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두 번의 탄핵, 무엇을 배웠는가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2024. 7. 3.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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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 결정은 한 번뿐이지만
국회 탄핵안 의결은 모두 두 번
2004년 노무현과 2016년 박근혜
민주당도 탄핵은 ‘뜨거운 감자’
속내야 어떻든 겉으론 조심조심
여당은 주류가 판도라 상자 열어
국힘 전당대회 탄핵 위기론 보라
지난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일러스트=이철원

최근 ‘탄핵’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서명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이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께서 청원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서버 증설 등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하니 이 숫자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 같다.

탄핵에 진심이건, 단순히 경고장을 날리고 싶건 간에 윤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여기 모여 있는 셈이라면 정반대 쪽에도 탄핵 이야기가 무성하다. 여당 전당대회에서 특정 당권 주자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과 대통령을 지키는 정통 보수를 자임하는 유튜버들이 탄핵 위기론과 대통령 탈당 가능성의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국민동의청원 취지를 보면 들을 만한 비판도 있지만 한미 합동 군사훈련 확대를 전쟁 위기 조장이라 주장하고 일본의 후쿠시마 핵 폐수 방류에 대한 대처를 국가와 국민의 생명 안전권 침해로 규정할 만큼 정합성이 떨어지니 큰 힘이 실리긴 어려울 것 같다.

특이한 것은 후자 쪽이다. 채상병 특검이나 다른 문제로 인해 대통령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야당이 이를 기화로 밀어붙이면 차기 대권에 욕심이 있는 당 대표가 가세해서 탄핵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사욕이 있는 여당 대표가 야당 편을 들어 탄핵에 가세하면 어떻게 차기 권력을 쥐게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따지고 보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 때도 대권 후보군으로 꼽히는 안철수 후보와 경쟁하던 김기현 후보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 그런 분란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똑같은 그림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것은 단 한 차례지만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시킨 것은 두 번이다. 그 두 번에 대한 여야의 기억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안 국회 의결과 헌재 기각은 당시 신생 소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안착하고 지지층이 지금처럼 구조화되는 호기로 작동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대선 자금 차떼기 파동과 탄핵 책임론이 겹쳐 당의 문을 닫고 천막 신세를 지다가 겨우 기사회생했다.

2016년 겨울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결 후 기억도 정반대다. 조기 대선을 통해 민주당은 손쉽게 정권을 잡았고 지금까지 탄탄대로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자중지란 끝에 둘로 쪼개져 오랫동안 ‘탄핵의 강’에서 허우적거렸다.

2021년에 진행된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단 첫 전당대회에서야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근혜 키즈’ 이준석은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다른 생각과의 공존’을 강조하면서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생각을 대구 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우리 사이에서는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을 것이며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하여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민의힘 당원들과 보수 지지층은 이 주장을 수용했다. 이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은 탄핵의 그림자를 떨쳐냈고 그 이후에서야 ‘(탄핵) 촛불 정권’을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정, ‘검사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과 정권 교체가 이어졌다. 손쉽고 압도적인 정권 획득 이후 5년 만의 실권으로 민주당에도 탄핵은 일종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속내야 어떻든 야당은 아직까지도 탄핵이라는 단어가 조심스럽다. 조국혁신당조차 탄핵보다는 ‘임기 단축 개헌’을 앞장세웠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속으로만 주판알을 계속 튕기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당은, 그것도 주류를 자임하는 인사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활짝 열어젖혔다. 지난해 봄에 탄핵 위기론을 앞장세워 당권을 쥔 후 어떤 일들이 펼쳐졌는지 아는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그대로 벌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제대로 된 당청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제 목소리 내는 여당 노릇 못 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무릎 꿇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배신을 막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바보도 자기 경험으로부터는 배운다”가 그 앞에 나오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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