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는 현대차...시청역 사고 운명 가를 ‘제네시스 급발진’ 논쟁

공성윤 기자 2024. 7. 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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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사상자 나온 서울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 원인 두고 급발진 의견 분분
“버스기사가 사고 내고도 가속했다니 말 안돼” vs “급발진이면 서서히 정차할 리 없다”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세단이 일으킨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해 '급발진'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운전자 A씨(68) 측은 급발진을 주장하는 가운데, 일부 목격자와 전문가는 급발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경찰은 일단 A씨를 개인 과실이 아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7월2일 새벽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적성검사 통과한 무사고 베테랑 버스기사"

A씨는 사고 당시부터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차량에 동승했던 60대 여성 B씨는 동아일보에 "갑자기 급발진하며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본인을 'A씨의 아내'라고 밝힌 B씨는 "남편 직업이 버스 운전기사라 매일 운전해야 하므로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정비 명장인 박병일 카123텍 대표는 시사저널에 "버스 기사는 주기적으로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적성검사에서 통과해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며 "검사를 통과했다는 건 운전 능력과 판단력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란 시각에 대해서는 "68세는 요즘 기준으로 고령으로 보기도 어렵고 오히려 운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과거 버스 운전 경력이 상당했고 근무하는 동안 사고가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장소와 차량의 움직임도 급발진 의심을 짙게 하는 정황이다. 사고 당시 CCTV와 목격자들 말을 종합하면, 1일 오후 9시27분쯤 시청역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A씨의 제네시스는 굉음을 내며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이 도로가 일방통행이라는 건 진입 전 호텔 교차로에 있는 좌회전 금지 표지판과 '진입금지(일방통행)' 표지판, 도로의 방향 지시선 등으로 쉽게 알 수 있다.

A씨의 제네시스는 일방통행로 진입 후 BMW와 소나타 차량 두 대를 연달아 추돌했다. 이어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난간을 뚫고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 약 100m 이동해 건너편의 시청역 12번 출구가 있는 교차로에서 멈춰 섰다. 역주행 시작 지점부터 정지 지점까지 이동한 총거리는 약 200m로 추정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200m 이동하는 동안 차량 두 대와 시민들을 치고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2일 오전 취재진에게 "A씨가 (급발진과 관련해) 직접 진술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서 사고를 일으킨 제네시스 차량(노란색 원)이 멈춰선 장면이 포착된 CCTV. 구조물 등을 추돌하지 않고 서서히 정차했다. ⓒ 연합뉴스

서서히 정차..."제동했을테니 급발진 가능성 적어"

급발진이 아니라는 주장도 팽팽하다. 귀갓길에 사고를 목격했다는 한 시민은 연합뉴스에 "급발진은 절대 아니었다"라며 "급발진이라면 (차량 이동이) 끝날 때까지 (구조물 등을) 박았어야 할 텐데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멈췄다"고 말했다.

실제 A씨 차량이 멈춘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CCTV 영상을 보면, 사고를 낸 제네시스가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정지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급발진이 되면 급가속이 이뤄지는데 그렇다면 구조물을 추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라며 "차량이 마지막에 제동을 하고 정지했다는 부분 때문에 급발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차량과 사람을 치고도 계속 이동한 부분에 대해 염 교수는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과속을 더 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병일 대표는 A씨 차량의 정지 상황에 대해 "제네시스 등 요즘 자동차는 전자식 브레이크를 탑재하고 있어 급발진 중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다가 갑자기 작동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지난 1일 저녁 발생한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 연합뉴스

급발진 의심 사고 중 인명피해 최대...이번엔 다를까

그간 제네시스의 급발진 의심 사고는 여러 차례 발생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제네시스 제조사인 현대차는 "운전자 과실"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제네시스 G80 급발진을 주장하며 현대차에 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건 운전자에 대해 패소 판결했다. 해당 G80은 2020년 10월 서울 관악구에서 급가속한 뒤 차량들을 피해 다니다 버스를 들이받고 나서야 멈췄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40여 년간 급발진을 주장해 승소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제조물피해법 자체에 운전자가 자동차 결함을 밝혀야 하는 것으로 돼 있어 그런 부분은 소비자가 굉장히 불리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급발진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차량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사고 직후 갈비뼈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급발진 의심 사고 중에서 인명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사고 장소가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인데다, 퇴근 후 귀가하거나 회식을 하는 시민들이 몰린 탓에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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