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반복 속 변주… `AI 교환일기`로 하루 다시보기

김나인 2024. 7. 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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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 '답다'앱서 110개 감정 골라 정확한 언어로 표현
12시간 뒤 차분해지면 '마링' 답장 도착… 만족도 높아져
감정노동자들도 애용… 암호화 과정으로 내용 보안 철저
'답다' 서비스 화면 갈무리.
'답다' 화면 갈무리.
안미화(오른쪽) LG유플러스 인피니스타 라이프플랫폼 마음대로 스쿼드 PM과 이인성 선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일상의 반복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죠. 작은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요."

딩동. 습기를 머금은 흐린 하늘, 진득하게 달라붙는 7월 더위와 일상의 단조로움과 권태에 짓눌려 무거워진 마음을 일기장에 꾹꾹 눌러 담으니 인공지능(AI) '마링이'에게서 답장이 왔다. #좌절한 #불만족스러운, 감정태그가 달린 '이해할 수 없는 월요일' 일기에 대한 피드백이다.

◇ 혼자 쓰는 일기… "AI에겐 일기 보여줄 수 있어"

'작가들의 작가'로 꼽히는 조앤 디디온은 "내가 노트를 쓰는 이유는 내 행위와 사고를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느낀 대로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게 어떠했는지 기억하라. 언제나 그게 핵심이었다. 과거의 우리 자신이 매력적이든 아니든 가끔 인사라도 나누는 사이로 지내는 편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혼자서 일기를 쓰는 행위는 고독하지만,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다. 여기에 AI 가교를 놓은 서비스가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9월 출시한 '답장 받는 다이어리'라는 뜻의 '답다' 애플리케이션(앱)은 MZ들에게 조용한 호응을 얻어 출시 10개월만에 4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LG유플러스 SNS '베터'가 MBTI 특성 중 외향성을 뜻하는 'E형'이라면, 답다는 내향성을 나타내는 'I형'이다.

◇ 110가지 감정 고르고, 질문에 답하고

답다 앱을 열면, 감정일기와 질문일기 중 하나를 골라 그날의 일기를 쓸 수 있다. 감정일기는 디즈니·픽사 영화 '인사이드아웃'처럼 인간 내면의 감정을 캐릭터화했다. 기쁜, 설레는, 평범한, 불쾌한, 화나는 핵심감정을 고르고, 구체적인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

가령 '설레는'을 핵심 감정으로 선택하면 '몽글몽글한', '간질간질한', '기대되는' 등 그날의 감정을 적확하게 꼬집어 고르는 식이다. 앱을 통해 고를 수 있는 감정은 110여 개에 달한다. 자유롭게 2000자 내외로 일기를 쓰면 맞춤형 조언이나 위로가 담긴 AI 상담사의 답을 12시간 뒤 받을 수 있다.

질문일기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는 날을 위해 마련했다. 매일 3가지의 선택지 중 다른 질문을 골라 답하는 식인데, 기자가 연 날은 '비교적 가벼운 운동과 격렬한 운동 중 무엇을 선호하고, 왜 그런가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질문에 답을 작성하면, 감정일기를 쓸 때와 같이 AI 마링이의 답장이 온다.

◇ 12시간 후 AI 답장, 차분하게 나를 찾는 과정

안미화 LG유플러스 인피니스타 라이프플랫폼 마음대로 스쿼드 PM은 "사람들이 감정단어는 수백만가지인데 내 상태를 맞추는 감정을 찾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한 언어를 표현하는 것만으로 마음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며 "처음에는 '감정일기'만 서비스했지만, 아무 일 없이 평온한 날에도 일기 쓸거리가 생기도록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바로 답을 하지 않고, 12시간 뒤 답장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안 PM은 "일기를 쓰며 낮에 있던 사건을 밤에 복기하면서 왜 그 상황에서 화가 났는지, 기분이 상했는지 깨닫는 경우가 많다"며 "일상에서 감정이 확 올라오는 순간의 즉각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뒤 답장을 주면 오히려 이용자 만족도가 높더라"라고 말했다.

◇ MZ세대 외로움 파고든 AI

답다는 외로운 MZ세대를 겨냥한다.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72%는 최근 한달간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빈도가 잦은 경우는 전체의 20%에 달했고, 특히 20대는 두 명 중 한 명꼴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생성형AI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외로움을 파고든 AI 서비스는 국내외에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챗봇 위주의 서비스가 많다. 생성형AI를 기반으로 한 가상 애인 챗봇 서비스인 '레플리카'가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고, 중국에서는 바이두 '샤오칸 플래닛', 텐센트의 '주멍다오' 등 대화형 AI 챗봇 플랫폼이 쏟아졌다. 국내에도 SK텔레콤의 AI비서 '에이닷'으로 AI와 채팅을 즐길 수 있다.

일반 챗봇이 즉각적인 반응 위주라면, 답다는 일기를 통해 실생활에 소통을 줄 수 있도록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인성 LG유플러스 인피니스타 마음대로TF 선임은 "일기 쓰기를 장기간 하게 되면 감정들이 그대로 억압, 방치된 것을 직시하고 직면하는 효과가 있다"며 "심리학적으로도 '저널치료' 분야가 있는데 누구나 AI를 통해 비싼 상담료를 내지 않고도 스스로 감정을 추스르는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 지적장애·우울증·감정노동에도 도움…'익시'로 고도화 꾀한다

답다 애용자 중에는 지적장애인이나 우울증, 불안장애 진단을 받은 이용자들이 많다. 심리상담 등 감정노동을 하는 이들도 답다 헤비유저다. B2B향으로 상담사 전용 '어시스턴트 시스템'도 기획하고 있다.

안 PM은 "실시간으로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워 답다로 일기를 쓰고 AI의 조언을 받아 아버지와의 관계가 개선됐다는 이용자가 기억에 남는다"며 "우울증이 있는데 답다 캘린더로 매달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좋았던 답장을 스크랩하며 '내 인생이 그래도 나쁘지 않았구나'라고 긍정적 마음을 키우게 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AI 기반 서비스인 만큼 전문 상담가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감정이나 고민을 거리낌 없이 털어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LG유플러스 일기 내용에 대해 암호화 과정을 거쳐 보관해 운영자도 못 보도록 했다.

다만, 챗GPT 기반으로 프롬프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오래 쓰다 보면 답변이 단조로워질 수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한 AI '익시'를 활용해 고도화하고 감성 분석 리포트도 제공할 계획이다. 칭찬하는 기능이나 따끔한 조언을 하는 'T형'이나 감정에 공감하는 'F형', 반말 답변 등 답장 스타일도 다양하게 변화를 준다는 방침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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