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타인을 돌보는 마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왼쪽 볼에 콩알만 한 상처가 났다.
약사는 내 상처를 살펴보고서 적당한 사이즈의 습윤 밴드를 내주었다.
그들은 모두 다른 얼굴로 모두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러고는 그 특유의 무심한 얼굴로, 아이를 달래는 법도 없이 묵묵히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가 약사를 신뢰하는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번은 약국 앞에서 열살쯤 되는 남자아이가 넘어진 일이 있었다. 아이가 탄 자전거가 보도블럭에 앞바퀴를 세게 부딪히더니 순식간에 옆으로 누워버렸다. 시멘트 바닥에 길게 쓸린 아이 종아리에 피가 번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손바닥도 팔꿈치도 온통 쓸린 상처 투성이었다. 약사는 생수병을 갖고 나와 아이의 종아리와 손바닥을 물로 씻어낸 뒤 아이를 데리고 약국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그 특유의 무심한 얼굴로, 아이를 달래는 법도 없이 묵묵히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의 자전거를 세워 약국 앞에 끌어둔 뒤 가던 길을 갔다. 그 모든 과정이 기이할 만큼 고요하고 차분하게 이루어졌다. 약사는 무뚝뚝했지만 필요한 곳에는 반드시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 약사가 친절하지 않은 것이 좋다. 약사가 높은 억양으로 말꼬리를 늘이면서 말하지 않는 것이, 보고 있는 내 뺨이 저릴 정도로 종일 웃고 있지 않은 것이, 의무적으로 서비스 상품을 내놓지 않는 것이 나는 좋다. 언제부터 우리는 과도한 친절을 당연시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친절을 틀에 맞춰 학습한 뒤 무한재생하는 것에 불과할지 모르는 데도 말이다. 타인을 보살피는 마음과 성실함. 약사에게 그보다 좋은 덕목이 또 있을까 싶다.
안보윤 소설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자와 외도한 아내 ‘사망’…남편 “변명 한마디 없이 떠나”
- 백혈병 아내 떠나보내고 유서 남긴 30대...새내기 경찰이 극적 구조
- "北남녀 고교생, 목욕탕서 집단 성관계" 마약까지...북한 주민들 충격
- “배현진과 약혼한 사이" SNS에 올린 남성, 재판서 혐의 인정
- “영웅아, 꼭 지금 공연해야겠니…호중이 위약금 보태라”
- 미성년 남학생과 술 마시고 성관계한 여교사 되레 ‘무고’
- 술 취해 발가벗고 잠든 여친 동영상 촬영한 군인 [사건수첩]
- “내 친구랑도 했길래” 성폭행 무고한 20대女, ‘녹음파일’ 증거로 덜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