이로 인해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했다 재신임을 받았는데, 법안 처리에서까지 무력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당내 의견도 영향을 미쳤다.

대정부질문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관례가 아니어서 여론전을 펼만 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법안 처리를 위해 안건 상정을 한 전례가 없다”며 “대정부질문을 형훼화하고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는 상정”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는 22대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 불참을 건의하는 방안도 압박카드로 거론된다. 여당 관계자는 “국회의장이 이렇게 계속 관례를 깨고 민주당 편만 들면 우리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2020년 21대 국회 개원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야당들은 국회법의 ‘24시간 이후 토론 종결’ 조항에 따라 4일 오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강제 종료하고, 채 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은 채 상병 순직 1주기(7월19일)를 전후해 특검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대통령은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15일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순직 1주기와 시차를 둘 수 있고, 국민의힘 전당대회(7월23일) 전 재표결을 하는 것이 여당 표 단속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야당은 방송4법 중 MBC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해 24시간 필리버스터 이후 통과시킬 예정이었지만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4일까지 처리가 어렵게 됐다. 여당 입장에선 야당 뜻대로 방송4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저지하는 실익을 거뒀다. 필리버스터로 인해 국회가 파행하면서 야당이 정부의 실책을 추궁하는 무대인 3·4일 대정부질문이 무산되는 것도 여당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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