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계좌활용 당한 것” 방패 뚫리나…檢, ‘도이치 주가조작’ 전주에 3년 구형

이혜영 기자 2024. 7. 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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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2심 결심 공판서 권오수 및 선수·전주에 모두 징역형 구형
쟁점된 전주 방조 혐의 관련 “시세 인위적인 영향 미치는 가담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13일(현지 시각) 타슈켄트 힐튼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웃으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전주(錢主) 역할로 방조 혐의를 받는 인물에게도 징역 3년이 구형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 등 향후 수사에 촉각이 쏠린다. 항소심 재판부가 전주에 유죄를 선고할 경우 김 여사 모녀에 대한 소환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2일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주가조작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권 전 회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50억원을 구형하고, 81억3000여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은 권 전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포괄일죄로 하나의 범행이라고 할 것인데,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일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파기해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원심 구형과 같이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2012년 12월 '주가조작 선수'와 '부티크'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비정상적 거래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주가조작 선수인 김아무개씨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100억원·추징금 58만여원, 이아무개씨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100억원·추징금 9억485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쟁점 중 하나였던 '전주' 손아무개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벌금 50억원을 구형했다. 손씨는 주가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손씨에 대해 "대출받은 100억원으로 대규모 주식을 매수하면서 시세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담을 했다"며 "최소한 방조 혐의는 인정된다"고 질타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23년 2월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만일 재판부가 손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 이 사건 전주로 의심받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에 대한 소환 및 수사 촉구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김 여사는 2020년 4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지만 검찰은 4년 넘게 기소도, 무혐의 처분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 커지자 항소심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전주인 손씨의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더 이상 김 여사에 대한 소환을 미룰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손씨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은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과 수사 필요성을 반박하는 주요 논리로 활용되기도 했다. 매수 유도와 계좌 활용을 '당한 것'이라는 입장도 냈다. 

지난해 2월 1심 판결 직후 대통령실은 "2년 이상 탈탈 털어 수사하고도 (김 여사를) 기소조차 못한 사유가 판결문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며 "추미애·박범계 장관 시절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의 구체적인 가담 사실을 특정할 내용이 전혀 없어 공소사실을 작성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돼 온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수를 유도' 당하거나 '계좌가 활용' 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고 적시했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시세조종에 동원된 수백 개의 계좌 가운데 1·2차 시기에 걸쳐 모두 등장한 계좌는 김 여사와 최씨 것이 유일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 이후)에도 김 여사 계좌 다수가 시세조종을 목적으로 한 거래에 사용됐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용된 김 여사 계좌 3개와 최씨 계좌 1개가 시세조종과 통정·가장매매에 활용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1심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내놓은 해명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당시 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직접 반박하며 '김 여사가 2010년 (1단계 선수인) 이아무개씨에게 4개월간 위탁관리를 맡겼지만 손실이 나 돈을 뺏고 절연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주가조작 범행 시기를 2011~2012년으로 특정하며 그때는 김 여사가 주식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오는 9월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이 시기를 기점으로 김 여사 소환을 둘러싼 공방은 한층 더 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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