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H감리 입찰' 수사한 검찰…'종심제' 개선책 내놓는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조달청이 발주한 아파트 건설공사 등의 감리입찰 과정서 벌어진 담합,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과 제도개선 간담회를 여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평가위원들이 감리입찰 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준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개선책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LH감리 입찰담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오는 5일 중앙지검 청사에서 국토부 등 사건 관련 기관들과 제도개선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검찰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조부가 공정거래위원회 외에 타 부처와 간담회를 갖는 일은 이례적이다. 검찰은 간담회에서 감리 분야 입찰담합,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하며 느낀 제도개선점 등을 공유하고 각 기관들과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입찰담합 의혹은 LH와 조달청이 발주한 건설사업관리(감리) 용역 입찰에서 참가업체들이 담합하고, 입찰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청탁 대가로 뇌물을 공여·수수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제도개선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일부 평가위원들의 개인적 일탈 차원이 아니라 종심제의 폐단으로 봤기 때문이다. 종심제는 2016년 기획재정부가 300억원 이상의 국가,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 대해 기존 최저가낙찰제를 대신해 도입한 제도다. 가격뿐 아니라 공사수행능력, 사회적책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존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발생하는 잦은 계약변경, 부실시공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도 문화재수리용역에 대해 종심제를 도입했고, 국토교토부는 2019년 설계, 감리 등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에 종심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기술경쟁 등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건설엔지니어링 종심제의 정성평가 비중이 다른 종심제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취재 결과 공사계약과 문화재용역의 경우 대부분 100% 정량평가로 낙찰자를 선정하고, 일부 고난도 입찰의 경우에도 정성평가 비중을 약 10% 미만으로 제한한다.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은 감리업체가 직접 평가위원에게 뇌물을 준 사건을 주로 수사하고 있지만, 연구용역을 빙자해 우회적으로 뇌물을 건네는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불법행위들이 더 많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게다가 이번에 수사가 집중된 감리보다 계약금액이 더 크고, 평가구조는 정성평가 절대우위로 감리와 동일한 설계분야에도 이런 문제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다고 본다. 솔직히 감리나 설계분야에서 아주 문란하게 벌어지는 일들이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수주확률을 높이려면 당연히 그런(뇌물)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얼마나 잘 이런 유혹들을 억제하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검찰과 같이 건설엔지니어링 종심제의 정성평가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미봉책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량평가만 강조하면 변별력을 높이기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설계와 감리 같은 분야는 사업자의 역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고 사업특성을 고려하면 정성평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토부와 조달청은 평가방식 개선 대신 평가위원을 보다 엄격하게 선별하고 관리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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