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서 도둑으로 몰린 여중생…사진 공개한 업주 고소
유영규 기자 2024. 7. 3. 08:48
▲ 무인점포에 공개된 여중생 얼굴
무인점포 업주가 여중생을 절도범으로 오해해 그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였다가 경찰에 고소됐습니다.
오늘(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 중부경찰서는 샌드위치 무인점포 업주 40대 A 씨를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전날 접수했습니다.
A 씨를 고소한 중학생 B 양의 아버지는 언론 통화에서 "딸이 지난달 29일 밤늦게 A 씨 점포에서 3천400원짜리 샌드위치를 '스마트폰 간편결제'로 샀다"며 "이틀 뒤 딸이 다시 가게에 갔을 때 얼굴 사진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딸은 도둑으로 몰린 자신의 사진을 보고 너무 놀라 지금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앞으로 (동네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느냐"고 하소연했습니다.
당시 A 씨는 B 양을 절도범으로 오해해 그의 얼굴이 드러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캡처한 뒤 종이로 출력해 가게 안에 붙였습니다.
그는 사진 밑에 "샌드위치를 구입하고는 결제하는 척하다가 '화면 초기화' 버튼을 누르고 그냥 가져간 여자분!! 잡아보라고 CCTV 화면에 얼굴 정면까지 친절하게 남겨주고 갔나요? 연락 주세요"라고 썼습니다.
그러나 A 씨는 B 양이 샌드위치값을 정상 결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A 씨는 "지금까지도 결제용 기기(키오스크)에는 B 양의 구매 내역이 없는데 오류가 난 걸로 보인다"며 "어제 오전 간편결제 회사에 문의했더니 정상적으로 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담하게 절도를 저지르는 것 같아 괘씸한 마음에 얼굴 사진을 공개했는데, 상처받은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B 양 부모는 A 씨가 결제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딸의 얼굴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고 모욕감을 줬다며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혔습니다.
B 양 부모는 "간편결제를 처음 써 본 딸이 혹시 결제가 안 돼 절도범으로 오해받을까 봐 가게 안 CCTV를 향해 결제 내역을 보여줬는데 도둑으로 몰렸다"며 억울해했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B 양이나 그의 부모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한 뒤 A 씨를 상대로도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할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을 조만간 불러 조사하고 무인점포 업주에게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무인점포에서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손님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이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절도를 의심해 손님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였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무인 문방구 업주는 지난 3월 1심에서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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