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쿠팡만 잡는다면"…GS리테일 '적과의 동침'

정혜인 2024. 7. 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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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투자 쓴맛 본 GS리테일
요기요 경쟁사인 배달의민족 입점
'퀵커머스 강화' 니즈 맞아 협력키로
/ 사진=GS리테일

최근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GS더프레시가 배달의민족 '배민장보기·쇼핑'에 입점했습니다. 이제 배달의민족 내 배달 커머스 서비스 '배민장보기·쇼핑'에서 GS25 대표 상품과 GS더프레시 신선식품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사실 GS리테일과 배달의민족은 '경쟁사'입니다. GS리테일이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의 대주주이기 때문인데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한때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시장을 양분하는 사업자였습니다. 이렇게 경쟁 관계인 GS리테일과 배달의민족이 손을 잡은 이유가 뭘까요.

수천억 투자한 GS

우선 GS리테일의 퀵커머스 투자가 대부분 실패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GS리테일은 그간 다양한 신사업에 투자해왔는데요. 가장 주목한 신시장이 바로 이커머스, 그 중에서도 '퀵커머스'였습니다.

퀵커머스는 주문 직후 배달을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의 경우 주문 후 배송에 1~3일 정도 소요됩니다. 빠른 배송이 강점인 쿠팡의 로켓배송 등도 익일배송이 원칙입니다. 반면 퀵커머스는 배달 음식처럼 주문 직후 물품 배송이 이뤄져 1시간 내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GS리테일이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입니다. 당시 GS리테일은 GS25에서 고객이 주문한 배달 상품을 일반인들이 배달해 주는 사업인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를 시작했습니다.

/ 사진=GS리테일

이어 같은해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의 합병도 결정하는데요. 현재의 GS리테일은 2020년 GS그룹 내 유통사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합병해 출범한 기업입니다. 오프라인 점포를 가진 GS리테일과, TV홈쇼핑 및 모바일 쇼핑 사업을 하는 GS홈쇼핑을 합쳐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겠다는 게 당시 GS의 계산이었습니다. 모바일 취급고를 7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합병이 결정된 후 GS리테일(당시 GS홈쇼핑)이 처음으로 단행한 투자는 '부릉(당시 메쉬코리아)'이었습니다. GS홈쇼핑은 2021년 4월 부릉의 지분 19.5%를 약 5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GS리테일과의 합병까지 3개월여 가 남은 시점에 서둘러 부릉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건 그만큼 퀵커머스 사업에 대한 의지가 컸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통합 GS리테일 출범 후 첫 투자가 바로 요기요였습니다. 당시 요기요는 배달 앱 시장 점유율 약 25%의 2위 사업자였습니다. GS리테일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요기요의 지분 100%를 사들였는데요. GS리테일은 구주 30%를 확보하고 증자에 참여하면서 총 3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해 말에는 카카오모빌리티에도 650억원을 투자했죠.

투자 실패

우딜 론칭, 부릉과 요기요,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등으로 GS리테일은 단숨에 퀵커머스 시장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이들 서비스간의 시너지를 통해 퀵커머스를 본격적으로 키운다는 계획이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요기요 앱과 오프라인 채널을 연결한 '요마트'와 '요편의점'입니다. 요기요 앱에서 GS더프레시와 GS25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퀵커머스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GS리테일이 투자한 기업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GS의 퀵커머스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가장 먼저 부릉이 문제였는데요. 부릉의 수익성이 악화하며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습니다. 결국 GS리테일은 2022년 말 기준 부릉 지분 가치를 전액 상각 처리했습니다. 이 지분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미리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는 뜻입니다. 부릉 지분가치가 '0'이 됐으니 사실상 부릉 투자 회수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사진=와이즈앱·리테일·굿즈

요기요도 마찬가지입니다. 요기요는 주인이 바뀐 이래 배달앱 시장에서 좀처럼 점유율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손실만 누적되고 있는데요.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의 지난해 매출액은 2857억원에 영업손실은 655억원이었습니다. 당기순손실은 4565억원에 달했죠.

게다가 최근에는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앞세워 점유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요기요를 업계 3위로 밀어냈습니다. 앱 시장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5월 요기요의 배달앱 사용자 수 점유율은 16%로 전년 동월보다 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쿠팡이츠의 5월 점유율이 전년 동월보다 10%포인트 상승한 20%가 된 것과 대조적이죠.

이렇듯 대부분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갔다보니 GS리테일이 자체 역량만 가지고 퀵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결국 GS리테일은 지난해 네이버 장보기에 GS더프레시를 입점시킨 데 이어 올해는 배달의민족의 손을 잡았습니다. GS리테일은 배달의민족 내에 GS25 2000여 점과 GS더프레시 전 점을 우선 1차 오픈한 후 올해 연말까지 GS25를 6000여 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퀵커머스로 차별화 하는 배민

GS리테일과의 협력은 배달의민족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달의민족 역시 최근 쿠팡이츠의 추격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배달의민족은 여전히 점유율 60%의 시장 1위 사업자지만 쿠팡의 공세로 위기감이 상당히 고조돼 있습니다.

또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3사 합계 결제추정금액과 결제자 수가 큰 변화 없이 정체돼 있습니다. 배달앱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만큼 성장이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배달앱 시장 자체가 커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경쟁사의 파이를 빼앗아오거나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겠죠.

배달의민족이 퀵커머스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2019년 11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B마트'를 론칭했는데요. 배달 서비스로 쌓은 노하우를 온라인 장보기에도 적용한 서비스입니다.

사실 퀵커머스는 실시간 재고 관리와 배차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배송'과는 다소 결이 다릅니다. 빠른 배달을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물류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달 기사를 배정해야 1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죠. 국내에서 배송 역량으로는 내로라하는 쿠팡마저 이 시장에서는 고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쿠팡이츠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쿠팡이츠마트'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선보였다가 지난해 서비스를 축소한 바 있습니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고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비슷한 규모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배달 앱 시장에서 퀵커머스 노하우를 쌓았다는 점에서 경쟁사에 앞섭니다. 쿠팡이츠의 추격을 뿌리칠 새로운 먹거리로 퀵커머스를 활용할 수 있겠죠.

이 때문에 최근 배달의민족은 자체 장보기 쇼핑 서비스 B마트 외에도 배민장보기·쇼핑까지 퀵커머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배민장보기·쇼핑에는 유통업체들이 입점해 자체배달이나 배민배달로 주문된 상품을 배송해줍니다. 배달의민족은 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입니다.

이번에 GS리테일이 합류하면서 배달의민족 앱에는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4개사가 모두 입점하게 됐습니다. 또 SSM도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 이어 GS더프레시까지 3개 브랜드가 들어섰습니다. 배달의민족 앱 내 이용 가능한 주요 편의점 및 SSM 매장 수는 총 1만2700여 개에 달합니다.

이렇듯 최근 쿠팡과 쿠팡이츠의 성장으로 배달 앱뿐만 퀵커머스 시장까지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GS리테일과 배달의민족까지 '경쟁'을 벗고 협력 관계에 나선 만큼 시장 판도도 계속 변화할 전망인데요. 또 양사의 시너지가 어떨지, 또 어떤 새로운 사업자가 퀵커머스 시장에 등장하게 될지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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