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변호사들 “시청역 교통사고 가해자 형량 5년 이하…미국이면 달랐을 것”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입장문
“1개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적용 예상…최고 형량 크지 않아”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7월3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 교통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 연합뉴스

20·30대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이 최근 발생한 시청역 교통사고 가해 운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가벼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새변은 3일 입장문을 통해 "시청역 교통사고는 다수 인명피해 범죄지만, 현행 형법상 한 번의 운전으로 여러 명을 동시에 사상하게 한 경우는 상상적 경합으로 1개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평가된다"면서 "선고 가능한 최고 형량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상상적 결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다수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어 "시청역 사고로 9명이 사망에 이르렀고 6명은 상해를 입었는데, 이 죄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한국에서의 형량과 미국에서의 형량은 매우 차이가 클 것"이라면서 "영미법계 국가들은 교통사고로 여러 명이 사망할 경우, 수 개의 살인죄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변은 이같은 예로 ▲미국 텍사스주에서 SUV 운전자가 혼잡한 버스 정류장으로 돌진해 8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60년의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2명이 사망한 교통사고 가해자가 280개월(23년4개월)의 징역형과 12개월의 보호관찰형을 선고받은 사례를 제시했다.

이어 새변은 "반면 우리나라는 하나의 운전으로 여러 명을 사상할 경우, 1개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고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면서 "만약 이번 범죄가 하나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상상적 경합이 된다면 가해자의 형량은 5년 이내에서 정해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물론 법원이 모든 상황을 보고 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가해자의 가중·감경 요소를 평가해 권장되는 양형 기준 밖의 선고를 내릴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청역 교통사고는 지난 1일 오후 9시27분쯤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돌연 역주행을 이어가다 인도 위 보행자들을 덮친 사고다. 해당 사고 희생자 9명은 전원 남성으로, 50대 4명·30대 4명·40대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