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 공군력 맞먹는 ‘떠다니는 요새’… 1척 제조비용만 48조원[10문10답]
영화 ‘탑건’ 촬영지 루스벨트호
항공기 80대·요원 5700명 실어
美, 전세계 23척 중 11척 보유
1척당 年유지비 최대 5000억원
핵추진 항모, 20년간 동력 공급
작전기간·반경 획기적으로 향상
中, 2035년까지 6척 보유 계획
韓선 찬반논란 속 개발 지연 중
정충신 선임기자,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한국과 미국, 일본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3국의 첫 다영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를 실시한 가운데, 미 해군이 훈련에 참가한 제9항모강습단 소속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71) 함재기의 훈련 장면을 지난달 말 공개했다. 루스벨트호는 2022년 국내 개봉된 영화 ‘탑건: 매버릭’의 하이라이트인 이·착함 장면의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당시 주연배우 톰 크루즈는 직접 이착륙 장면을 찍기 위해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서 F/A-18 슈퍼호닛 전투기에 탑승해 화제가 됐다. 지난달 25일 루스벨트호에 승선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국의 협력은 한·미 동맹과 함께 또 하나의 강력한 억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한·미 동맹은 그 어떠한 적도 물리쳐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모함의 등장은 전 세계 해군 역사를 바꿔 놓았다. 항공기를 탑재하고 이착륙시키는 항공모함은 이동성과 확장성 면에서 과거 해군의 전투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하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이든 투입이 가능하고 항공기·헬기 등 다양한 군사적 자원을 탑재할 수 있어 항모 보유 수만으로 그 나라 군사력은 높게 평가받는다. ‘떠다니는 군사기지’ 항공모함의 세계를 10문10답을 통해 살펴본다.
1.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제원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71)는 미국 해군의 4번째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미국의 26대 대통령이자 해군력 증강을 추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를 기리기 위해 명명됐다. 1981년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 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84년 진수돼 1986년 취역했으며 1991년 걸프전 당시 첫 번째 작전을 수행했다. 전장 332.8m, 전폭 76.8m에 만재 배수량이 10만1300t에 달해 20∼24층 건물을 눕혀 놓은 것과 맞먹는다. 웨스팅하우스사에서 건조한 A4W 원자로 2기와 증기터빈 4기를 장착해 최대출력 194㎿ 전력을 생산하고 지름 7.6m, 무게 30t에 달하는 4개 프로펠러를 돌려 최대 30노트(약 시속 56㎞) 이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최대 80대 이상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지만 전시가 아닌 평시 작전·훈련 등에는 보통 64대 안팎이 배치된다.
2. 루스벨트호 승조원 수와 구성은
루스벨트호를 비롯한 니미츠급 항모에 탑승하는 전체 승조원은 5700명 안팎이다. 이 가운데 2500명은 항모에 탑재된 비행단에 소속돼 있고 실제 항모를 운영하는 승조원은 3200명가량이다. 승조원 구성은 전체 인원의 40%가 비행단 등에 소속된 전투요원이며 기관실·함교·조타실 등에서 근무하는 기관요원이 5%, 항모 갑판에서 함재기 이착륙을 책임지는 갑판요원이 15% 등을 차지한다. 여기에 더해 무장관리·정비·총포·연료 등을 책임지는 지원요원이 약 20%를 구성하며 보급·취사·시설관리·청소 등을 맡는 병참요원이 나머지 20%가량이다. 함재기를 운용하는 특성상 전투요원들은 대부분 장교로 구성되지만 나머지 요원들은 부사관이나 사병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3. 미 항모 핵추진 사용 이유
루스벨트호를 포함해 현재 미군이 운용 중인 니미츠급 항모 10척과 차세대 항모인 제럴드 포드급 항모는 모두 핵추진 항모다. 핵추진 항모는 한번 연료를 탑재하면 20년간 별도 보급 없이 동력을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어 작전 기간·반경이 넓다. A2W 8기를 탑재한 세계 첫 핵항모 엔터프라이즈호(CVN-65)는 취역 후 3번째 전개인 1964년에 무보급으로 65일 동안 지구 한 바퀴를 돌기도 했다. 반면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재래식 항모는 수시로 급유가 필요한데 중국 푸젠(福建)호의 경우 추가 연료를 공급받지 않으면 작전 기간이 10일 전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엔터프라이즈호의 높은 건조비에 놀라 후속 항모 2척을 재래식 항모로 회귀했다가 니미츠호(CVN-68) 이후 모든 항모에 핵추진 방식을 채택한 것은 비교 불가능한 작전 전개능력 때문이라는 평가다.
4. 항모 전단은 어떻게 구성되나
항모는 웬만한 국가의 전체 공군력과 맞먹는 함재기를 탑재해 전 세계 전쟁·분쟁지역에 전력을 투사할 수 있다. 다만 항모 자체는 항공 전력 운용에 집중하기 때문에 크기·배수량에 비해 자체무장은 빈약하다. 또 대체 불가능한 공격력을 지닌 전략자산이지만 비대칭적인 취약한 방어능력으로 자칫 적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에 따라 항모를 상대의 미사일·어뢰·항공기·잠수함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항모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전함과 보급함 등으로 구성된 흔히 항모전단이라 부르는 항모공격그룹(CSG)을 구성한다. 항모전단에는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SSN) 1∼2척을 비롯해 방공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순양함·호위함 등 전투함 4∼6척, 이들을 지휘하는 군수지원함 등이 포함된다. 이동 시에는 SSN이 맨 앞과 뒤에서 수중기동하며 적 함정·잠수함을 탐색하고 전투함들이 항공모함을 에워싸는 형태로 항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5. 항모의 전투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세계 각국은 자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고 해양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항공모함은 뛰어난 기동력과 화력을 겸비해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무기 시스템 중 하나다. 항공모함은 해상 및 공중에서의 전투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축구장 3배 크기의 비행갑판을 갖춘 루스벨트호 갑판에는 해군 전투기 FA-18 슈퍼호닛, 공중 조기경보기, 헬기 등 총 8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고 승조원 수만 5700명에 달한다. 웬만한 나라의 공군력과 맞먹는 규모다. 항모는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전투 항해 때는 항모타격단을 만들어 움직이는데, 우선 순항미사일을 발사, 전략 타격지(대지공격)의 기능을 방해하거나 초토화하고, 지상부대 상륙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가 출격해서 주요 전략, 지상부대를 타격한다. 이때 항모의 타격단 구성은 항모 1척에 원자력 잠수함 2∼3척, 항모를 호위하는 순양함 2∼3척, 구축함 3∼4척, 고속전투지원함 1척이다. 항모를 중심으로 바다 밑은 잠수함이, 부근에는 순양함과 구축함이 사방을 방어한다. 때로는 항모 3∼4척이 타격단을 꾸릴 때도 있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요새나 군사도시에 비견된다. 9만t 이상 니미츠급 항모 1척에 약 8개 기종 70∼100대 함재기가 실려있다.
6. 항모용 해군 전투기와 육·공군 전투기 차이는
미국 항공모함 함재기는 미 해군 항공단 소속이다. 고정된 공군 전투기지의 육군과 공군 전투기는 적의 선제공격 시 타깃이 되기 쉽다. 하지만 항모의 함재기는 바다를 항해하는 데다 이지스함과 잠수함 등 각종 레이더망과 요격수단을 통해 공군·육군기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습공격 위험을 회피하기 용이하다. 미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F-35A는 공군용이지만 해병대용 수직이착륙기 F-35B와 해군용 F-35C는 항모에 탑재 가능하다. 함재기의 베테랑은 전투를 잘하는 것보다 착륙을 잘하는 사람이다. 공군 조종사들이 이 때문에 해군 조종사로 옮겨오고 싶어 한다고 한다. 항모의 구조 역시 전투기가 뜨고 내리기 쉽게 갑판을 디자인한다. 함재기(전투기)가 뜨고 내리도록 하는 보조동력장치인 캐터펄트(사출기)도 있다. 또 프로펠러에서 제트기, 수직 이륙기까지 주력 전투기가 계속 개발·변화하면서 이에 맞춰 항모의 모습도 바뀐다.
7. 항모 함장은 누가 맡나
미군의 경우 5000명이 넘는 승조원을 태우고 척당 가격이 약 7조5000억 원, 연간 유지비만 3000억∼5000억 원에 달하는 항모 함장은 예상과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대령 계급이 맡는다. 동시에 항모에 배속된 항공단 지휘관 역시 대령급이다. 항모 운항을 책임지는 지휘관과 항모 비행단 지휘관이 별개로 각각 독립된 권한을 행사하며 상대에 대한 명령권은 없다. 대신 항모를 비롯해 다른 전투함과 잠수함 등 항모전단 전체를 총괄·책임지는 항모전단장은 소장이나 준장이 맡는다. 미 해군에서 항모 함장이 되려면 항공기 조종사 출신이어야 하는데 항모 지휘에 무엇보다 항공작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함정 조종이나 항해에 대한 지식·경험도 필요하므로 함장이 되기 전 보급함 등 대형 수상함에서 부함장으로 일하면서 관련 지식·기술을 배우도록 한다.
8. 미국 항모는 어떻게 운용하고 있나
미국은 2012년 12월 세계 최초의 핵추진항모 엔터프라이즈(CVN-65)가 52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퇴역했으며, 신형 항모 제럴드 포드호가 추가돼 총 11개 항모전단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니미츠급 핵항모는 1975년에 취역한 니미츠호(CVN-68)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퇴역하는데 해체 비용만 척당 7억5000만 달러에서 9억 달러다. 재래식 추진 잠수함의 경우 해체비용은 5000만 달러다. 니미츠급 항모는 대규모 창정비(RCOH)에만 3년 6개월, 26억 달러가 소요된다. 핵반응로 연료를 재충전하기 위해 선체를 절단하고, 2300여 개 격실과 비행갑판, 사출기, 전투체계 및 함교 등 수백 개의 시스템에 대한 현대화가 이뤄진다.
9. 항모 건조 및 운용 비용은
항공모함의 건조 비용은 대략 7조 원이다. 이 때문에 국가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항공모함 보유는 사실상 힘들다. 이는 세계에서 항모를 보유한 국가가 10개국에 불과하다는 말로 설명이 될 듯하다. 항모를 가진다는 것은 해군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마치 이순신의 귀선(거북선)처럼, 항공모함은 바다 위에 떠 있는 괴력을 가진 성과 같다. 제럴드 포드호는 니미츠급 항모 기본 설계를 그대로 반영한 미국 해군의 11번째 핵 항모다. 새로운 첨단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건조 비용이 니미츠급 후기함인 조지 부시(CVN-77)의 2배 이상인 130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한다. 개발비를 포함하면 전체 제조 비용으로 430억 달러(48조 원)가 투입됐다. 우리나라 연간 국방비와 맞먹는 액수다. 운용 수명을 50년으로 설정해 설계하고 원자로의 수명 역시 50년으로 증가시켜 운용 및 유지비용 측면에서 니미츠급보다 유리하다.
10. 한국 등 전 세계 주요국 항모 수준은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최근까지 세계 최강의 항모 전력을 유지해왔다. 한·미·일 합동훈련으로 가끔 미 항모가 한반도에 입항하기는 하지만, 세계 6위의 한국 군사력 규모를 감안하면 자체 항모가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전 세계 23척 중 미국이 11척으로 가장 많다. 니미츠급 10번 함인 조지 부시호는 2009년 1월 10일 취역했다. 또 이탈리아와 영국·일본이 각각 2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페인, 러시아, 프랑스, 브라질, 인도, 태국 등이 각 1척씩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태국 항모는 사용하지 않는 상태다. 2022년 중국이 세 번째 항공모함을 취역함으로써 세계에서 두 번째 많은 항공모함 보유국이 됐다. 중국은 2035년까지 6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2019년 F-35B 스텔기를 탑재하는 항모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기존 헬기 탑재형 호위함 이즈모를 개조해 경함모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일본 등 주변국 항모 개발 경쟁과 북한 위협 등에 대비해 3만∼4만t급 경항모, 또는 7만t급 중항모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왔으나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북한 핵·미사일 대비 예산 우선 책정 등과도 맞물려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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