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서 증권학회장 “밸류업 목적은 정보 비대칭 완화… 기업 본질가치 상승 중요” [세계초대석]
요건 강화 등 개편 통해 ‘옥석’ 가려야
주주 권리 강화, 대주주 지배 개선 필요
공매도, 주식 거품 걷는 순기능 있는데
韓, 수년째 금지… 재연장 필요성 의문
젊은 투자자 주식 손바뀜, 기관의 5배
장기보유 혜택 마련… 투기인식 해소를
이 학회장은 상법 개정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책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이후 계속 지적된 문제”라며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부합해 의사결정을 한다면 재계가 우려하는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밸류업 정책 방향은 맞지만 정부와 시장의 시각 차가 있는 것 같다. 시장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가치에 방점을 두는데 정부는 본질가치에 방점을 둔다. 이 프로그램 최종 목적은 일반 주주와 지배 주주의 정보비대칭을 완화하는 것이다. 일반주주가 회사 상황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밸류업 공시를 통해 내부 상황, 나아갈 방향, 계량 지표를 말해준다. 강제화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주가 부양이 아니라 장기적인 본질가치 상승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 과정에서 상장제도 개편도 고려할만하다. 밸류업은 일본 정책을 따온 건데 일본은 상장 정책의 일환으로 밸류업을 실시했다. 우리나라는 상장기업 수가 너무 많다. 미국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우리나라보다 25배 큰데 상장기업수는 미국이 2.3배 많다. 일본은 상장사 시가총액이 우리의 3배 정도 되는데 상장기업 수는 1.5배 수준이다. 우리는 이자보상비율 1이 안 되는 기업이 반이다. 옥석을 구분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부실 상장사 퇴출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IMF 구조조정 이후 계속 지적된 문제다.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학술계에서도 한국 데이터를 가지고 세계 상위 저널에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주제다. 결국 모든 출발선은 현금흐름권, 즉 소유권과 지배권의 차이에 있다. 총수일가는 약 3.6% 지분을 가지고 계열회사를 다 지배한다. 계열회사를 통해 지배하는 지분이 55%, 중복을 제외하면 20% 된다는 얘기도 있다. 대주주가 회사를 통해 이익을 취득하는 방법에는 경영을 해서 급여를 받는 방법이 있다. 이때 배당을 받으면 소득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낸다. 자신이 소유한 비상장사로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도 있다. 이때 총수 개인이 내는 세금은 없다. 터널링(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로 상장사의 이익을 내부거래를 통해 이전하는 행위)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문화적 풍토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디스커버리는 영미법, 대륙법에 있는 제도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려하면 결국 도입이 돼야할 것 같다. 10년 전부터 특허 관련한 기술유출 이슈에서 도입 필요성이 많이 논의 돼 왔다. 밸류업의 가장 큰 목적은 정보비대칭을 완화하는 것인데 디스커버리야 말로 정보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다. 소송을 걸려고 자료를 요구해도 없다고 하면 입증이 어렵고 책임도 소송 주주에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증거를 안주면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일반주주가 의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 정보 제공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 밸류업의 또 다른 대안이다. 다만 그냥 디스커버리 제도라고 안하고 한국형을 붙인다. 미국, 영국은 자료 목록을 교환하고 독일은 전문가를 통한 조사를 하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진실도입의무, 증언녹취제도 도입, 문서제출명령 개편 세 가지를 통해 기존과 다른 형태의 한국형 디스커버리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다만 소송 과정에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 일반투자자의 비용발생 문제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한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의결권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는데.
“학술적으로 보면 공매도는 있어야 하는 제도다. 제 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경악하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과거 사례를 보자. 미국 게임스톱 사태에서 20∼30불 하던 게임스톱 주식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저항 움직임에 10배가 올렸다. 그 주가는 지금 원상 복구됐다. 공매도는 본질가치를 찾아가는 제도고 인위적으로 금지시켜 주가가 올라도 결국 다시 수렴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공매도 금지는 다른 나라도 한다. 시장 지수가 10% 빠졌다거나, 투자자들이 이성을 잃고 던지니까 그것을 막기 위해 잠시 금지하는 수준인데 우리처럼 몇 년째 금지하면 과연 맞는가 의문이다. 결국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에 또 못 들었다. 우리가 공매도를 금지한 지 6개월 지났는데 주가가 올라갔나. 공매도는 주가가 본질가치를 찾아가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외면 현상도 두드러진다.
“가상자산 현물 ETF 전에 STO(토큰증권) 시장을 봐야 한다. 먼저 STO 시장을 도입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ETF를 고려하는 게 맞지 않나. STO는 실물자산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보호, 증권 개념에 합치할 수 있는 중간과정에 있다. 바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인정하면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대담=황계식 경제부장, 정리=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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