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김용완 감독 “설경구X김희애 캐스팅, 나에겐 로또 같았다” [EN:인터뷰①]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6월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분)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분) 사이의 대결을 그린 드라마이다.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까지 이른바 '권력 3부작'으로 호평 받은 박경수 작가가 7년만에 집필한 야심작이다. 여기에 '방법'을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다음은 김용완 감독과의 인터뷰.

- '돌풍'을 공개 소감은? ▲ 너무 떨리고 오픈 후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는데 반응들을 살펴볼 용기는 안나서 힐끔힐끔 보고 있다. (웃음) 전반적으로 좋은 평이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평이 있나 ▲ 아무래도 작가님 작품이 오랜만에 나온거다. 작가님 작품을 기다렸던 팬분들이 기대했던 부분을 충족했다는 평이 많더라. 그게 굉장히 기분 좋다. 설경구 선배님도 드라마를 처음 하시는거다. 누군가가 오랜만에 복귀하시고, 처음 도전하시는 장르에서 좋은 평가가 있었다는게 나에게 굉장히 기분 좋았다.

-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 원래 김희애 배우님이 먼저 캐스팅 됐다. 희애 선배님이 이 대본을 너무너무 사랑하신다. 박동호라는 역할이 중요한 캐스팅이었다. 설경구 선배님께 대본을 전달해주신 것도 희애 선배님이었다. 나에게는 희애 선배님이 은인이다. 이 대본이 너무 좋아서 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박동호인데 힘써주셔서 감사했다. 그 분의 안목이 대단하다 생각한다. 김홍파 배우님, 김미숙 배우님 등 개인적으로 연기 구멍이 없다 생각한다. 그분들의 역량과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연출로서 이 작품에서 배운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 인간으로서 '저렇게 살면 좋겠다'는 걸 많이 배운 것 같다. 캐스팅이 나에게는 로또 당첨이었다. (웃음)

- 설경구의 첫 드라마인데 현장에서 어땠나 ▲ 나도 영화를 하다 드라마를 한지 얼마 안된다. 초반에 내가 느꼈던 부분을 비슷하게 고민하셨던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점을 이해하지만 사실 사람이 하는거라 다 똑같다고 분위기를 만드니까 오히려 선배님이 즐기시더라. 신나서 하신 것 같다. 아무래도 현장에서도 기세가 중요하다. 배우분들이 '이 현장이 내 공간이고, 내가 편하게 할 수 있다'라는게 중요한데 스스로 그런 걸 만드시더라. 본인도 편하게 만들고 주변도 편하게 하셨다. 적응이 빠르시다. 난 3년 지나도 적응이 안 되는데 나보다 빠르시다 생각했다.

- 김희애는 어떻게 캐스팅 됐나 ▲ 김희애 선배님은 내가 연출을 맡기 전 먼저 회사에서 접촉했다. 그것만으로도 설��다. '이렇게 좋은 대본에 주연이 김희애야?' 했다. 김희애 배우 말고 다른 분은 사실 생각이 안난다.

- 설경구의 '박하사탕'을 보고 영화를 꿈꿨다고 했는데 ▲ 그 시기 영화를 한 사람들의 설경구와 '박하사탕'은 우상이었다. 언젠가 작품으로 만나면 좋겠다 .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만난게 너무 신기하다. 설경구 배우님이 하시겠다고 하자마자 놀랐다. 지금도 꿈인가 싶을 정도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1년 넘게 같이 하다보니까 이 사람은 수줍고 천상 배우다. 소탈한 형님 같은데 우상이었던 사람이 현실로 내 주변에 있는 아티스트가 됐다는 것에 대한 동지의식이 있다. 이 사람과 같이 하는 반열에 올랐다는게 영광스럽다.

- 김희애와의 호흡은 어땠나 ▲ 이 대본을 제일 사랑하는건 희애 선배님이라 생각한다. 준비를 너무나 많이 철저히 하셨다. 대사량이 제일 많은데 NG가 하나도 없었다. '이런 OK'가 있어서 '저런 OK'가 있어서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하는 재미가 있었다. 워낙 대선배라 처음엔 겁났는데 오히려 '이렇게 하는게 더 재밌냐. 이게 더 좋냐'면서 열려계시더라. 이렇게 오픈 마인드로 감독과 의견을 나누면서 만들어간다는게 충격이었다. 그녀는 이 작품을 정말 사랑하고 그게 느껴진다. 그래서 동지의식이 있었다. 정수진이란 캐릭터도 엔딩을 몰랐는데 선배님이 워낙 버라이어티하게 연기해주셨다. 정수진의 과거가 많다. 박동호보다는 정수진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많이 나온다. 정수진의 선택을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 아파한다 생각한다. 작가님이 정수진을 가장 애정하셨다. 스스로에 대한 반추와 반성은 다 정수진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면을 선배님이 디테일하게 살려주셨다. 단순한 악역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깊이감은 김희애라는 배우에게 느낄 수 있는 기대치였던 것 같다.

- 김미숙이 연기한 최연숙도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 김미숙 배우님은 똑같다. 우아하시고 기품 있으시고 따뜻하다. 두 인물이 굉장한 포스가 있는데 그 사이에서 중심 잡고 묵직하게 끌고 가신다. 잘못하면 싸우기만 하는거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김미숙 선배님이 중심을 잡는다. 그만큼 중요한 캐릭터였다. 최연숙이란 캐릭터를 너무 힘 있게 잘 끌고 가셨다. 브리핑 장면이 많다. 박동호는 대통령이라 행동 범위가 적다. 그런 걸 대신할 수 있는 장면은 최연숙, 서정연(임세미 분)이다. 그 밸런스를 너무 잘 잡아주셨다. 박동호가 집무실에서 얼마나 답답했겠냐. 박동호가 대통령 출마할 때 최연숙에게 같이 가자고 이야기 하면서 손내미는데 짜릿하더라. 그만큼 강렬한 캐릭터를 미숙 선배님이 잘 해주셨다.

뉴스엔 이민지 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