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꽃 도둑

2024. 7.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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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드닝 동호회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꽃 모종을 사서 단지 곳곳에 심었다.

그런데 입주 초부터 정성껏 심어 놓은 꽃을 몰래 캐 가는 사건이 왕왕 발생했다.

꽃 모종 정도는 뽑아가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는지, 이거 하나 뽑아간다고 누가 알아채기라도 할까라는 생각이었는지 입주 2년 차가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만하면 꽃을 뽑아 가서 꽃을 가꾸는 회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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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옥녀 소설가.

아파트 단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드닝 동호회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꽃 모종을 사서 단지 곳곳에 심었다. 그런데 입주 초부터 정성껏 심어 놓은 꽃을 몰래 캐 가는 사건이 왕왕 발생했다. 석가산 앞에 심은 알리움 한 송이가 없어졌고, 바위 틈에 심어 놓았던 용담도 사라졌다. 얼마 후에는 미니 장미 한 움큼을 뽑아갔고, 줄 맞춰 심어 놓았던 마가렛도 밤사이 없어졌다. 화단 앞에 '꽃을 뽑아 가지 마세요'라는 푯말을 세워 놓아도, 단지 내에 커다란 현수막까지 내 걸어도 누군가 자꾸 꽃을 훔쳐갔다.

범인을 잡기 위해 CCTV를 돌려보아도 모자를 써서 얼굴 식별이 불가능했고, 교묘하게 CCTV에 보이지 않는 곳이나 밤에만 꽃을 뽑아갔다. 단지 주민인지 외부인인지도 알 수 없었고, 동일인인지 여러 명의 소행인지도 알 수 없었다.

꽃 도둑은 점차 과감하게 일을 처리했다. 새 모종을 심어 놓고 난 후면 보란 듯이 그날 밤 모종을 뽑아갔다. 층층이 탑을 쌓아 올리며 피는 루피너스, 방긋 웃는 데모루, 노란 달맞이꽃 그리고 소담한 버베나 모종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훔쳐갔다. 꽃 모종 정도는 뽑아가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는지, 이거 하나 뽑아간다고 누가 알아채기라도 할까라는 생각이었는지 입주 2년 차가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만하면 꽃을 뽑아 가서 꽃을 가꾸는 회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없이 살던 시절의 책 도둑은 애교로 봐 줄 수 있고, 공공장소에서 급할 때 사용하는 전기 도둑도 그렇다 치자. 하지만 허락 없이 꽃을 캐 가는 행위는 엄연히 절도행위다.

우리 주위에는 꽃뿐만이 아닌 여러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와 길가의 풀들 조차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굳이 다 함께 보고자 하는 공동체의 구성품을 이기적인 마음으로 훼손해야 하겠는가? 내 주위와 내면의 아름다음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심옥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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