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개미 역대급인데…회사채 시장 ‘빈익빈’ 리스크 커진다
한기평 등급 낮춘 17곳 중
14곳이 비우량 ‘A급 이하’
신평사 3사 모두 상황 비슷
비우량채 주로 개인에 판매
강등 땐 자금조달에 어려움
재무건전성 악화와 직결돼
재차 등급하락 위험성 커져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수록 신용등급이 더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어 등급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 17곳 중 14곳은 비우량등급에 해당되는 A급 이하 기업이었다.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된 기업 24곳 중에서는 A급 이하 기업이 22곳에 달했다.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으로 우량한 기업과 A급 이하 기업의 모수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위 등급에서 신용등급이 더 많이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신용평가사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신용평가가 올 상반기 등급을 낮춘 기업 15곳 중 A급 이하 기업은 12곳으로 80%를 차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AA급 이상 기업 중 6곳의 등급을 낮췄지만 A급 이하에서는 9곳의 등급을 내렸다.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받으면 재무상황이나 업황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수개월 내 등급이 하락하게 된다. 문제는 등급이 떨어지거나 전망이 하향되면 자금조달 상황이 악화되면서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이 한 번 떨어진 곳은 또 다시 강등될 위험이 큰 셈이다.
부동산금융 부실로 인해 자산건전성이 저하된 오케이캐피탈의 경우 지난해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떨어진 이후 올해도 등급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한신평은 오케이캐피탈의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했고, 한기평은 BBB+를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다만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AA-등급과 A+등급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격차는 0.51%포인트로 2년 전에(0.14%포인트)에 비해 오히려 벌어졌다. 정승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AA급과 A급 간의 신용스프레드 차이는 올해 회사채 시장의 회복 과정에서도 시장의 온기가 A급 이하 업체에 온전히 전해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올해 공격적으로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금리가 더 높은 회사채에 몰려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는 A급 이하 회사채를 약 1조2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전달 약 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등급도 AA급에서 A+급으로 바뀌었다.
통상 비우량등급 채권은 기관보다는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올 상반기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3조6000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금리를 낮춘 비우량물도 종종 등장했다. A급인 하나에프앤아이, 대한항공, DL에너지는 올 상반기 민평금리(채권평가사에서 평가한 평균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했다. 각 기업이 고유 회사채에 대해 평가받은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겠다는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크에 주의해야 한다”며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비중이 높은 A등급 이하 투자시 발행사별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펀드인 레포펀드 자금까지 가세하며 회사채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보통 기관의 자금 집행이 집중되는 1~2월 회사채 강세가 연출되는 것과 달리 연초 효과가 끝난 이후에도 이례적인 강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크레딧 강세가 이렇게 9개월가량 지속된 적이 최근 15년 사이 몇번 없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가 경기 둔화 사이클이 시작되면 이슈가 생길 수도 있어 시장에서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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