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비슷한 분들인데…" 시청역 사고현장에 놓인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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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그 시간에 거기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곳이잖아요. 돌아가신 분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셨을 텐데."
3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들을 추모하던 김은서(38)씨가 말끝을 흐렸다.
사고로 직원 2명을 잃은 서울시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청 본관 7층에 추모 공간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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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원정 최윤선 기자 = "누구든 그 시간에 거기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곳이잖아요. 돌아가신 분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셨을 텐데…."
3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들을 추모하던 김은서(38)씨가 말끝을 흐렸다.
사고 사흘째인 이날도 현장에는 고인들을 추모하는 많은 시민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점심시간인 오후 1시께에는 인근 직장인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현장 한편에 놓인 찌그러진 오토바이를 보고 당시의 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시민은 "서울 한복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일행에게 한탄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흰 국화를 바닥에 놓고 묵념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기렸다. 국화 옆에는 회식과 야근을 마치고 귀갓길 참변을 당한 고인들을 위로하는 듯 자양강장제와 숙취 음료가 수북이 놓였다.
자신을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남아있는 펜스에 추모의 뜻을 담은 손편지를 붙였다.
이 시민은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한 9분의 명복을 빈다"며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적었다.
강남구에서 온 노경한(66)씨는 "4년 전 갑작스레 잃은 서른 살 딸이 생각나 더 안타까웠다"며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영혼들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눈물을 흘렸다.
광화문 근처 직장에서 일하는 양지혜(34)씨는 "나이도 비슷하고 평소에 돌아다니는 곳들이어서 더 충격을 받았다"며 "희생자 모두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로 직원 2명을 잃은 서울시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청 본관 7층에 추모 공간을 설치했다. 본관 7층은 이번 사고 희생자 중 한명인 김인병 씨가 팀장으로 근무했던 청사운영팀 사무실이 자리한 곳이다.
이곳에는 이날 오후 2시까지 이틀간 서울시 직원 270여명이 방문해 고인들을 기렸다. 시는 고인들의 발인을 마치는 4일 오전까지 추모 공간을 유지할 계획이다.
추모 공간을 지키던 시청 직원은 "오가며 고인과 늘 인사하는 사이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믿기지 않는다"며 "사무실 전체가 동료를 잃은 충격에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다"고 전했다.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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