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5> 비 내리는 산의 풍경을 시로 읊은 원나라 시인 황공망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4. 7. 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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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니 원근의 봉우리 자욱이 잠기고(雨氣薰薰遠近峰·우기훈훈원근봉)/ 긴 숲은 목욕하듯 저녁노을 짙어지네.

위 시는 중국 원나라 시인 황공망(黃公望·1269~1354)의 '여름 산의 안개비'(夏山烟雨·하산연우)로, '제이성소화십책(題李成所畫十冊)' 가운데 첫째 그림에 붙인 시이다.

황공망은 자욱하게 내리는 안개비 속에 잠긴 여름 산 그림을 보고 시를 지었다.

위 시의 이미지처럼 신비스런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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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많은 길 짧은 지팡이로 어떻게 올라오셨을까?

- 石徑何來駐短笻·석경하래주단공

비 내리니 원근의 봉우리 자욱이 잠기고(雨氣薰薰遠近峰·우기훈훈원근봉)/ 긴 숲은 목욕하듯 저녁노을 짙어지네.(長林如沐晩烟濃·장림여목만연농)/ 저기 폭포 쏟아지고 종소리 아련한 데(飛流遙落疏鍾斷·비류요락소종단)/ 돌 많은 길 짧은 지팡이로 어찌 올라오셨을까?(石徑何來駐短笻·석경하래주단공)

위 시는 중국 원나라 시인 황공망(黃公望·1269~1354)의 ‘여름 산의 안개비’(夏山烟雨·하산연우)로, ‘제이성소화십책(題李成所畫十冊)’ 가운데 첫째 그림에 붙인 시이다. 그는 예찬·오진·왕몽과 더불어 중국 원나라 시대 ‘4대 화가’로 꼽힌다. 황공망은 서법과 음률, 시문 등에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절강성 전당강(錢唐江) 상류 부춘강(富春江)을 배경으로 그린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는 역대 산수화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공망은 자욱하게 내리는 안개비 속에 잠긴 여름 산 그림을 보고 시를 지었다. 마치 그가 그림의 풍경 속에 들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처럼 생생히 묘사한다. 제4구는 그림 속 도사 모습을 두고 읊은 것이다. 시인이 그림 속에서 올라온 도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한다.

지난 주말 비가 엄청 퍼부었다.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은 비가 내리지 않아도 새벽엔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는데, 비가 쏟아지니 산이 안개에 묻혀버렸다. 위 시의 이미지처럼 신비스런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세속의 그 어떤 것도 가미되지 않은 순수 자연의 느낌뿐이었다. 정말이지 도사들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현관 앞 의자에 앉아 올 봄에 만든 녹차를 우려 마시며 마주한 산의 안개비를 감상하였다.

창고 옆에 제 집인 양 능청스럽게 사는 들고양이들도 비가 많이 내리니 마당에 나오지 않았다. 화단의 나리꽃과 봉선화가 비를 쫄딱 맞으며 서 있었다. 키 작은 감나무에 열린 대봉감 몇 개가 비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매실은 마당에 여러 개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필자는 몸에 병만 많고 가진 게 별로 없다. 그렇지만 신선이 살아야 할 법한 산중에 살며 학인들과 공부하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차를 마시는 소박한 삶을 늘 감사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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