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표준 경쟁에서 친구의 가치

2024. 7. 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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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돼지코'를 챙겼던가." 얼마 전 '2024 한미 표준협력 포럼' 개최를 위해 미국 워싱턴DC 호텔에 짐을 푼 후 휴대폰 충전을 하려다 불현듯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우리나라 표준을 총괄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미국 국가대표 표준기관인 미국표준협회(ANSI)와 양자기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에 대한 국제표준화 활동 협력을 논의하러 왔는데, 생활 속 표준인 전기 플러그의 표준이 일치하지 않아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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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돼지코'를 챙겼던가." 얼마 전 '2024 한미 표준협력 포럼' 개최를 위해 미국 워싱턴DC 호텔에 짐을 푼 후 휴대폰 충전을 하려다 불현듯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우리나라 표준을 총괄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미국 국가대표 표준기관인 미국표준협회(ANSI)와 양자기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에 대한 국제표준화 활동 협력을 논의하러 왔는데, 생활 속 표준인 전기 플러그의 표준이 일치하지 않아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니. 표준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졌다.

명칭부터 '표준'이 들어가 있는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표준'이란 '사물의 정도나 성격 따위를 알기 위한 근거나 기준'이라고 한다. 국제표준은 세계 시장에서 기술의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약속이나, 최근에는 표준의 선점이 세계 무역의 장벽 역할을 하며 기술 패권 경쟁의 수단이 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가표준전략을 수립하고 자국 주도의 국제표준화 전쟁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우리도 지난 5월 반도체, 양자기술, AI 등 미래 첨단산업 분야 12개를 선정하고,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를 포함한 각국의 전략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2가지 정도 유사성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국제표준 역량을 쏟을 핵심 기술 선정 분야가 겹치고, 두 번째는 국제표준 주도를 위해 우방국들과의 공조를 강조한 점이다. 국제표준은 채택되었을 때 상업적 파급력과 기술 배척성이 엄청나기에 제정 단계부터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여 꾸준한 논의를 거친 후 국제표준화기구를 통해 합의와 투표로 채택된다. 즉, 자국 기술이 뛰어나다고 무조건 표준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뜻을 같이하는 우방국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양국 표준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반을 다졌다. 정상회담 이후 한미 양국은 숨 가쁘게 협력 행보를 이어가며 미래지향적인 표준 파트너십 구축에 힘써왔다. 회담 직후인 5월에 미국 정부는 핵심·신흥 기술 분야 표준전략을 발표하였고, 8월에 미국표준협회는 우리 국가기술표준원과 한미 양국의 표준협력 분야를 미국의 핵심·신흥 기술 전 분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같은 달 캠프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는 한미 정부 간 표준협력 체계 구축을 명시함으로써 70여 년간 굳건히 이어져온 한미동맹이 표준동맹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이러한 밑그림은 지난주 개최된 한미 표준협력 포럼에서 반도체, 양자기술, 청정에너지 분야 신규 국제표준안 5건 공동제안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또한 미국표준기술연구원(NIST)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양국 간 표준협력 채널을 정부 차원으로도 확대하여 마침내 미국과 표준 정책부터 실질적 기술표준 협력까지 전방위적인 표준화 협력 체계를 구축하였다.

국제표준화 경쟁에서는 자국 이익을 바탕으로 한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믿을 수 있는 '친구'의 존재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AI, 양자기술 등 첨단 분야 원천기술 강국인 미국과의 표준협력이 우리 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선점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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