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으로 ‘짜릿’, 산딸기로 ‘달콤’… 온가족 즐거운 ‘촌캉스’ [농촌愛올래]

구혁 기자 2024. 7. 3. 08: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농촌愛올래 - 2024년 농촌관광 사업
(4) 강원 강릉 ‘숨쉬러강릉’
옥계해변 찾은 가족단위 손님
“파도타기 첫 경험… 신기해요”
작년엔 투명카약·올해는 서핑
바다 프로그램 접목해‘시너지’
숙소에선 고즈넉한 산골 체험
산딸기 딴뒤 찹쌀떡 만들기도
22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에 있는 한울타리마을 산딸기밭에서 어린이들을 비롯한 농촌 관광객들이 직접 수확한 산딸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강릉 =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잠시만, 파도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 바로 지금!”

지난달 22일 강원 강릉시 옥계 해변에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서핑을 한창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진 날이었으나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태풍만 아니라면 비가 좀 오는 편이 서핑하기엔 오히려 좋다는 게 현장 서퍼들의 반응이다. 오히려 이런 날 평소보다 파도가 더 크다. 서프보드 위에 엎드려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기대와 즐거움으로 한껏 상기돼 있었다.

이날 옥계 해변을 찾은 12명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었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농촌 체험 관광을 선택한 부모들에겐 서핑까지 포함된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강다경 강릉 농촌애올래 매니저는 “대체로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보니 서핑이 아예 처음인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핑은 젊은 남녀의 취미라는 이미지와 달리 옥계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들은 자녀를 동반한 부부가 대부분이었다. 강 매니저는 “여름을 맞아 아이에게 이런 활동을 한번 체험해보게 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고, 겸사겸사 같이 배워보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남편과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강릉을 찾은 이연주 씨가 “오히려 우리 부부는 처음인데 아이는 해본 적이 있다”고 말하자 이 씨의 아들은 “엄마 아빠를 약간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으쓱해하며 웃음을 지었다. 강원 삼척시에서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왔다는 나용성 씨는 “강사가 자세하고도 쉽게 설명해줘서 좋았다”며 “서핑은 살면서 처음 경험해보는데, 가르쳐주는 대로 하니 쉽게 탈 수 있어 신기했다”고 말했다. 나 씨의 아내 송화경 씨 역시 “최고다. 예약이 힘들었는데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함께 온 막내아들이 피부 상처 때문에 함께 체험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나 씨의 딸 나원지 양은 “균형을 잡고 일어서는 게 가장 어려웠지만 그래도 재밌었다”며 웃음 지어 보였다. 실제로 이날 서핑을 체험한 이들 중 상당수는 살면서 서핑이 처음이라고 말했지만 이내 곧잘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릉시는 지역 단위 농촌관광 브랜드로 ‘숨쉬러강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다른 지역의 농촌 관광 프로그램과 달리 바다라는 자연환경은 ‘숨쉬러강릉’의 희소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다. 강 매니저는 “지난해에는 프로그램에 투명 카약을 접목해 반응이 꽤 좋았다”며 “올해는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처음으로 서핑을 프로그램에 넣었는데 마을 프로그램과 함께 시너지 작용이 잘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옥계 해변에서 서핑 체험이 끝나고 이동한 강릉시 옥계면 한울타리마을은 ‘숨쉬러강릉’의 숙소이자 농촌 체험장소다. 고즈넉한 산골짜기 사이 자리 잡은 마을은 활기가 넘쳤던 옥계 해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7∼8채의 작은 독채형 숙소가 자리 잡은 가운데 중앙엔 큰 물놀이장이 설치돼 있었다. 이 마을이 처음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도 어린아이와 함께 여름 물놀이 휴가 장소를 선택하기에 이곳처럼 적절하고 가성비 좋은 곳이 없다는 손님들의 평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녹음이 가득한 마을 주변에선 청개구리가 길가를 나다니는 자연을 볼 수 있었다. 이튿날 이곳에선 산딸기·쌈 채소 재배, 산딸기 찹쌀떡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잘 익은 산딸기는 이렇게 손만 대도 뚝 떨어져요. 검은색에 가까울수록 달고 맛있으니까 많이 드세요. 그리고 농약을 치지 않아서 벌레가 나올 수도 있는데, 몸에 좋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드세요. 하하.”

산딸기 수확 체험을 위해 이동한 600여 평 면적의 산딸기밭엔 성인 남성 어깨높이 정도의 산딸기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박진수 한울타리마을 사무장의 재치 있는 설명에 엄마 손을 꼭 잡은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연신 울렸다. 박 사무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작황이 좋진 않아서 열매 숫자가 적은 편”이라면서도, “그래도 맛 하나는 정말 좋으니 한번 먹어보라”고 권했다. 다른 것보다 유난히 색이 짙은 열매는 설명대로 힘을 주지 않아도 쉽게 딸 수 있었다. 동해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이명신 씨는 “한 3∼4년째 매년 오고 있다”며 “우리 아이가 여기서 산딸기를 처음 먹었는데, 다른 과일가게를 가도 성에 차지 않는지 여기 산딸기를 매년 찾는다”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이 마을 프로그램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워낙 유명해져 인근 지역에선 인기가 보통이 아니다. 역시 인근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임정희 씨도 “프로그램 자체가 가격 대비 좋다”며 “그렇게 비싸지 않으면서 이런 체험까지 하고, 마음껏 먹고 가져가는데 아주 만족스럽다”고 호평했다. 한울타리마을이 유명해진 계기엔 산딸기 체험도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사무장은 “보통 나무를 심으면 한 3년 정도 보는데, 그래도 개중엔 잘 버티며 10년씩 자라는 나무도 있다”며 “그렇게 오래 자란 나무들의 과실이 더 맛있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딸기 체험은 워낙 인기가 많아 당일치기로 찾는 사람도 아주 많다”고 덧붙였다. 마을에선 수확한 산딸기를 이용한 잼을 넣은 찹쌀떡 만들기 체험도 진행됐다. 고사리손으로 찹쌀떡을 주무르는 아이와 그런 자녀를 바라보는 부부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 가족들과 서핑을 즐긴 송 씨는 “서핑도 배우고 식사도 맛있고, 이런 체험까지 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라며 “후회 없는 여행”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