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출신 한준호 "이명박·박근혜 방식 그대로 공영방송 장악 중"

박서연, 박재령 기자 2024. 7. 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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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미디어를 묻다] 방송3법 대표 발의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동관 홍보수석부터 이상휘 비서관, 김장겸 사장까지 다시 나타나"
"윤 대통령, 차기 방통위원장보다 국회 몫 방통위원부터 임명해야"

[미디어오늘 박서연, 박재령 기자]

▲지난 1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박재령 기자.

“그때와 아주 똑같은 방식으로 언론장악이 이뤄지고 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 지원금이 끊긴 TBS, 최다액출자자가 변경된 YTN, 박민 사장의 KBS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곧 주요 타깃은 MBC가 될 거라며 “MBC가 걱정된다”고 했다.

우려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야5당은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상인 부위원장과 2인 체제에서 주요 안건들을 의결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김홍일 위원장은 탄핵안이 발의된 당일 저녁 9시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공영방송(MBC KBS EBS) 이사 선임 계획안'을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의결하겠다고 기습적으로 공지했다. 오는 8월 공영방송 이사회가 교체되는데, 여당 측 이사가 다수가 되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이 임명될 수 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 의결 뒤인 2일 김 위원장은 “탄핵소추 시도는 저에 대한 직무 정지를 통해 방통위의 운영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인 목적”이라며 자진 사퇴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위원장 직무가 중단돼 공영방송 이사 교체에 제동이 걸리기에 '선수'를 친 것. 윤석열 대통령은 7월 내로 새 방통위원장을 임명해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MBC노조 집행부에 들어가 활동했던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 사진=한준호 의원실

2008년 이명박 정부 미디어법 통과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를 했고, 2012년 170일 파업 때 대출을 받아 가며 버텼던 MBC 아나운서 출신의 한준호 의원은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 이상휘 홍보기획비서관, MBC 보도국장부터 사장까지 지내면서 MBC를 정권에 헌납했던 김장겸 사장 등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며 현 상황을 가리켜 “그 사람들이 그때 방식 그대로, 공영방송을 장악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2018년 정상화된 MBC를 보고 난 뒤 퇴사해 후배들이 다시 집회를 열고 싸울 일이 없을 줄 알았다는 한준호 의원을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MBC 출신이다. MBC에 있으면서 공영방송 지배 구조의 문제를 느꼈던 순간을 말해달라.
“2008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8년 1대 방통위원장으로 최시중이 온다. 당시 김재철 MBC 사장이 큰 집 말을 안 들어서 청와대에서 '조인트' 까였다는 말도 있었다. 공영방송 사장을 김재철로 교체해 놓고 말을 안 듣자 청와대에 데려가 혼냈다는 거다. 방통위에서 이사를 선임하는 지배 구조가 만들어진 당시 MBC 구성원들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다. 경영에 크게 드러나게 간섭을 안 했다. 2010년 MBC 엄기영 사장을 잘라내려고 하면서 주식회사니까 주주총회에서 의결해 상법으로 자를 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MBC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고 방통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 : 김우룡과 MBC, 8개월 전쟁]

▲2008년 MBC노조 집행부에 들어가 활동했던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 사진=한준호 의원실

-2008년 MBC노조 미디어법 관련 파업 당시 집행부 활동도 했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간 MBC를 다녔다. 2008년 미디어법 관련 파업을 할 때부터 마이크를 들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내내 싸웠다. 제일 어려웠던 건 2012년 MBC노조 조합원이 170일간 파업을 겪고 나서였다. 그동안에는 선후배 사이에 강제로 부당 전보시키거나 해고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에는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많은 수를 해고하고 부당 전보했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인 김장겸 당시 MBC 사장의 인사가 부당했다는 판결까지 받았다. 예를 들어 아나운서인 제가 사업부로 가서 스케이트장 관리, 광고 영업 같은 걸 하게 되는 거다. 그런 업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자부심을 잃게 하는 거다. 그 부서에서 주요한 일을 시키지도 않았다. 그 안에서 구성원으로서 있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힘들었다.”

-170일간 파업했으면 월급은 못 받은 건가.
“대출받아서 살았다. (웃음) 모든 구성원이 다 그랬다. 170일 파업이면 6개월인데, 무노동 무임금을 MBC에서 주장했다. 금리가 비쌌는지 어쨌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땐 그렇게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버텨야 한다는 게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마음이었다.”

▲2008년 MBC노조 집행부에 들어가 활동했던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 사진=한준호 의원실

-MBC가 걱정되나?
“걱정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그때와 아주 똑같은 방식으로 언론장악이 이뤄지고 있다. 거기에 똑같은 사람이 들어가 있다.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 이상휘 홍보기획비서관, MBC 보도국장부터 사장까지 지내면서 MBC를 정권에 헌납했던 김장겸 의원, 이런 사람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큰 문제다. 그 사람들이 그때 방식 그대로, 공영방송을 장악해 가고 있는 과정이다. 이미 KBS는 박민 사장을 통해 순치시켰다. 이젠 MBC가 타깃이다. YTN은 매각이라는 방식을 썼고, TBS는 재원을 끊어버리고, MBC는 그나마 버티고 있다. 곧 조만간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 만료가 도래하면서 이사진들을 교체하고 이사들이 어떤 사람으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MBC 구성원들이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는 어땠나.
“앵커멘트가 거슬리면 앵커를 교체한다. '시선집중',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시사보도 프로그램 앵커를 한직으로 부당 전보시켰다. 정부를 비판하는 프로그램도 폐지시켰다. 공영방송은 국민에게 알권리를 더 다양하게 제공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공영방송이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이런 데 치중하게 구조를 바꾼다. PD수첩에 대한 강제 수사, 국정원을 통한 MBC 사찰 문건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군사정부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공영방송을 지배하고 사찰한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요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6월28일) 방통위에 갔다. 2018년 MBC를 나오면서 '회사가 정상화됐으니 선배는 또 다른 길을 찾아갈 테니 너네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나왔다. 방통위 앞에 가보니 동기인 이호찬 본부장을 비롯해 후배들이 싸우고 있더라. MBC를 나오면서 보고자 했던 MBC의 모습이 아닌데,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달 4일 민주당 언론개혁TF가 발대식을 열었다. 사진=한준호 의원실.

-민주당 언론개혁TF가 방송3법과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채택했다.
“21대에 제출한 방송3법과 22대 제가 제출한 방송4법(방송3법+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은 큰 차이가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같은데, 우리가 만든 법은 독일 방식을 가져왔다. 사장 추천 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이 사장을 추천하고 다양한 이사진이 이중 사장을 선택하는 거다. 정치 후견제도를 완벽하게 희석하자는 거다. KBS의 7:4 구조, MBC EBS의 6:3 구조. 여당과 야당이 암묵적으로 추천하는 제도를 없애자는 게 목적이다. 이사 추천 수를 늘려서 다양화하고, 사장 추천 위원회를 공모 방식으로 해서 사장 추천받고,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자는 것이 공통된 내용이다.”

“그 중 MBC는 방문진법이 13개 조항과 부칙으로만 이뤄져 있어 사장을 뽑아도 임기보장이 안 돼 상법으로 잘라버린다. 어렵게 공영방송 사장을 뽑아놓고 우리는 주식회사니까 주총을 열어 자른다고 하면 잘린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 방문진뿐 아니라 방송법, EBS법에도 사장 임기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보장할 수 있도록 넣어놨다.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된 것도 거의 처음이다. 이 정부가 경우가 없다. 2인 체제를 이렇게 편법으로 이용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이번 기회에 방통위법을 개정해 의사정족수를 4인으로 명시하고 그중 과반이 찬성한 형태로 안건을 의결할 수 있도록 해 '3+1' 즉 4법으로 바꾼 거다.”

-야7당은 방송3법 관련해 어떻게 합심했나.
“정치인으로서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6:3이 됐든, 7:4가 됐든 100% 정치인들이 추천하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이사진을 구성하고 그것이 어떻게 공정하게 사장을 뽑았다고 할 수 있겠나. 세계적으로 공영방송 사장 뽑는 구조가 잘 증명됐다는 방식을 준용해서 크게 이견이 없었던 것 같다.”

-민주당 몫 방통위원 추천은 언제 하나.
“당연히 할 거다. 일단 대통령이 임명을 해줘야 한다. 최민희 의원도 당시 통위원으로 임명해달라고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임명 안 하고 2인 체제를 강행했다. 대통령이 국회 몫부터 임명을 먼저 해야 한다. 김홍일 위원장이 그만둔다고 해도 다음 위원장을 어떻게 할지보다, 국회 몫을 인정하고 나서 대통령이 위원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지난 1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박재령 기자.

-김홍일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국회에 출석해 '방통위 2인 체제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위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위법을 왜 본인이 판단하나. 본인이 운영하면서 위법이라 하겠나. (2인 체제 의결을 문제로 지적한) 사법부의 판단이 있다. 김홍일 위원장 본인 입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 전체적인 의결은 다 무효라고 볼 수 있다.”

-동아일보·TV조선 출신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김홍일 위원장에게 방송3법에 대해 묻자, 지난 21대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안과 비슷하고 국회 몫을 제외한 16명 몫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논리가 말이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추천한 그 사람들은 우려스럽지 않고, 방통위가 선정한 미디어 학회 분들, 노조에는 포함되지 않는 기자협회, PD연합회, 기술인연합회 등이 다 편향적이라는 건가. 종편 출신이라서 이렇게 말하나 본데, 내용을 잘 모르면 가만히 계시라. 오히려 (국회 몫 제외한) 16명이 훨씬 중립적이다. 당에서 추천한 사람이 중립적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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