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김용완 감독 “가치관에 따라 다른 해석과 오해, 당연히 할 수 있어” [EN:인터뷰②]

이민지 2024. 7. 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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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용완 감독 / 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6월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분)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분) 사이의 대결을 그린 드라마이다.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까지 이른바 '권력 3부작'으로 호평 받은 박경수 작가가 7년만에 집필한 야심작이다. 여기에 '방법'을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다음은 김용완 감독과의 인터뷰.

- 대사량과 비유가 많아서 영상화 할 때 연출적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 정말 힘들었다. 글로 너무 좋고 배우들도 좋은데 말로 뱉기에는 함의적인게 많고 한끗만 놓쳐도 맥락이 이상해질 수 있는 디테일이 있었다. 배우들과 그런 부분을 맞춰나가기가 어려웠다. 신을 찍을 때마다 한국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느낌이다. 난 그 세대가 아니다.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그 세대 배우들조차도 이 작품의 여러가지 함의를 공부하신 것 같다. 그 표현과 디테일을 살려야 하는데 자칫 오해받을 수 있으니까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워낙 베테랑들이셔서 현장에서 헷갈려 힘든 건 없었던 것 같다. 이미지적으로는 작가님이 많이 열려계셨다. 의도만 많다면 로케이션이나 소품에 많이 열려있어서 믿어주셨다. 기존에 있는, 알고 있는 공간들이 많이 나오니까 그 안에서 조금은 다른 걸 찾아야 했다. 그런 걸 미술감독님과 이야기 하며 약간의 변주를 찾아가자 했다. 그런게 신의 목적에서는 어긋나면 안 돼서 정도를 찾아가는게 중요했다. 중요한 소품이 많이 나온다. 독극물 병은 국회의사당 같이 디자인하자 했다. 숨은 재미들이지 않을까 해서 고민했다. 전반적으로 과도하게 해서 작가님의 글을 해치는게 없게 하는게 숙제였다. 도드라지지 않게 하려 했다.

- 말한대로 정치 소재의 드라마는 의도를 오해받을 수 있는 부분들도 있다.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 같은데 ▲ 작가님도 그런 부분을 당연히 고민 많이 하셨을거다. 본인이 쓰시면서도 곡해되지 않게 정제해서 쓰셨고 나도 그렇게 찍었다.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현대사회에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누군가가 연상 될 수도 있고 사람마다 경험한 백그라운드가 다 다르니까. 의도한게 없지만 그건 시청자들의 몫이지 않을까 싶다. 가치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오히려 그게 작품으로 본다면, 좋은 작품은 여러가지 해석이 있어야 좋다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열려있어서 가치있다 생각한다. 오해도 당연히 할 수 있다. 우리 작가님은 정말 용기있는 글을 쓰시고 나는 소심한 연출자다. 서로 그런 부분에서 정제를 많이 한 것 같다.

- '대통령 시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주목 받았다 ▲ 사실 예고편이 너무 잘나와서 재밌게 봤다. 소름이 끼치더라. 업체와 홍보팀에 감사하다. (웃음) 우리가 뭘 만들면 제일 중요한건 화제성이다. 사람들이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것들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있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작품을 보면 해소될거라 생각했다. 작품을 완성한 감독으로서 가지고 있는 확신이었다. 시청자분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으실거라 생각했다. 많이만 봐주셨으면 좋겠다 했다.

- 공개 후 배우들의 반응은 어떤가 ▲ 너무 좋아하신다. 본인들도 궁금한 작품이었으니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워하시더라. 작가님의 글에서 내가 명작이라고 생각했던 부분, 누가 어느 시기에 봐도 좋은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 있어서 배우분들이 만족해하셨다. 본인들도 주변에서 그렇게 이야기 들었다고 하더라.

- 잘 만든 정치드라마가 뭐라고 생각하나 ▲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 없다 생각한다. 정치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하는 드라마,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라면 잘 만든 정치드라마 아닐까. 난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다 생각한다. 우리 작품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장르적인 재미를 가지고 들어왔다가 끝나고 나서 '좋은 정치란 뭘까. 신념이란 뭘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런 면에서 좋은 정치드라마라 생각한다.

- 작품을 맡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 첫번째는 대본이 재밌었다. 의미가 좋은 대본은 많지만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 대본은 재밌었고 왜 재밌지 고민하고 내가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일까' 했는데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이 작품을 통해 신념을 가진 인물들이 각자의 신념 때문에 괴물이 되고 악마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 고전소설을 읽었을 때의 짜릿함이 있었다. 시청자들에게도 인생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우리 아이가 나중에 봐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 대본을 보며 짜릿했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 너무 많다. 매회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대사도 명대사가 정말 많다. 토론회에서 박동호가 '저는 개혁을 개혁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말이 아이러니하게 재밌었다. 어떻게 보면 작품의 맥과 닿아있지 않나 싶어서 인상적이었다. 장일준에게 박동호가 '이길거다. 당신이 만드는 미래가 역사가 되면 안 되니까'라는 말도 좋았다. 나의 가치관과도 많이 닿아있었다. 사람으로서 불의를 봤을 때 잘 그러지 못하는 인간이다 보니 더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만드는 무언가가 세상에 좋은게 되어야 하는데 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장면 중에 좋았던 건 박동호가 정수진에게 기도실에서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뒤에 십자가가 있다. 박동호가 정수진에게 너를 잡겠다고 선언하겠다고 하는데 그런게 이미지적으로 기억에 남았다. 박동호의 태극기가 불타는 엔딩도 마음 아프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나는 박동호의 죽음보다 불타는 태극기가 이미지적으로는 그랬다.

- 애정을 가지고 신경 써서 연출한 신이 있다면? ▲ 정수진이 한민호(이해영 분)와 싸우는 장면이 있다. 한민호의 울분이 터지는 장면이 있었다. 이해영 배우의 눈이 슬프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이지만 주인공에게 큰 역할을 하는 캐릭터이다. 이해영 배우가 감정이 터져나오고 '나 한민호야'하는데 정수진이 '우리가 박동호여야 했어'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지금도 소름 끼친다. 그 연기가 너무 가슴 아팠다. 정수진의 눈물 한민호의 울분이 내가 겪지 못한 현대사의 슬픈 운명 같았다. 설경구 선배님 '박하사탕'을 너무 좋아해서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때의 감정과 슬픔이 그들에게 보였다. 그 신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해영 배우가 정말 좋은 배우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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