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시청 공무원, 수상 소식 날 ‘참변’···기뻐했어야 할 가족들 눈물바다[시청역 돌진 사고]

오동욱·이예슬·김송이 기자 2024. 7. 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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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앞 차량 돌진 사고
서울시 행정국 김인병 팀장 참변
사고 당일 우수팀·협업상에 뽑혀
38세금징수과 근무…TV 출연도
지난 1일 밤 역주행 교통사고가 발생해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 2일 시민이 놓고 간 국화꽃이 놓여있다. 정효진 기자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사고로 숨진 희생자 9명은 서울 영등포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에 분산돼 안치됐다. 희생자 유족과 지인들은 2일 눈물을 흘리며 빈소를 지켰다. 희생자 9명 가운데 4명은 한 회사에서 근무한 직장 동료였고, 2명은 서울시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행정국 청사운영1팀장 김인병씨(52)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안치됐다. 김씨의 빈소에선 울음이 흘러나왔고, 검은 상복 차림의 김씨 유족들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빈소를 드나들었다.

김씨 유족들은 경북 안동에서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이 전기불도 들지 않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 자수성가한 인물이라 했다. 중학생 때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하던 중 차 사고로 한쪽 눈을 잃고 한쪽 팔을 못 쓰는 장애를 얻었지만 공직에 몸담으며 성실한 삶을 살아왔다고 했다. 김씨의 큰형 김윤병씨(68)는 “내일모레가 어머니 제사인데 내려올 수 있냐고 전화했더니 안 받더라”며 “형으로서 도와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셋째 형(57)은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동생의 방송 인터뷰 영상을 내밀었다. 그는 “형제가 모두 공직사회에 있었는데 특히 동생은 더 열심히 일했다”며 “자랑스러운 동생”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사고로 사망한 김인병씨(52)의 생전 영상을 셋째 형 김모씨(57)가 내보이고 있다. 유족 제공

김씨는 9급 세무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김씨는 탈세 추적이 주임무인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서 근무하며 성과를 올려 TV에도 자주 출연했다. 김씨는 1년 전부터 청사운영팀에서 근무했는데 사고 당일 그가 속한 팀이 서울광장 야외도서관 조성 공로를 인정받아 ‘동행 매력 협업상’에 뽑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지인들은 “공직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사람” “어려움을 나누면 늘 친구들을 격려하고 좋은 얘기를 해주는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김씨와 함께 서울시청에서 근무했던 윤모씨(30)도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윤씨가 일했던 부서 팀장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조문하고 “조용하고 책임감이 강한, 앞길이 기대되는 직원이었다”라며 “밝게 생활하고 화합을 잘해 대인관계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시청역 인근에 본사를 둔 은행 직원 4명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중 1명은 사고 날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의 승진과 인사발령을 기념해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이모씨(54)의 노모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빈소에서 절규했다. 보행기를 끌고 아들의 장례식장을 찾은 노모는 가슴을 두드리며 “○○야, ○○야, 거기서 나와라. 거기 앉아있으면 어떡하니. 엄마 보게 좀 나와라. 내가 먼저 가야지, 엄마가 어떻게 살라고”라고 통곡했다.

같은 은행에서 근무했던 이모씨(52)가 안치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유가족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은행 부지점장인 이씨는 두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이씨의 삼촌 내외는 “너무 착하고 성실한 조카였고 같이 살았었다”면서 “말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 B씨는 “동선만 달랐지 함께 퇴근했다”면서 “어제 나는 먼저 가고 그 친구들은 담배를 태우러 가면서 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착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 유가족 대기실이 마련돼있다. 이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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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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