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카세트테이프’…레트로 바람 타고 돌아왔다

3일 개봉한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고지)는 일본 도쿄 공공화장실 청소부다. 그는 낡고 작은 미니밴을 타고 출퇴근하며 요즘은 유물 취급 받는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는다. 애니멀스, 벨벳 언더그라운드, 루 리드, 패티 스미스 등의 올드팝을 들으며 소소한 행복감을 느낀다.

카세트테이프는 소형 자기테이프 저장매체를 일컫는다. 커다란 소리 저장용 릴테이프를 손바닥만한 크기로 줄인 것이다. 1960년대 여러 제조사가 규격 경쟁을 벌였는데, 필립스 제품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카세트테이프는 엘피(LP)보다 휴대하기 좋고 가격도 저렴해 많은 이들이 애용했다. 특히 소니가 1979년 휴대용 카세트테이프플레이어 ‘워크맨’을 내놓으면서 파급력이 더욱 커졌다.

카세트테이프는 엘피와 달리 개별 곡을 콕 집어 듣기 힘들었다. 앨범 에이(A)면과 비(B)면을 돌려가며 전체를 듣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곡뿐 아니라 숨은 명곡도 곧잘 사랑받곤 했다. 좋아하는 노래들만 모아 녹음한 믹스테이프를 선물하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휴대용 플레이어의 건전지를 아끼려고 카세트테이프 구멍에 육각형 연필이나 볼펜을 끼워 돌리는 광경도 흔했다.

1980년대 초 디지털 기반 저장매체인 시디(CD)가 나온 뒤에도 카세트테이프의 인기는 여전했다. 휴대성과 가격경쟁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엠피스리(MP3)플레이어가 보급되면서 카세트테이프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자동차에서도 카세트테이프플레이어가 사라졌다. 요즘 자동차에는 시디플레이어도 없다. 스마트폰을 연결해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레트로 바람을 타고 카세트테이프가 귀환했다.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 때문에 인디 밴드들이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내곤 했는데, 케이(K)팝 가수들도 흐름에 동참했다. 그룹 (여자)아이들은 오는 8일 발매하는 미니 7집 ‘아이 스웨이’를 카세트테이프 버전으로도 내놓는다. 실제 감상보다는 소장을 위한 ‘굿즈’ 개념이다. 사실 케이팝 시장에선 시디도 굿즈처럼 된 지 오래다. 그룹 에스파는 역발상으로 얼마 전 시디플레이어를 포함한 음반 패키지를 발매해 완판했다. 카세트테이프플레이어를 주는 패키지가 나오면 더 큰 인기를 끌 것 같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