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하자던 김광동, 농성중 ‘6·25학살 유족’ 경찰 불러 끌어내

고경태 기자 2024. 7. 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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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 6층 복도서 이틀째 농성 중
9명 중부서로 연행…유족들 “더 강력 투쟁”
3일 12시40분경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6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사무실에서 농성하던 김명운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피학살자유족회) 자문위원장이 경찰관들에 의해 들려 나가고 있다. 고경태 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던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들이 경찰에 강제로 들려 나갔다. 2일 오전부터 농성을 시작한 지 25시간 40분 만이다. 김광동 위원장은 이날 면담을 하자고 하다가 갑자기 경찰을 불러 퇴거 조치했다. 유족들은 “더 강력하게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부경찰서 경찰들은 2일 오전 11시50분경부터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6층 진실화해위 복도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피학살자유족회) 회원들에게 강제퇴거를 명한 뒤 이에 응하지 않자 유족회원 1명당 네다섯 명의 정복경찰관을 동원해 팔과 다리를 잡고 들어 밖으로 내보냈다. 유족회원들은 붙들려 나가면서 “김광동은 사퇴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재 유족회원 9명이 중구 회현동 1가 중부경찰서로 연행해 조사를 받고 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진실화해위가 강제퇴거 요청을 했고, 이들을 모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구(79) 피학살자유족회 상임의장 대행은 “황당하다. 진실화해위가 피해자들한테 이런 식으로 푸대접하고 약속을 어기다니, 이런 수모를 당하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계속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최 상임의장 대행은 “강제퇴거 직전 김광동 위원장 측이 5층 휴게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계단으로 내려갈 수는 없어 막아놓은 화물 엘리베이터를 풀라고 했으나 ‘위원장이 막은 것이라 풀 수 없다’는 답을 하더니 강제로 쫓아냈다”고 말했다. 농성장소는 김광동 위원장실이 있는 6층이었는데, 김 위원장이 한 층 아래인 5층에서 면담을 하자고 해놓고 이에 응하지 않자 갑자기 퇴거 조치했다는 것이다. 유족회원들은 5층에서 면담을 하자는 제안이, 면담 뒤 6층 농성장소로 다시 못 올라오게 하려는 꼼수가 아니었나 의심하고 있다.

피학살자유족회 회원 20여명은 2일 오전 11시부터 진실화해위 사무실에 진입해 위원장실로 연결되는 문 앞에 앉아 김광동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다. 유족들은 김광동 위원장이 나타나 그간의 망언에 대해 사과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며 2일 밤을 새웠고 3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가운데)이 3일 오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입주한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농성 중인 유족들을 강제퇴거시킨 김광동 위원장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농성자들이 연행되면서 2시 기자회견은 이들을 지원해온 국가폭력피해 범국민연대 회원들의 진실화해위 앞 도로 기자회견으로 대체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김광동 위원장은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온 한국전쟁 희생자 유가족들을 모든 출입문을 봉쇄한 채 고립시키고 차디찬 맨바닥으로 내쫓았다”며 “언제부터 진실화해위가 국가폭력 2차 가해 기관이 됐나. 유가족들을 빨리 석방하라”고 말했다. 장현일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추모연대) 의장은 “1기 진실화해위 때도 유족들이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며칠 농성을 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단 하루 만에 경찰을 동원해 연행한 사례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김광동 위원장은 임기 2년 동안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을 ‘빨갱이’, ‘부역혐의자’등으로 재낙인 찍었다. 대공수사 3급 출신 황인수씨를 국장으로 임명해 유족들을 보상금만 바라는 사람으로 폄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동 위원장은 지난해 6월9일 영락교회에서 한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 상태를 평화 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시킨 피해에 대해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 심각한 부정의다”를 비롯해 “전시 즉결처분은 가능하다”(2023년 10월10일), “노근리는 불법 희생 아니다”(올해 5월28일)등의 발언과 영천·진도 군경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부역자 심사 및 진실규명 보류로 유족들의 반발을 사 왔다. 피학살자유족회 회원들은 “김광동 위원장이 지난 4월2일 면담에서 ‘정기적으로 유족들과 만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아 진실화해위에 들어오게 됐다”며 2일 진실화해위를 찾아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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