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97] 오천항 키조개 두루치기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4. 7. 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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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항과 충청수영 영보정(가운데 하단에 있는 정자가 영보정)

수영은 조선시대 수군 지휘부 ‘수군절도사영’이다. 수영은 부산 수영, 경남 통영, 전남 여수와 해남, 그리고 충남 보령에 있었다. 임진왜란이 여러 장르에 등장하면서 알려졌지만, 충청수영은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수영은 모두 아름답고 전망 좋은 곳에 자리했지만, 오천항에 있는 충청수영 영보정은 으뜸이다. 다산도 백사도 이곳을 찾아 조선 최고의 정자라 칭송했다. 그곳에 맛이 빠질 리 없다. 오늘날 오천항을 대표하는 해산물은 키조개다. 인근 보령항까지 모두 37척의 키조개를 채취하는 잠수기 어선이 있으며, 그중 15척은 오천항에 선적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키조개의 60~70%를 공급한다.

오천항 키조개 두루치기

오천항 키조개는 종패를 뿌리지 않는 자연산이다. 이곳에서는 키조개로 회, 무침, 볶음, 데침, 두루치기 등 다양하게 조리한다. 그중 두루치기를 주문했다. 보통 두루치기는 육고기를 넣고 콩나물이나 버섯과 볶다가 양념한 육수로 끓인다. 섬이나 어촌에서는 육고기 대신 해산물로 대신한다. 태안에서 두루치기에 붕장어를 선택하듯이 이곳에서는 키조개를 이용한다. 키조개 관자, 날개살, 꼭지살을 버섯, 미나리, 양파, 대파 위에 올리고 양념장을 올려 보글보글 끓인다. 채소와 키조개에서 나오는 육즙으로 충분해 육수를 넣지 않는다.

키조개 채취를 마치고 들어오는 잠수기어선

키조개를 채취하는 잠수기 어업은 물속의 잠수부와 배 위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줄을 잡는 선원의 호흡이 중요하다. 수심 40미터 내외의 물속에서 키조개를 찾아 이동하는 잠수부의 동선을 따라 배를 이동해야 한다. 잠수부가 호흡할 때 배출하는 기포가 그 궤적이다. 채취한 키조개를 올리거나 물 밖으로 나가는 신호,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약속한 신호로 소통한다. 지속 가능한 어업과 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가 있고, 배 한 척이 채취해야 할 양도 정해져 있다. 조류가 거세고 들고 나는 물이 많은 사리 물때에 작업이 제일 힘들다. 물속에서 일하는 해녀도 이 물때는 피한다. 갈고리로 키조개 구멍을 확인하고 하나씩 뽑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키조개는 진흙을 씻고 껍데기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한 후, 커다란 수저 모양의 도구로 조가비를 열고 관자를 꺼낸다. 키조개는 쉬 상하기 때문에 바로 급속 냉동 보관한다.

키조개는 패각을 열고 닫는 역할을 하는 관자 부분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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