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또 ‘식물 방통위’...후임 위원장엔 이진숙 前MBC사장 물망

김대기 기자(daekey1@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2024. 7. 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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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장 자진사퇴
장기간 업무정지 방지위해
정부 후임인선에 속도낼듯
MBC 출신 이진숙 유력 거론
내달 방문진 이사 선임 등
공영방송 재편 갈등 불가피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 자진 사퇴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일 자진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또다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사퇴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두 번 연속 탄핵 소추를 앞두고 위원장이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하자 ‘야권 탄핵추진-위원장 사퇴’라는 무한 루프가 상당 기간 반복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난 이유는 앞서 이동관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방통위의 장기간 업무 중단을 막기 위해서다.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오랫동안 중단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사퇴로 현 ‘2인 체제’인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됐지만 대통령실은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조속히 후임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가 시동을 걸었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이사진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다. 김 위원장 자진 사퇴로 방통위가 ‘시계제로’에 상태에 빠졌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방통위 업무를 속전속결로 진행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후임 위원장으로는 지난해 여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됐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물망에 올랐다.

이 전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언론 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이 전 사장을 신임 후보자로 지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청문회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달 말 부임도 가능하다. 야당이 협조해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되나 방통위원장 자리는 국회 인준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대통령 의사에 따라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문진과 KBS, EBS 이사진 선임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는 오는 8월 12일 끝난다. 방통위 계획안에 따르면 계획안 의결일을 기준으로 14일 간 공모 기간을 갖고, 이후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이 같은 일정이라면 새 방문진 이사진은 8월 중으로 구성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와 참석한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꼼수사퇴 김홍일 규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야권 탄핵추진-위원장 사퇴’ 악순환의 배경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깔려 있다. 방통위는 KBS 이사 추천권과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이사 및 감사, EBS 이사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야권 성향의 시민단체와 언론단체로 확대해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를 유리한 구도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정부는 후임 방통위원장을 조속히 임명해, 김 위원장 사퇴로 ‘1인체제’가 된 방통위를 다시 ‘2인체제’로 만들어 의사 정족수(2인 이상)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후 2인 체제에서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채워진 방문진 이사를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여(6명)-야(3명)’ 방문진 이사 구조로 MBC 사장 교체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지 반년 만인 2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 = 방통위]
김 위원장이 퇴임식에서 자진 사퇴 이유에 대해 “야당의 탄핵소추 시도는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구하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저에 대한 직무 정지를 통하여 방통위 운영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라며 “방송·통신 미디어 정책이 장기간 멈춰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진사퇴가 방통위 마비 장기화를 막고, 공영방송 재편 작업 등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결단이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사퇴한 김 전 방통위원장을 향해 “도망간다고 끝이 아니다”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김 전 위원장이) 도망칠 것 같아서 지난달 28일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했다”며 야7당이 합의한 국정조사도 신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 언론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합의제의 취지는 유지하되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장치를 더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처럼 국회에 기관을 두고 행정력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대기 안정훈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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