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신님” 부적절 처신으로 낙마한 교총회장...교권 스스로 훼손할때가 치명적 [기자24시]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4. 7. 3. 14: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의 여신님을 봤어요." "우연히라도 스쳐 지나가며 만나길 기대하고 있어요." 좀 낯간지러울 수 있겠지만 연인 사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들이다.

다만 이 말을 한 사람이 고교 교사고, 그 대상이 제자라면 누구라도 손가락질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러나 그의 황당한 낙마는 교원단체인 교총의 신뢰성은 물론이고 그에게 표를 던진 교사들이 그토록 바라는 교권 회복에도 큰 타격을 남겼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재발방지 대책 교사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교사와 전교조
“나의 여신님을 봤어요.” “우연히라도 스쳐 지나가며 만나길 기대하고 있어요.” 좀 낯간지러울 수 있겠지만 연인 사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들이다. 다만 이 말을 한 사람이 고교 교사고, 그 대상이 제자라면 누구라도 손가락질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과거 제자에게 이 같은 편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진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이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교총 역사상 최연소(44세) 회장으로 당선돼 팡파르를 울린 지 고작 일주일 만의 일이다. 당선 직후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이초 사건 이후 바닥에 떨어진 교권 회복을 위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그의 황당한 낙마는 교원단체인 교총의 신뢰성은 물론이고 그에게 표를 던진 교사들이 그토록 바라는 교권 회복에도 큰 타격을 남겼다. 이번 소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적으로 후보자의 징계 전력에 따라 출마를 제한하는 등 결격 사유가 있는 후보를 걸러내는 시스템 부재에 있다. 정관 및 시행세칙 등에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을 막지 못했다. 늦게나마 교총이 제도를 개선하고, 차기 회장 선거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교사가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직업’이라면 교원단체의 대표자 자격 역시 마찬가지로 더욱 까다로워질 필요가 있다. 장관 등 임명직처럼 청문회를 열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성범죄는 물론 성적 조작, 금품 수수 등 교사로서의 기본을 저버리는 행위를 저지른 이라면 후보자로 나오지 못하도록 후보자 등록 시부터 징계나 범죄 내역을 검증하면 될 일이다. 교권의 추락이 단순히 선생의 권위에 도전하는 제자와 몰지각한 학부모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낙마한 교총 회장이 내건 교권 회복 입법으로 타인의 교권 훼손을 막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교권은 선생이라는 두 글자에 어울리는 명예와 책임이 항상 동반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권리는 타인에 의해 훼손될 때보다 스스로 훼손할 때가 훨씬 치명적이고 아픈 것이다.

이용익 사회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