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고 무서운 것 없다’는 패기만만한 스무 살, NC 박한결은 왜 슈퍼스타 아쿠냐를 찾았을까

심진용 기자 2024. 7. 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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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한결. NC 다이노스 제공


NC 박한결(왼쪽)과 맷 데이비슨. NC 다이노스 제공


NC 외야수 박한결(20)은 패기만만한 신예다. 2023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4순위 지명을 받았다. 지난해 포함 이제 겨우 1군 28경기를 치렀지만, 그라운드에서 주눅 드는 법이 없다. 박한결은 “야구 경기를 하면서 상대한테 겁먹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엄마한테 혼날 때가 훨씬 더 무섭다”고 했다.

박한결은 1일 현재까지 이번 시즌 1군에서 41타수 9안타를 쳤다. 9안타 중 홈런이 6개, 2루타가 1개다. 1군에서 이 정도 장타 생산성이라면 보통 퓨처스리그는 ‘폭격’을 하고 올라온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박한결의 퓨처스 기록은 그리 특출나지 않는다. 39경기 123타수 34안타에 1홈런만 쳤다.

“대타? 한 번만 잘치면 영웅 아닌가요”


박한결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조영훈 NC 퓨처스 타격코치는 “기질 자체가 그런 선수다. 큰 무대를 즐길 줄 알고, 1군 경기에 오히려 도파민이 막 쏟아지는 타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한결 본인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1군에선 언제 올지 모를 대타 상황을 기다려야 할 때도 많은데 어떠냐고 했더니 “한 타석만 집중해서 결과를 내면 영웅이 되는데 재미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23일 인천 SSG전 홈런은 임팩트가 컸다. 0-4로 끌려가던 4회초, 드류 앤더슨을 상대로 따라가는 2점 홈런을 쳤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그는 한동안 타구를 감상하고 훌쩍 방망이를 던졌다. 감정이 상한 앤더슨이 소리치며 불만을 표시해 그라운드에 한순간 긴장감이 조성됐다. 경기 후 선배들에게 ‘상대를 너무 자극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조 코치도 걱정스런 마음에 따로 문자를 보냈다.

박한결은 “상대를 자극할 생각은 정말 전혀 없었다. 사실 나도 어쩌다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4점 차로 끌려가던 상황이라 분위기를 좀 끌어 올려야 하겠다는 마음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연결을 시키든 해결을 하든 흐름을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까지 박한결은 퓨처스에서 타격 자세를 간결하게 수정하는데 애를 많이 썼다. 얼마 전까지 그는 전형적인 풀스윙 히터였다. 고교 무대에서는 그래도 괜찮았다. 어지간한 공은 다 때려냈고, 때리기만 하면 타구가 총알 같이 뻗었다. 하지만 프로와 고교야구가 같을 수는 없었다. 변화구에 약점을 노출했다.

조 코치는 스윙을 간결하게 줄여보자고 했다. 시도는 했지만 생전 안 해봤던 폼이다 보니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5월 어느 날 조 코치는 박한결과 면담을 했다. 박한결은 “저는 코치님 믿는다. 하라시는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해보고 안돼도 괜찮습니다. 군대 가면 됩니다.” 당시를 돌이키며 조 코치는 “그 말 듣고 ‘정말 대단한 애다’ 싶더라”고 웃었다.

NC 박한결이 지난달 23일 인천 SSG전 2점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롤 모델 아쿠냐 “저렇게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준비 자세에서 방망이 쥔 두 손의 톱 포지션을 좀 더 투수 쪽으로 당기고, 테이크백을 최대한 줄이는 식으로 폼을 바꿨다. 지금 박한결은 테이크백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기분으로 타격을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들어가도 타격 동작에서 테이크백은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이다. 레그킥 이후 스윙을 할 때도 상체가 먼저 쏠리지 않고, 하체부터 회전하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조 코치와 면담 다음 날인 지난 5월 8일, 박한결은 퓨처스리그 SSG전에서 4타수 4안타를 쳤다. 폼 수정 효과를 처음으로 체감했다.

박한결은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외야수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의 ‘광팬’이다. 고교 2학년 때인 2021년부터 MLB TV 결제를 하고 아쿠냐의 타격을 챙겨봤다. 박한결은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 그저 경이롭더라. 겁 없이 자기 플레이를 다 한다. 기술적인 것보다도 ‘내가 최고’라는 그런 아우라가 너무 멋있었다”고 했다.

아쿠냐를 너무 좋아해서 아쿠냐처럼 타격을 하고 싶었다. 조 코치에게 아쿠냐 타격 영상을 들이밀며 “이렇게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조 코치는 “그렇게 치려면 아쿠냐처럼 몸이 유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쿠냐의 폼을 똑같이 구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박한결은 아쿠냐의 폼을 벤치마킹했다. 폼 교정을 설득하기 위해 조 코치가 꺼내든 이름이 아쿠냐였다. 아쿠냐처럼 서서, 아쿠냐가 어떤 느낌으로 타격을 하는지부터 지켜보라고 했다. MLB에서 한 시즌 40홈런을 넘게 친 아쿠냐도 막상 힘으로만 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조 코치는 “워낙 아쿠냐를 좋아하는 친구라 어떻게 보면 일종의 미끼를 던졌던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한결은 데뷔 시즌인 지난해 18타석을 포함해 이날까지 통산 63타석만 경험한 신예다. 아직 가다듬을 부분이 많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만 놓고 보면 리그 전체에서 손꼽히는 유망주다. 일발 장타에 빠른 발을 갖췄다. 아직 표본은 적지만 장타율 0.683이라는 숫자는 분명 매력적이다. 박한결은 “일단 목표는 20홈런-20도루”라며 “치는 거하고 뛰는 게 제일 자신 있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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