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가계부채 '6조' 증가… 대출 정책에 영끌 위험 수위

김성아 기자 2024. 7.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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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위주로 주택 매수세 ↑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하락으로 주택 매수 수요와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러스트=여누
# 30대 회사원 김씨는 최근 서울 노원구에 소재한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8억원대에 매수했다. 그는 "임대차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임대료는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려 내 집 마련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21년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정책이 하반기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내 집 마련 수요가 급증하며 가계부채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고금리 정책에도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와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 하락을 시행해 매수 수요를 움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 통계도 나타나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살아나고 '패닉바잉'(향후 집값 급등을 우려한 주택 구매)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182건으로 전월(4840건) 대비 7.1%, 지난해 5월(3720건) 대비 39.3%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5000건을 넘어선 것은 패닉바잉 열기로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8월(5054건) 이후 처음이다. 6월 거래량도 4892건으로 거래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을 고려할 때 5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만에 최대 수준의 거래량이다.

특히 30대 매수자 비율이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 가운데 30대는 7만6850명으로 지난해 5만5355명에 비해 38.8% 늘었고 전체의 45.2%를 차지했다. 40대는 4만3501명으로 전년 대비 32.3% 늘었다.


정부 정책이 영끌 부추겼나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30·40세대의 주택 구매를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선 정부 정책이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월 출산 2년 이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구에 연 1.6~3.3% '신생아 특례대출'을 내놨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년 만에 고정금리를 중심으로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지난달 말 기준 연 2.94~5.76%로 집계됐다. 대출 문턱이 낮아지며 매수를 고민하던 이들도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월간 2000건대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된 3월에 4000건대로 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위원회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시행일을 연기했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향후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차주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연체 위험 등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해 대출 한도에 선제 반영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을 도모하고 서민과 자영업자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런 조치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도 불을 붙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상승세 견인


문제는 폭증하는 가계부채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6조원가량 늘어 지난해 10월(6조7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의 증가폭을 보였다. 불어나는 가계대출의 중심에는 주담대가 있다. 지난 5월 증가분의 대부분인 5조7000억원이 주담대 몫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9억원 이하 주택 등에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 인하 영향과 정부의 대출 지원 정책으로 경매시장에선 수도권의 낙찰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비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양가가 급상승하면서 전셋값에 영향을 미쳐 일부 매수 대기자들이 변동성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하며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에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과 달러 강세가 지속돼 주택 구입을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 소득 대비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현재 매수세는 서울에만 집중돼 일시 현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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