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공지능의 미래, 기대와 두려움 사이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2024. 7. 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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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가히 'AI(인공지능)의 시대'라 할 만하다. 주가랠리를 주도해온 AI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두고 삼파전을 벌이고 AI와 반도체는 기술산업과 투자시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AI는 이미 기술, 경제, 투자영역을 넘어섰고 AI스피커, 생성형 AI앱, AI컴퓨터, AI스마트폰 등 어느새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왔다. AI가 인류의 미래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채널을 서핑하다 우연히 넷플릭스 영화 '아틀라스'를 시청했다. 일부러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AI를 다룬 SF라 눈길이 갔고 끝까지 정주행했다. 스토리는 대충 이렇다. 원래 가정용 AI로봇으로 제작된 할런은 돌발 사고로 인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세계 최초 AI테러리스트가 된다. 그는 미지의 행성으로 도피해 비밀 테러조직을 만들고 조직적 테러를 벌이며 지구의 인류와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인다. AI로봇의 반란으로 인류가 위기를 맞는다는 시나리오의 SF는 이전에도 왕왕 있었지만 요즘 들어 부쩍 AI영화가 많아졌다.

최근 개봉한 영화 '원더랜드'의 소재도 AI다. '원더랜드'는 고객 생애 데이터를 학습한 AI프로그램이 죽은 사람을 복원해 가족, 친구 등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노환, 지병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이 서비스에 가입해 사후 어디서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하면 죽은 뒤 망자와 남은 자는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망자에게 전화할 수도 있고 망자가 전화를 걸기도 한다. 가상의 원더랜드에서 망자는 기억데이터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 정말 살아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런 세상은 미래 AI기술이 구현해낼 것이다.

AI테러리스트나 AI망자 서비스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아틀라스'엔 세계 최초 AI테러리스트가 등장하지만 이는 먼 훗날에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AI가 테러에 사용된 역사적 사건이 있다. 2020년 11월 이란 최고 핵과학자 파크리자데는 경호원과 함께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살인 AI'의 기관총 난사로 살해됐다. 당시 현장의 무인트럭은 안면인식 AI시스템을 갖췄고 원격조종으로 공격한 뒤 자폭했다.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비밀작전을 수행해온 이스라엘과 미국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지만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분명한 것은 AI가 테러에 사용됐다는 팩트다.

AI는 인류에게 엄청난 편익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극단적 두려움의 대상이다. 르네상스 이후 인간은 스스로 역사의 주체라 인식하며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인간 이외의 주체가 등장할 가능성 때문에 인간은 두려움을 느낀다. AI에 대한 두려움은 통제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위협을 느끼는 것은 물리적 위험, 고립, 질병, 초자연적 존재 등 다양하지만 미래의 불확실성 역시 공포심을 자아낸다. 통제불능 AI로 인한 불확실성은 바로 그런 두려움의 원천이다. 인간이 만든 AI가 특이점을 넘는 순간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불안에서 극한의 두려움이 시작된다.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을 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의 미래는 결국 인간의 기대와 두려움 사이 어디쯤 위치하게 될 것이다. AI에 대해 희망만 얘기해도 안 되고 위험만 과장해도 안 된다.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고 미래는 다음의 3가지에 달렸다. 지구의 미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달렸고 사회의 미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좌우된다. 피할 수 없는 마지막 관계는 인간과 AI의 관계다. AI는 인간의 협력자, 조력자, 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그 전제는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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