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차트병과 필경사

허행윤 기자 2024. 7.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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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도 제대로 벗을 수 없었다.

필자가 군대에서 차트를 쓰는 행정병(차트병)으로 근무했던 시절의 추억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류와 차트 작성은 손글씨로 이뤄졌다.

보고용 차트는 신문지 두 장 정도 크기인 전지에 손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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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군화도 제대로 벗을 수 없었다. 초안이 밤 늦게 나와서다. 필자가 군대에서 차트를 쓰는 행정병(차트병)으로 근무했던 시절의 추억이다.

필체가 좋아 선택받았던 보직은 아니었다. 줄을 잘 선 덕분이었다. 훈련 안 받고 철책 근무도 면제 받으니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베이비부머들이 동감할 터다.

행정반이라고 불리던 사무실에는 미군이 쓰던 타자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류와 차트 작성은 손글씨로 이뤄졌다. 전형적인 아날로그시대였다. 보고용 차트는 신문지 두 장 정도 크기인 전지에 손으로 썼다.

최근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쓰는 공무원을 새로 뽑았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역대 다섯 번째다.

인사혁신처 공고에 따르면 최종 합격자는 56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자는 오는 4일까지 등록을 마치고 신원 조회와 신체검사에 문제가 없으면 제5대 필경사(筆耕士)로 임용된다. 지난 2018년 11월 제4대 필경사로 김동훈 주무관이 선발된 뒤 6년여 만이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3대 필경사였던 김이중 사무관이 지난해 초 퇴직하면서 같은 해 2월 공고를 냈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해 선발을 보류한 바 있다. 당시에는 1명 채용에 21명이 지원했다. 자판에 의존하는 MZ세대에겐 낯설겠지만 지난 1962년 처음 생긴 이래 62년 동안 단 4명밖에 없었던 직군이다. 1년 넘게 김동훈 주무관이 홀로 업무를 도맡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5월1일 다시 채용 공고를 냈다. 그리고 적임자를 찾았다.

지난 2005년 임명장을 전산화한 적도 있었지만 공직자들의 의견 제기로 수기 임명장이 복원되기도 했다.

디지털시대에도 아날로그시대 직군이 대통령실에 살아 있다. 임명장을 자판으로 때울 수 없다는 상징성 때문일까.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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