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3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MBC 출연 거부 결정

장슬기 기자 2024. 7. 3. 1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언론계 역사 속 오늘]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2001년 7월 연예인들이 MBC 출연 거부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후피박스 갈무리

2001년 7월3일,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가 MBC 출연 거부를 결정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은 2001년 6월17일 이상호 기자가 취재한 '한·일 비교, 연예인 대 매니저' 편에서 이른바 '연예계 노예계약' 문제를 폭로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HOT와 앨범 장당 20원으로 계약했다는 멤버 이재원씨의 인터뷰, 학생들로 구성한 그룹 한스밴드 멤버들이 전속계약에 따른 강행군으로 힘들어한다는 내용의 인터뷰 등이 전파를 탔고, 가수 이은미씨는 인터뷰에서 '노비문서'라는 말을 썼다.

MBC는 해당 방송 첫 머리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역이랄 수 있는 스타들에 대한 관리는 가히 봉건적”이라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매니지먼트사는 스타들을 매우 소모적으로 소비하고 있고 스타들의 생명은 짧아져만 간다”고 지적한 뒤 “일방적인 매니저와 연예인의 계약관계와 그로 인해 일회용 패스트푸드로 전락하고 있는 연예계의 비애를 들여다본다”고 했다.

이에 당시 250여개 연예매니지먼트사들이 모인 연제협은 2001년 7월3일 긴급총회를 열고 7월7일부터 MBC에 소속 가수·개그맨·탤런트·MC 등의 출연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연제협은 “6월 17일 방송된 MBC TV '시사매거진 2580'이 제작자와 연예인의 계약 관행을 '노예 계약'이라고 왜곡 보도, 명예를 크게 손상시켰다”며 “MBC가 공식 사과방송과 반론권 제공, 관련자 문책을 할 때까지 무기한 출연거부하고 기존 계약 기간이 남은 탤런트, 개그맨, MC는 계약이 끝나는 대로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 2001년 7월 연예인 김건모(왼쪽위), 박진영(왼쪽아래), 탁재훈(오른쪽아래) 등이 MBC 출연 거부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후피박스 갈무리

같은달 10일 연제협뿐 아니라 연제협 회원사 소속이 아닌 연예인들까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진영, 신승훈, 김건모, 탁재훈, 유승준, 조성모, 구본승, 김현정, 김태형, god, 베이비복스, 싸이 등 가수와 배우 김정은, 방송인 이휘재 등 당시 유명 연예인이 총집결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 연제협 쪽 관계자들은 MBC 취재기자들을 쫓아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김건모 등 연예인 MBC 출연 거부 기자회견>에서 “연예인 50여명은 자신이 소속된 연제협이 결정한 MBC 출연 거부를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며 “지난달 17일 시사매거진 2580 보도에서 연예인들과 제작자, 매니저의 관계를 종속적이며 일방적인 노예 관계로 매도한 것은 적절히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제작자와 매니저들의 실추된 명예가 회복될 수 있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있을 때까지 함께 행동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또 “이 같은 사태에 대해 한국프로듀서연합회는 '폭거이자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사익 집단의 도전'으로 규정하고 방송 3사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며 “한국방송영상인협회 역시 성명을 통해 '연예게의 집단 이기주의적인 행동으로 빚어진 방송의 파행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연제협에 경고했다”고 전했다.

MBC 2580 측은 “연예인들을 노예라고 보도한 적 없으며 연예산업의 불평등한 계약관행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연제협이 언론중재 등 적법한 구제 절차가 있는데도 집단적인 출연 거부로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했다.

관련해 기자회견 다음날인 7월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MBC와 연제협과의 갈등이 거세지면서 정작 논의돼야 할 연예인들의 인권과 처우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연제협은 감정적인 대응으로 사건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연예인 처우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 2001년 7월 연예인들이 MBC 출연 거부 입장을 밝힌 소식을 전하는 언론보도. 사진=유튜브 후피박스 갈무리

민언련은 또 “'스포츠조선' 등 몇몇 언론이 MBC와 연제협과의 갈등을 악의적으로 확대 보도하는 등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정론을 펼치고 있는 MBC 비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을 읽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일부 신문은 지금과 같은 보도를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연제협은 2001년 8월14일 MBC 출연거부를 철회했다. MBC 다른 방송에서 연제협 의견을 방송하기로 MBC와 합의하면서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 거부는 철회했지만 법적 절차를 밟았다.

해당 방송에 대해 2001년 8월 예당엔터테인먼트는 MBC에 대한 2억 원의 손해배상소송과 형사고발, 2001년 11월 연제협은 이상호 기자에게 1억 원의 손배소송과 형사고발, 2002년 SM엔터테인먼트가 이 기자에 대해 1억 원 손배소송과 형사고발을 하는 등 연제협 소속 기획사 7곳이 MBC와 이 기자를 상대로 손배 소송을 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계 노예문서에 대해 불공정 약관 개선 명령을 내렸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