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 계절… ‘사랑의 말’로 견딜 수 있어요”

장상민 기자 2024. 7. 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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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인이 무더운 여름의 문턱에서 싱그러운 채소 같은 시집으로 독자를 응원한다.

안희연 시인은 '당근밭 걷기'(문학동네)를 통해 힘든 길을 함께 걷자고 말하고 이소연 시인은 '콜리플라워'(창비)를 통해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들로 잠시 웃음 짓게 만든다.

이 시인의 시집은 '우리 집 수건'에서 일상의 소재를 찾아 나선다.

이 시인은 "이 계절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의 말이니까 생활 속 애착을 충실히 담아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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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시집 펴낸 안희연·이소연
안 “슬픔 뒤엔 단단한 마음 가져”
이 “생활속 애정의 대상에 집중”
지난 6월 나란히 채소 제목의 시집을 출간한 안희연(왼쪽)·이소연 시인. 윤성호 기자

두 시인이 무더운 여름의 문턱에서 싱그러운 채소 같은 시집으로 독자를 응원한다. 안희연 시인은 ‘당근밭 걷기’(문학동네)를 통해 힘든 길을 함께 걷자고 말하고 이소연 시인은 ‘콜리플라워’(창비)를 통해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들로 잠시 웃음 짓게 만든다. “말을 맞춘 듯 채소 제목의 시집을 냈다”며 웃는 두 시인을 최근 문화일보사에서 만났다.

“여름은 사람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시간. 그 시간을 견딘 뒤에야 만날 수 있는 마음이 분명히 있다”며 웃는 안 시인. 그의 시집에 수록된 첫 시 ‘밤 가위’에서 화자는 ‘당신 발밑으로 이유 없이 새 한 마리가 떨어진다면 제가 보낸 슬픔인 줄 아세요’라고 말한다. 시인이 툭 ‘떨어뜨린’ 이 시집에도 그가 겪은 여름날의 슬픔이 담겨 있다.

시인이 겪은 슬픔의 시간은 ‘소등 구간’에서 비파, 살구, 매실 등 과일로 나타난다. ‘비파는 비를 피할 수 없어서/살구는 살아있고 싶은 날/매실은 매일의 구원을 위해/쌓아 놓은 것’이라고 말하는 화자에게 하나의 과일이란 그때의 마음이다. 안 시인은 “너무 슬프고 간절해서 물렁한 과일 같은 마음으로 살 수밖에 없는 날들이 있다”며 “진정 가지고 싶은 마음은 ‘당근’처럼 단단한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바심을 내지는 않는다. ‘오늘부로 너의 모든 계절을 만났어’로 시작하는 ‘자귀’는 자귀나무와 꼬박 1년을 보내고 쓴 시다. 안 시인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자귀의 마음으로 계절을 견디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썼다”고 했다. “함께 견디며 걸어서 마침내 당근밭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그 시간을 알고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이 시인의 시집은 ‘우리 집 수건’에서 일상의 소재를 찾아 나선다. ‘내가 발을 닦은 수건으로/남편이 얼굴을 닦는다’고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사소한 일상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그 수건들이 모두 돌잔치, 회갑연 등의 추억으로부터 건네졌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또한 여전히 새 수건이 모자란다는 모습에서 타인의 사랑을 간직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낸다. 이 시인은 “이 계절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의 말이니까 생활 속 애착을 충실히 담아보았다”고 말했다.

표제작 ‘콜리플라워’에서는 암에 좋다는 말 때문에 사온 콜리플라워를 두고 그걸 먹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난당한 사람들이/들판에 쌓인 눈을 퍼먹는 장면’이라고 말한다. 건강을 위해 채소를 먹으라는 엄마의 영상을 보고 ‘이런 건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거야’ 하고 생각하지만 ‘눈을 퍼먹는 기분’으로 끝까지 봤다고 고백한다. “저는 여름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힘든 계절을 조금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요. 그중에 발견한 사랑스러운 장면들을 여름이 힘든 분들께 보내드리고 싶어요.(웃음)”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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