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트럼프 재집권 시 달러의 운명은?

권성희 기자 2024. 7. 3. 14: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달러


전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향방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하거나, 그가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달러가 소폭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재정 지출 확대로 국채수익률이 상승 압력을 받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도록 내버려뒀기 때문이다. 완화적 재정 운영과 긴축적 통화정책의 조합은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재집권한다면 이전 집권 시절 재정적자와 공공부채를 늘린 원죄가 있기 때문에 재정 지출을 억제하는데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인 만큼 재정 지출을 늘리는데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약세 기조가 형성될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달러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세 정책을 내세우는데다 재정 지출과 부채 관리에 대해서도 크게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달러 가치가 5%가량 상승하고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는 5%가량 하락한 전례도 있다.

트럼프 캠프의 관세 정책도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트럼프 캠프는 미국 내 제조업 보호를 위해 중국을 중심으로 수입품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관세는 미국 내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인플레이션 요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달러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시 달러 향방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여럿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변수는 자칭 저금리론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연준에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좌진은 이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대통령과 협의하거나 심지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결정하도록 연준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준의 법적 지위를 바꾸지 못한다고 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가 2026년 5월이면 만료되는 만큼 정부 말을 잘 듣는 비둘기파 인물로 교체할 수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달러 약세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첫 임기 때 관세를 높여 무역수지를 개선하려 했지만 달러 강세로 미국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라가면서 기대하던 것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이켄그린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관세 인상을 통한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요 국가에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절하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봤다. 주요 국가들이 달러 강세를 시정하기로 합의했던 1985년 플라자 합의를 근거로 외국 정부에 달러 강세를 방관하지 말도록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이켄그린은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달러 강세의 한 원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외국인이 미국 자산에 투자할 때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거나 정부에 '예스맨'인 인물이 연준 의장이 되는 경우 인플레이션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재앙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 국가에 달러 약세를 방관하지 말도록 강요하거나 외국인의 미국 자산 투자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를 위축시켜 달러 약세를 넘어 달러 붕괴를 촉발할 위험도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적절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겠지만 특히 경제적으로, 통화적으로 세밀한 대처 방안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