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칼럼] 적(敵)은 더 가까이 두라

김대영 기자(kdy@mk.co.kr) 2024. 7. 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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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양국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서로 군사원조를 하자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상당수 우리 국민들은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행동을 지원한다는 조항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느낀다.

단기적 지지율은 반등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양국 관계만 악화시켜서 결국 국익에는 손해가 되었다.

그러나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렬하고 우리의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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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조약은 韓외교 실책
원인 분석해 재발방지해야
외교는 일관성·균형이 중요
국내정치에 이용은 금물
특정 정파 예속되지 않을
4강 전문가 200명 양성해야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양국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서로 군사원조를 하자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상당수 우리 국민들은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행동을 지원한다는 조항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느낀다.

이번 사태의 추이를 면밀하게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왔는가. 우리 정부는 어떤 지점에서 무엇을 놓쳤는가. 이번 조약으로 우리에게 닥칠 위협은 어떤 것이고 우리에게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는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나 안보 지형은 수많은 격동기를 겪었다. 한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의 방향이 바뀌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인들이 내부 정치를 위해 외교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여야를 떠나고 좌우를 떠나 모든 정권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거나 국내 정치를 위해 외교를 이용했다. 문재인 정권에서의 'No Japan' 운동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퍼포먼스는 정치적으로 활용됐다는 평가가 많다. 단기적 지지율은 반등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양국 관계만 악화시켜서 결국 국익에는 손해가 되었다.

아울러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방과의 차별화를 위해 외교가 단골 메뉴로 이용됐다. 문재인 정권이 북한과 중국에 너무 기울었다고 판단한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 위주의 외교정책을 구사해왔다.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정쟁의 도구로 외교를 활용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일관성이 없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부족은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는 어느 시점에서는 중국 측에 언질을 줬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균형감각을 잃은 외교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외교는 한 번으로 끝나는 일회성 게임이 아니다. 외교에는 영원한 우방이나 적이 없다. 오직 국익만 있을 뿐이다. 그런 만큼 관련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외교를 단기간에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게임으로 보면 장기적 국익을 해치게 된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해 러시아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할 호재라고 여겨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러나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렬하고 우리의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개방경제이면서 북한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은 주변 4대 강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만큼 특정 정파에 예속되지 않고 이들 4개 국가에 정통한 전문가 그룹을 국가가 나서서 양성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의 외교나 국방이나 경제를 잘 아는 전문가 집단인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원이나 외교관 출신 가운데 국가별로 50명씩 4개국 대상으로 총 200명 정도면 충분하다. 이들에게 연간 1억원에서 2억원씩 활동비를 지급한다면 최대 8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들이 외교적 리스크를 미리 감지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국익을 위해 실제적인 조언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 가운데 걸출한 인물은 외교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 외교전략가로 키워내야 한다.

개인이나 국가나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

마피아 세계를 그린 영화인 대부2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라(Keep your friends close and your enemies closer)."

이번 북·러 조약을 보면서 정치권과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김대영 국차장 겸 컨슈머마켓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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