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의원 “무기 개발 중 숨진 방산업체 직원도 국립묘지 안장해야” [세상을 보는창]

박병진 2024. 7.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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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만 순직 처리해 예우 관련법 때문
나라 위해 헌신한 이들 대우 받도록 해야
北 오물풍선 때 전군 일요일에 비상근무
전투식량 비용 개인에 전가… 기막힌 노릇
北·러 밀착 가속화로 한반도 위기감 고조
南 전술핵 배치·핵무장 등 논의 수면위로
핵무장 잠재력 확보 해법 모색에 나서야

지난해 9월26일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개발 중인 해병대 차기 상륙돌격장갑차(KAAV-Ⅱ)가 침몰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는 시제품 개발을 위해 장갑차에 타고 있던 국내 방산업체 직원 2명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했다. 무기 개발 과정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사고를 막기 위한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적지 않은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자주국방의 최전선에서 목숨을 잃었다. 국립묘지 안장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지만 희생자들은 그곳에 묻히지 못했다. 무기를 개발하는 도중에 인명피해사고가 발생하면 공무원만 순직 처리해 국립묘지에 묻히도록 하는 관련법의 제한 규정 때문이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병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군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으로 지금 추세대로라면 2040년쯤 우리 군은 30만명을 채우기도 힘들 것”이라며 직업군인 처우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유용원(60) 의원은 “이런 국립묘지안장법 맹점을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얼마 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또 그런 생각을 심어주도록 하는 게 입법 취지”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1993년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31년 동안 국방부와 군 관련 기관만 취재한 군사전문기자 출신이다. 이 과정에서 육사 출신 사조직 ‘하나회’ 명단을 최초 공개해 김영삼정부가 문민통제 기틀을 세우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그는 ‘잠재적 핵능력 확보’를 추진하는 법안 발의도 준비 중이다. 군 안팎에서 그의 활동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 의원을 만나 의정활동 각오와 포부를 들었다.

―군사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국회에 등원한 경우는 처음이다. 소감은.

“나름대로 국방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자부한다. 마침 지난 총선에서 국회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앞으로 대한민국 정체성 수호와 직업군인 처우개선 등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

―군인 주택수당 현실화 관련 법안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군 간부 복무 여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얘긴가.

“현행법상 군인이 관사나 간부 숙소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 정부가 16만원의 주택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군인 주택수당은 1995년 이후 27년간 월 8만원으로 동결돼 오다가 2022년 16만원으로 인상된 바 있지만 일선 부대에서 군인들의 실질적인 주거안정을 지원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오죽하면 이런 주택수당을 받는 장기복무 군인들 사이에서 모멸감이 들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돌겠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부대 소재지 주택 임차료 시세를 고려해 주택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군인보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요즘 군대 좋아졌다’는 소리도 나오는데.

“병사들은 복무기간이 줄고 월급까지 대폭 올라 복무환경이 나아졌다. 반대로 초급간부 지원율은 크게 하락했다. 초·중급 간부를 대하는 낙후된 현실에 절망해 군을 떠나는 이가 부지기수다. 군에 당직수당이란 게 있다. 과거 초급간부에겐 이런 당직수당이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씩 지급됐다. 국방부 공무원들은 평일·휴일 구분 없이 3만원을 받았다. 소방공무원은 평일 5만원, 주말 10만원을 받는 것과 너무 비교된다. 누구라도 차별을 느끼지 않았겠나.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군 초급간부 수당인상 등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야 수당을 올렸다. 군인들 자존심이 어땠겠나. 군대가 군대다워지려면 그에 맞는 복지 수준과 근무여건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군의 사기는 복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군 기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얼마 전 북한이 3차 오물풍선을 살포했을 때다. 일요일인데도 전군이 비상근무를 했다. 일부 장교에게는 그날 지급된 전투식량 비용을 개인이 지불해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비상근무로 희생한 것인데, 그에 따른 비용까지 개인에게 전가한다면 군 기강이 바로 설 리 있겠나. 병사들 경우는 좀 다르다. ‘군기가 빠졌다’는 세간의 우려가 100% 맞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지금 젊은 세대는 과거와 판이하게 다르다. 과거엔 ‘무조건 복종’이 불문율이었다면 지금은 상관이 병사에게 ‘당신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설득까지 해야 한다. 과정이 좀 복잡하지만 지금 병사들은 동기부여만 되면 오히려 더 합리적이고 열심히 한다. 명령에도 충실히 따른다. 세상이 바뀌는데 군대라고 그대로 있겠나.”
―최근 오물풍선,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북한의 도발 의도는 뭐라고 보나.

“오물풍선 도발은 2022년 12월 북한 소형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투 때처럼 회색지대 전술이다. 단거리탄도미사일 수십발을 쏘는 것보다 더 큰 충격과 남남 갈등을 유도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런 도발 패턴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대전차 방벽과 지뢰를 설치하고 불모지를 조성하는 등 최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일대 침범도 잦다.

“기본적으로 대전차 방벽은 방어용이다. 북한 내 탈북자를 막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의 주장처럼 통일을 지우고 분단의 고착화를 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오히려 서북도서 등에서의 국지 도발 가능성을 더 염두에 둬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북·러 밀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한반도 정세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한반도가 신냉전의 최전선이라거나 화약고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러시아도 국제사회에 다시 손을 내밀어야 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지금과 같은 북·러 밀착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향후 북한이 대러 무기 수출에만 그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기들 무기 검증 외에 실전 경험의 기회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파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병부대 외에 특수부대 파병 시나리오를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북·러 밀착이 가속화하면서 북핵 억지를 위한 한반도 전술핵 배치와 핵무장도 거론된다.

“다양한 핵 위협에다가 오물풍선 대량 살포, 군사분계선 월경 및 장벽 구축 등으로 도발 양상이 하이브리드화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까지 한 마당이다. 우리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과 같은 산적한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한반도 핵무장은 국익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부담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

―핵무장 관련 포럼을 개최한다고 들었다.

“핵무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국회 무궁화 포럼’을 9일 발족한다. 핵무장 잠재력 확보는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면서도 유사시 언제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럼을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 형성, 국가안보 강화와 경제 산업적 실리를 취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앞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의 시대를 맞고 있다. 북·러 밀착뿐만 아니라 미 대선 이후 한반도 안보질서는 급격하게 요동칠 것이다. 대비 차원에서라도 핵무장 잠재력 확보 등 우리 스스로의 해법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우리 정치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안보 분야에서만큼은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데.

“국방위 역시 안보위기에 대처하고 강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으로 옥신각신할 것 같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은 너무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된 듯해 안타깝다.”

―얼마 전 성주 사드 반대 집회장 주민들이 자진 철거했다는 소식이다.

“사드 전자파 논란은 미국의 사드 교범을 과도하게 해석한 일부 전문가의 발언을 근거로 주한미군 철수 및 배치 반대에 매몰된 이슈였다. 지난 정부에서 적폐청산 이슈로 몰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본질을 왜곡한 채 침소봉대(針小棒大)됐다. 8년간의 소모적인 논쟁이 일단락돼 다행스러운 일이나 과학보다는 선전, 선동에 휩쓸려 안보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진 아픈 기억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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