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충청 지역정당, 김종필·이회창 이후 누구 없소?

황해동 기자 2024. 7. 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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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자, 충청 정당 ⑧

거대 양당이 적대적 경쟁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서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 내지는 충청권 지역정당의 필요성은 오랫동안 강조돼 왔다.

지역정당은 거대 양당의 독점적 행태를 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인식되면서, 이를 제한하고 있는 '정당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지역정당의 구심점이 돼야 할 지역 정치인들의 역량 강화와, 현실 정치권을 향한 실질적 민주주의 작동 요구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역정당은 기본적으로 직접 민주주의에 기초한 지역문제 해결 및 지역주민의 의사 형성에 기여하는 '정치적 결사체'로 볼 수 있다. 중앙정치가 지역정치를 뒷전으로 여기는 현실과 달리, 특정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는 정당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전국정당과는 보폭이 달라야 한다. 지역민들이 제도권 정치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방자치 활성화 창구인 셈이다.

대전일보 DB

△60년대 초 제정된 정당법 손질해야 실질적 지역정당 가능

그러나 1962년 제정된 현 정당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역정당 탄생이 불가능하다. 중앙당을 수도(서울)에 둬야 하고 5개 이상의 광역시·도당에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정당 창당의 기본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국정당 조항으로 지역정당 창당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법과 제도상 전국정당만 존재할 수 있는 상태다. 이는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는 헌법상 명문에 반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의 정당법은 외형과 형식에 치우쳤다는 평가다.

현재의 거대 양당체제가 지역정치의 폐해로 드러나는 만큼, 지역정당의 활동을 폭넓게 보장해줘야 지역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 기반 정당이 탄생한다고 해도 형식만 갖추고 생색만 내는 행태를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정당법 손질이 없이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라 해도, 실질적 지역정당으로서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지역정당이 아닌, 지역 기반 정당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당법상의 창당 요건들은 지역 신진 정치인들과 군소정당, 신생정당에게는 넘기 힘든 장벽이 되고 있다. 기성 정치권이 거대 양당 중심으로 편제돼있는 만큼, 정당법의 전국정당 조항이 적대적 양당 체제를 견고하게 만드는 토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일보 DB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할지, 명확한 정체성 필요

지역정당은 중앙정치와 별개로 지역의 의제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지역의 문제를 직시하고 지역에서의 역할을 찾아 움직이며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는 까닭이다. 전국정당에 예속돼 있는 지역조직은 지역의 이해보다는 중앙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지역정당의 필연적 태동에 힘을 보탠다. 각 지역의 현안에 대해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이 출현한다면, 직접 민주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커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역정당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다. 명확한 정체성과 구호 없이, 단순히 몇몇 정치인들의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려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명분도, 실리도 찾지 못하는 패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의견이다. 지속 가능한 정치권력 유지를 위한 지역정당 창당 추진은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지다 보면 자칫 지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그치기 십상이다.

특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정당은 지역의 전체 유권자를 아우르고 가치 중심의 지방정치 구현에 뜻을 모아야 한다. 충청권 지역정당이 가치 중심의 지방정치로 구현돼야 한다는 점은 충청의 지역주의가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와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에 반해 반대급부적 지역주의로 표현돼 온 현실에서도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대전일보 DB

△지역 정치권 인물 키우고 사회적 공감 충분히 확보해야

지역정당이 또 다른 지역주의의 방편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지역주의 심화와 지역 간 이익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에 국한된 이기적 문제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방소멸과 신공항 건립 문제, 환경문제, 에너지 문제, 지역별 생활격차 해소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이 균형감을 견지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점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지역정당이 특정 지역의 이기심에 매몰돼서는 안 되고, 오히려 전국정당의 지역조직이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다각적 논의를 이끌어 지역 간 감정 대립을 극복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역정당은 다원적 민주주의 실현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지역정당이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활성화되고 있다. 영국에는 중앙당과 지역정당을 합쳐 400개 가까운 정당이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에는 주 단위로 등록된 정당이 200개를 넘는다. 스페인은 무려 5000여개의 정당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청 지역정당 창당에는 무엇보다 지역 정치권의 '인물'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될 지역 정치인들의 역량이 높아져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충청권에 그동안 영·호남에 밀려 홀대론으로 점철돼 왔던 충청의 권익을 되찾아올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과거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이 태동해 국민중심당, 자유선진당, 선진통일당 등으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김종필, 심대평, 이회창, 이인제 등 중앙정치 무대에서 중량감 있는 세를 보유했던 인물들이 구심점이 됐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전국정당 조직이었지만, 이들은 충청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때 전국적인 돌풍을 이끌기도 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지역의 이익이 아니, 개개인의 정치권력 유지를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역 정치권은 "지역정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으면, 100% 실패하고 만다"며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을 키우고, 사회적 공감이 충분해질 때 명확한 정체성을 설정해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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