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탈주'는 거들 뿐, 고자극 관계성 맛집

강효진 기자 2024. 7. 3. 11: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탈주. 제공ㅣ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간결하고 명쾌하고 속도감있는 탈주극의 탄생이다. 분단국가에서만 나올 수 있는 몰입도 높은 설정과 세계관에 꿈을 향해 달리는 청춘의 고민을 녹였다.

3일 개봉한 '탈주'(감독 이종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94분의 임팩트 있는 분량만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오프닝부터 긴장감을 바짝 조이며 숨가쁘게 내달린다. 만기 제대를 앞두고 당이 정한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 탈주를 꿈꾸는 규남은 오랜 기간에 걸쳐 도주 동선을 준비한다. 하지만 며칠 내 폭우가 예고되면서 지뢰를 피하기 위해 준비한 지도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중 자신을 데려가 달라던 하급 병사 동혁(홍사빈)이 먼저 탈주를 욕심내다 들켜버리고, 이를 말리려던 규남까지 졸지에 동반 탈주범으로 체포되면서 달려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탈주병 조사를 위해 내려온 보위부 소좌 현상이 나타나 규남을 탈주범이 아닌 탈주범을 잡으려던 영웅으로 탈바꿈시켜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규남은 그러거나 말거나 비가 내리기 전 이곳을 떠날 생각 뿐. 악착같이 현상의 품을 빠져나와 다시 탈주를 시도하는 규남과, 영웅으로 만들어놓은 규남이 탈주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현상의 지독한 추격전이 시작된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 갈래다. 첫 번째는 규남의 탈주 성패다.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를 생각한다면 전혀 예상을 뒤엎는 결말은 아니다. 다만 속도감이 빠른 만큼 뻔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규남의 임기응변으로 예상 밖의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이 소소한 긴장감과 재미를 준다. '사격의 신' 규남과 '절대음감' 현상의 능력 발휘도 짜릿한 재미 덕에 영화적 허용으로 눈감아줄 수 있다.

두 번째는 탈주 과정이 윤곽이 잡히면서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규남과 현상의 관계성이다.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이 드러나면서 현상이 규남을 살린 이유도, 규남이 탈주를 하게 된 계기도 새삼스럽게 곱씹게 된다. 단순히 쫓아야 해서, 도망쳐야 해서가 아닌 두 사람 사이의 서사와 감정선이 이 추격전에 감칠맛을 더한다.

마지막 포인트는 영화를 다 보고나서 여운처럼 밀려드는 현상의 '고자극' 캐릭터다. 이 영화가 '별난바'라면 가장 안쪽에 숨은 사탕같은 인물. 혹은 아이스크림 막대기로 피리를 불며 나타날 것 같은 인상이다. 섬세하고 복잡하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로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철하고, 잔혹하면서도 천진난만하다. 해맑은 미소 뒤로 억눌린 자아를 참아내고 있는 현상의 복잡미묘함이 구교환이라는 배우의 재기발랄한 색채를 입어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표현됐다.

특히 현상의 전사를 상상하게 하는 인물로 선우민(송강)이 등장한다. 짧지만 강렬하고 효과적인 특별출연이다. 초기 대본에는 여성 캐릭터였던 그를 관습적이지 않은 남성 캐릭터로 변모시켜 의외성을 더했다. '러시아 유학 시절'이라는 짧은 대사 안에 숨겨진 이들의 과거를 궁금해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현상의 마지막 선택에 담긴 감정 변화 역시 현상이란 인물이 품고 있는 현실과 이상의 충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명장면.

이렇듯 '탈주'는 다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 직선으로 달리는 질주의 쾌감, 긴장감을 놓지 않는 장치들, 세련된 편집까지 만족스러운 작품이지만 일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엔딩과 OST다.

메인 테마곡으로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큰 비중으로 두 차례나 길게 삽입한 것은 양날의 검이다. '양화대교'라는 곡만이 줄 수 있는 감성도 있겠지만, 영화가 품기엔 이미 유명 히트곡인 '양화대교'라는 곡이 가진 자아가 너무 크다. 순간적으로 영화에 삽입된 노래가 아닌, 노래에 삽입된 뮤직비디오로 주객전도 된 것 같은 인상이다.

더불어 탈주를 시작할 때부터 '탈주 성공이냐, 실패냐' 외에는 결말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만 성패가 결정난 이후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지점이다. 특히 그 이후 마치 공익광고의 한 장면 같은 뻔한 엔딩이 다소 아쉽다. 지금껏 스타일리시하게 달려온 '탈주'의 세련된 인상에 금이 간다. 물론 관객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의의를 두자면 더할나위 없는 닫힌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오는 7월 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