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철거된 덕수궁 흥덕전, 주요 시설들 발굴됐다
3일 발굴현장 공개…“2039년까지 복원·정비”
105년 전 일제강점기 때 철거된 덕수궁 흥덕전 일대에서 흥덕전 출입문과 부속 건물 터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흥덕전 일대의 복원정비 공사 과정에서 흥덕전의 출입문인 흠사문과 소안문, 부속 건물인 행각, 왕이 제례를 준비하며 머무르던 공간인 어재실 등의 정확한 규모와 위치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궁능유적본부는 “이번 발굴결과로 그동안 추진해오던 복원 정비공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며 “최근 확인된 이 일대 배수로의 원형도 잘 보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배수로를 포함해 정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덕수궁 흥덕전(興德殿)은 현재 ‘구 러시아 공사관’(사적, 서울 중구 정동) 옆이자 덕수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던 대한제국 당시의 건축물이다. 역대 왕들의 어진(초상화)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던 선원전(1897년 건립), 국장 뒤 3년 동안 신위를 안치하던 혼전인 흥복전과 함께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에따라 이 일대는 대한제국 당시 마지막 왕실의 제례 의식이 이뤄졌던 상징적인 공간이다.
1900년 경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흥덕전은 선원전이 1900년 10월 화재로 불타고 1901년 중건될 때까지 어진과 신위를 임시로 보관한 이안청 역할을 했다. 또 1904년 효정왕후(헌종 계비)와 순명효황후(순종비), 1911년 순헌황귀비(고종 후궁, 영친왕 친모)의 승하 때는 빈전(상여가 나갈 때가지 주검을 안치한 곳)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고종이 승하한 1919년 철거돼 건축 부재들은 창덕궁 행각 공사에 쓰였다.
이후 궁궐 건축물들이 하나씩 철거되며 이 일대에는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 미국 공사관 부속건물 등이 지어졌다. 일본인 여학교이던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는 해방 직후 폐쇄된뒤 경기여고가 한때 그 건물을 사용했다. 정부는 2011년 선원전·흥덕전·흥복전 일대를 미국과의 토지 교환 방식으로 확보했다.
이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이 일대의 발굴조사를 통해 선원전, 흥덕전, 흥복전 등 주요 건물들의 위치와 규모 등을 확인했다. 발굴조사 결과와 일제강점기 당시 촬영된 사진들, 문헌기록 등을 토대로 2016년 복원정비 계획이 수립됐고, 2022년부터 복원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 발굴조사 성과와 기존 사진·문헌기록 자료 등을 토대로 2039년까지 이 일대에 대한 복원 정비를 추진해 역사문화 공간이자 도심 속 쉼터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궁능유적본부는 3일 오후 2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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