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서 증권학회장 “밸류업 목적은 정보 비대칭 완화… 기업 본질가치 상승 중요” [세계초대석]

안승진 2024. 7. 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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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日시총대비 상장기업 수 많아
요건 강화 등 개편 통해 ‘옥석’ 가려야
주주 권리 강화, 대주주 지배 개선 필요
공매도, 주식 거품 걷는 순기능 있는데
韓, 수년째 금지… 재연장 필요성 의문
젊은 투자자 주식 손바뀜, 기관의 5배
장기보유 혜택 마련… 투기인식 해소를
올해 상반기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4.48%, 나스닥은 18.13% 상승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도 18.28%나 상승했다. 반면 한국 코스피는 5.37% 상승에 그쳤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주식 저평가 현상)가 올해에도 반복됐다. 윤석열정부가 올해 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극복을 위해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계속 볼 수는 없다는 판단하에서다. 아울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업 밸류업 목표로 기업이사(경영진)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도 주장하고 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학회에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은 주가 부양이 아니라 장기적인 본질가치 상승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학회에서 만난 이준서 증권학회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 단기적인 주가부양이 아닌 장기적인 기업 본질가치 상승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좀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옥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 지향적이고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하는 펀드를 만드는 등의 대책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고평가 상장 논란을 빚은 파두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장심사기준을 높이고, 시장별 가치 차등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학회장은 상법 개정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책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이후 계속 지적된 문제”라며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부합해 의사결정을 한다면 재계가 우려하는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1976년 창립한 증권학회는 아시아 재무·금융 분야 중 가장 오래된 학회로 약 15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학회가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 AJFS(Asia-Pacific Journal of Financial Studies)는 SSCI(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급 학술지로 유명하다. 다음은 이 학회장과 일문일답.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밸류업 정책 방향은 맞지만 정부와 시장의 시각 차가 있는 것 같다. 시장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가치에 방점을 두는데 정부는 본질가치에 방점을 둔다. 이 프로그램 최종 목적은 일반 주주와 지배 주주의 정보비대칭을 완화하는 것이다. 일반주주가 회사 상황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밸류업 공시를 통해 내부 상황, 나아갈 방향, 계량 지표를 말해준다. 강제화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주가 부양이 아니라 장기적인 본질가치 상승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 과정에서 상장제도 개편도 고려할만하다. 밸류업은 일본 정책을 따온 건데 일본은 상장 정책의 일환으로 밸류업을 실시했다. 우리나라는 상장기업 수가 너무 많다. 미국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우리나라보다 25배 큰데 상장기업수는 미국이 2.3배 많다. 일본은 상장사 시가총액이 우리의 3배 정도 되는데 상장기업 수는 1.5배 수준이다. 우리는 이자보상비율 1이 안 되는 기업이 반이다. 옥석을 구분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부실 상장사 퇴출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코스닥과 코스피 시장의 상장요건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는데 시장별 차등화가 필요하다. 기술특례상장이 최근까지 이슈였는데 바이오 기업이나 정보산업기술(IT) 기업 같은 경우 미래가치 측정이 어렵다. 스타트업 회사들이 상장까지 올라가는 단계가 없다보니 곧바로 상장을 시도하고 있는 건데 별도의 시장을 만들어주고 기술특례상장도 어느 정도 매출액을 충족하는 기업을 대상으로만 해줘야 한다. 모험자본시장을 활성화하면 부실 기업이 상장폐지되면서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지 않겠나. 좀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옥석을 구분할 필요도 있다. 미래 지향적이고 성장가능성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펀드를 만들 수도 있다. 병이 난 이후 의료비용보다 예방차원 비용이 더 싸게 먹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로 대주주 중심 문화가 지적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IMF 구조조정 이후 계속 지적된 문제다.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학술계에서도 한국 데이터를 가지고 세계 상위 저널에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주제다. 결국 모든 출발선은 현금흐름권, 즉 소유권과 지배권의 차이에 있다. 총수일가는 약 3.6% 지분을 가지고 계열회사를 다 지배한다. 계열회사를 통해 지배하는 지분이 55%, 중복을 제외하면 20% 된다는 얘기도 있다. 대주주가 회사를 통해 이익을 취득하는 방법에는 경영을 해서 급여를 받는 방법이 있다. 이때 배당을 받으면 소득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낸다. 자신이 소유한 비상장사로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도 있다. 이때 총수 개인이 내는 세금은 없다. 터널링(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로 상장사의 이익을 내부거래를 통해 이전하는 행위)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문화적 풍토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배권과 현금흐름권을 일치시키기 위해 일반주주의 권리를 증진하면 된다. 가지고 있는 소유권만큼 혜택과 이익을 받을 수 있게끔 제도를 바꾸는 것인데 어려운 얘기다. 이번 상법 개정안도 결국 이사의 책임,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 포함해서 같이 가자는 일환이다. 기업에서는 배임과 소송 두 가지를 우려한다. 자세히 뜯어보면 배임은 법적 구성요건이 3∼4가지가 있다. 그중 1순위가 위임이다. 회사와 이사, 주주와 이사가 위임관계인가? 위임관계가 아닐 수 있다. 배임죄 성립이 안 되는 거다. 만에 하나 주주가 이사를 임명하니 주주를 회사 일부로 볼 수 있고 주주와 이사의 위임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넣고자 하는 게 충실의무다. 이사 의무에는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가 있다. 충실의무가 주주비례라고 한다면 선관주의의무는 신의성실한 의사결정에 대한 판단이다. 충실의무는 근거가 공정성이다. 대주주 몰아주기를 안 하고 총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부합하게 이사가 의사결정을 한다면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개인이 소송하기도 쉽지 않다. 기관투자자가 아니면 남소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디스커버리는 영미법, 대륙법에 있는 제도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려하면 결국 도입이 돼야할 것 같다. 10년 전부터 특허 관련한 기술유출 이슈에서 도입 필요성이 많이 논의 돼 왔다. 밸류업의 가장 큰 목적은 정보비대칭을 완화하는 것인데 디스커버리야 말로 정보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다. 소송을 걸려고 자료를 요구해도 없다고 하면 입증이 어렵고 책임도 소송 주주에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증거를 안주면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일반주주가 의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 정보 제공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 밸류업의 또 다른 대안이다. 다만 그냥 디스커버리 제도라고 안하고 한국형을 붙인다. 미국, 영국은 자료 목록을 교환하고 독일은 전문가를 통한 조사를 하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진실도입의무, 증언녹취제도 도입, 문서제출명령 개편 세 가지를 통해 기존과 다른 형태의 한국형 디스커버리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다만 소송 과정에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 일반투자자의 비용발생 문제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한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의결권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는데.

“그 부분도 재계에서 너무 과도하게 걱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사 한 명 들어온다고 해서 의견 자체가 바뀌는 건 불가능하다. 비례적 이익 측면에서 집중투표제에도 당초 취지대로 가야 한다. 주주가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 대표가 제안하는 것이 된다면 그건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상충하는 것이다. 노조가 주주라면 상관없지만 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비례적 이익에 합당한가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집중투표제를 한꺼번에 도입하기는 어렵고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 3월까지 공매도를 연장한 조치에 대해 찬반 의견도 분분하다.

“학술적으로 보면 공매도는 있어야 하는 제도다. 제 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경악하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과거 사례를 보자. 미국 게임스톱 사태에서 20∼30불 하던 게임스톱 주식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저항 움직임에 10배가 올렸다. 그 주가는 지금 원상 복구됐다. 공매도는 본질가치를 찾아가는 제도고 인위적으로 금지시켜 주가가 올라도 결국 다시 수렴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공매도 금지는 다른 나라도 한다. 시장 지수가 10% 빠졌다거나, 투자자들이 이성을 잃고 던지니까 그것을 막기 위해 잠시 금지하는 수준인데 우리처럼 몇 년째 금지하면 과연 맞는가 의문이다. 결국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에 또 못 들었다. 우리가 공매도를 금지한 지 6개월 지났는데 주가가 올라갔나. 공매도는 주가가 본질가치를 찾아가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외면 현상도 두드러진다.

“개인이 기관보다 거래회전율이 3∼5배 높다고 한다. 수익이 안 나니까 그런 것이다. 수익이 올라가면 미국 증시에 갈 이유가 없다. 또 다른 이유를 보면 20대 거래점유율이 높다. 주주가 된다는 의미는 기업 주인이 된다는 개념인데 가상자산과 비슷하게 투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세대 문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보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배당을 올리는 것은 제한적일 거고, 양도소득세 공제하는 것처럼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면 장기보유자에 대해 공제를 많이 해준다거나 배당세액도 15.4% 내는 것을 장기 보유하면 면세시켜주거나 금투세와 분리과세하거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증권학회도 하반기에 올바른 투자문화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처럼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 현물 ETF 전에 STO(토큰증권) 시장을 봐야 한다. 먼저 STO 시장을 도입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ETF를 고려하는 게 맞지 않나. STO는 실물자산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보호, 증권 개념에 합치할 수 있는 중간과정에 있다. 바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인정하면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은…
●1968년 출생 ●고려대 경영학 학사 ●미국 시러큐스대 재무학 박사 ●한국정보통신대(ICU·2009년 KAIST와 통합) IT 경영학부 교수 ●동국대 경영학 교수 ●금융위원회 비상임 증권선물위원 ●국민연금 투자정책전문위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자금지원위원 ●한국파생상품학회장 ●한국증권학회 41대 회장(2024년 2월∼)

대담=황계식 경제부장, 정리=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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