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나와 가족을 지키는 생활 습관, 지진행동요령

지난 6월 12일 오전 8시 26분 전라북도 부안에서 규모 4.8 지진 발생과 동시에 재난 경보음이 울렸다.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역대 16번째로 강한 지진이다. 첫 진동 이후 약 5시간 뒤인 13시 55분에는 규모 3.1 여진이, 그 이후에도 이보다는 작은 규모의 여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결국, 지진이 잦지 않았던 이 지역 주민들에게 ‘지진 피해’, ‘지진 영향권’이라는 커다란 불안감을 안겼다.

최근 양상을 살펴보면 경주, 포항지진 이후 국내 지진 발생 횟수는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총 68차례 발생 이후 점점 늘어나 2023년에는 106회까지 기록됐다. 더욱이,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고정하지 않은 물체가 넘어지는 진도Ⅴ이상의 지진은 2020년 이후 6차례나 발생했다. 불시에 찾아오는 불청객 지진,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말해도 과한 말은 아니다. 이러한 까닭에, 나와 가족을 지키는 지진 행동 요령은 생활 속에서 늘 알고 지내야 하는 필수사항이 됐다.

실제로 부안 지진이 발생한 당시, 등교 후 교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던 학생들은 신속하게 운동장으로 빠져나왔다. 과거 피해가 심했던 지진 당시 흔들림에 놀란 사람들이 출입문으로 몰려서 넘어지며 상처를 입었던 상황과는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지진 행동 요령에 대한 단골 질문이 있다. 건물이 무너질지 모르는데 책상 밑에 머리와 몸을 보호하는 것이 맞는지? 이보다는 건물 밖으로 뛰어나가 대피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에 의하면 1995년 일본 고베에서 발생한 규모 7.3 지진으로 부상자 약 4만3800명의 대부분이 가구 등의 넘어짐, 유리 등의 낙하물에 의한 것으로 피해를 예방하는 행동 요령이 강조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7년 전 포항지진 때를 떠올려 보면, 흔들림이 진행되는 동안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무조건 ‘꼼짝없이 탁자 밑에 숨어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심한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머리와 몸을 보호하며 잠시 기다리고, 흔들림이 멈추면 그때 더 안전한 야외 넓은 곳으로 대피하는 방법이 지진 행동 요령의 핵심이다.

또 지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춘다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갇힐 수 있는 만큼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건물 밖으로 나간 상황이 된다면 최대한 건물과 담장으로부터 떨어져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면서 낙하물이 없는 넓은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평소 집주변 놀이터나 운동장, 공터 같은 장소를 미리 파악해 두면 도움이 된다. 여기에 더해 지진 대피장소까지 가장 빠른 대피경로까지 알아 두면 더 좋다. 관련 정보는 국내 검색 포털은 물론, 국민재난안전포털 누리집과 안전디딤돌 앱을 이용하면 확인할 수 있다.

현대과학으로도 지진 발생은 예측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침착하게 올바른 행동 요령을 알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불시에 찾아오는 지진, 이런 상황에서 나와 가족은 물론 이웃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는 행동 요령을 익히고 실천하는 일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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