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 배당증가분에 저율 분리과세…밸류업 稅조치 윤곽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박원희 기자 = 정부가 배당 우수 기업의 주주에게 분리과세로 배당소득세를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도 법인세 감면의 혜택이 돌아간다.
이런 내용의 '밸류업' 세제 방안이 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공개됐다. 정부는 이달 말 세법 개정안에 담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원천징수 14→9%…종합과세 대신 '25%' 분리과세
우선 과거보다 5% 넘게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더 소각한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직전 3개년 주주환원(배당·자사주 소각) 분보다 5% 초과분에 대해 법인세를 5%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다. 대·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적용된다.
법인세 세액공제를 받은 밸류업 공시 기업의 주주도 배당 증가분에 대해서 소득세 혜택을 받는다.
현재는 2천만원 이하 배당소득은 14%를 원천징수하고, 2천만원 초과분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해 과표 구간에 따라 14∼45% 세율이 적용된다.
개정된 주주의 세 혜택은 두 가지다.
정부는 먼저 원천징수 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기로 했다.
2천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종합과세하거나 25%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최대 45%였던 세율이 25%로 낮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직전 3개년 평균 1천억원을 배당하다가 내년 1천200억원을 배당하면 5% 초과분인 150억원에 대해 5%를 세액공제 받아 법인세를 7억5천만원 감면받게 된다.
이 기업의 주주도 배당소득 1천200만원에 다른 소득이 없다면 기존 제도에서는 168만원(1천200만원×14%)을 세금으로 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증가분인 200만원에 대해선 9%, 나머지 1천만원은 14% 세율이 적용돼 158만원을 내게 된다. 10만원 경감 효과가 있다.
또한 배당소득이 2천400만원에 다른 소득이 10억원인 주주는 기존 10억2천400만원을 종합과세 해 3억8천866만원을 냈던 데서 분리과세한다면 80만원가량 줄게 된다.
이사회 '사전' 승인 명시…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안 담겨
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으로는 올해 하반기에 추진할 이사 책임 강화, 주주총회 내실화 등을 발표했다.
기회 유용 금지와 관련해, 기존 상법에서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받도록 한 것을 '사전' 승인받도록 명확히 한다.
전자 주총을 도입하고 주총 기준 효력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물적 분할 시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내년부터는 밸류업 우수기업을 표창하고, 모범납세자 선정 시 우대해 시장평가·투자도 유도할 방침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도 포함하게 하는 상법 개정은 이번에 담기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면 기업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된다는 이유 등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하지 않았다고 해서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상법과 관련해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논의를 거쳐 정부 입장을 어느 시점에는 정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상반기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다시 추진해 국내 증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앞서 ISA 납입 한도를 2천만원에서 4천만원,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조특법 개정해 '밸류업' 3년 한시 시행…여소야대 '변수'
주주환원 관련 기업과 주주의 세제 혜택은 모두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 사안이다. 정부는 3년 한시로 시행할 예정이다.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고려하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과거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됐던 '배당소득증대세제' 제도도 '부자 감세'라는 논란 속에 일몰됐다. 배당소득은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나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안의 세부적인 조치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당시는 기업의 법인세 혜택은 포함되지 않기도 했다.
기재부 정정훈 세제실장은 "당시 배당증가율 등 기준으로 엄격히 하다 보니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최근 중요도가 커지는 자사주 소각도 적용받도록 포함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과거와 달리 전체 배당액이 아닌 증가분에 대해 혜택을 줌으로써 기업의 노력을 더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주환원을 늘릴 시 혜택을 주기 때문에 기존에 배당을 잘하던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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