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주식 이민이 급증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 7. 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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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작년 7월부터 금년 6월 말까지 1년 동안 전 세계 주요 주식시장의 변동률은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TSMC에 힘입은 대만 가권지수가 35.7%로 상승률 1위를 차지했으며, 엔비디아가 속한 나스닥이 31.3%로 2위, 인도SENSEX 23.9, 일본 니케이 19.6, 다우지수 15.6, 독일DAX 14.1, 캐나다 10.7, 영국FTSE 9.0, 코스피 8.7, 스위스 7.4, 프랑스CAC 3.3, 그리고 사우디는 2.3% 상승했다. 반면에 중국 심천은 -18.7%로 가장 하락폭이 컸으며, 홍콩 항셍(-7.6%), 상하이(-7.5%), 코스닥(-3.1%)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비교적 규모가 적은 이머징 국가에서는 터키BIST가 85.4%, 베트남VN도 12.9% 올랐다. 최근 3개월간 동향을 보면, 대만, 나스닥, 인도는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은 부진한 모습이다.

비록 코스피가 최근에는 반짝 상승했지만, 2021년 6월 말 33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2024년 6월 30일 현재 2700대에 머물며 16%정도 지수가 떨어진 상태로, 지난 3년동안 길고 긴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은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3000선에 육박했으나,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현재 800대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자 개인투자자를 비롯해 국민연금도 국내주식보다는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이른바 '주식 이민'이 급증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도를 하고 있으며, 확보한 자금을 엔비디아 등 미국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도 최근 기금관리위원회에서 국내주식 비율을 금년 15.4%에서 내년에는 14.9%로 낮추고, 해외주식을 33.0%에서 35.9%로 늘리기로 했다.

참고로, 지난 10년간 국내증시 총수익률(배당 포함)은 연평균 5%로 미국(13%), 일본(11%), 대만(10%)보다 낮았다. 또한 최근 6개월간 국내에 상장된 해외 주식형 ETF의 평균수익률은 19.9%에 달했으나 국내 주식형은 4.14%로, 무려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익률의 차이를 고금리 장기화와 국내 대표기업들의 실적 부진, 중국 경기둔화 등을 주로 꼽는다. 거기에 낮은 주주환원율과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와 같은 제도적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동학개미들이 국내증시를 외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핵심적인 원인은 신기술 혁신과 산업구조 재편이 더디게 진행되는 등 국내 경제의 역동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미래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 있다.

금년 7월 1일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5개사는 마이크로소프트(4590조 원), 애플(4463조 원), 엔비디아(4200조 원), 구글(3119조 원), 아마존(2779조 원) 순이다. 모두 소위 '맨땅에 헤딩'하며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혁신기업들이다. 그러나 코스피 상위 10대 기업은 셀트리온을 제외하곤 모두 전통적인 대기업들이다. 세계 각국에서 혁신기업들이 쏟아지면서 증시 판도가 숨 가쁘게 뒤바뀌는 동안 한국은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의 등장없이 기존 대기업 위주의 '고인 물'이 증시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총 2578개(코스피 841, 코스닥 1737)이며, 전체 시가총액은 2692조 원이다. 글로벌 5대 혁신기업들은 모두 한국의 전체 시가총액보다 크다. 그만큼 국내시장은 굉장히 작고 열악하다는 뜻이다. 상장기업 숫자는 많지만 삼성전자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장기업이라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낮은 시가총액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나 테슬라 같이 엄청난 성장성을 지닌 혁신기업이 태어나기도 어려운 환경에다,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낮고 경기 민감형 산업이 많아서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매매를 해야 하지만, 시장에는 온갖 테마주와 단타 종목들이 활개를 치면서 한국 주식시장은 너무 어려운 시장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대학생부터 젊은 직장인, 어린 자녀를 둔 부모와 중년 세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개미들이 국내주식을 포기하고 미국주식을 비롯한 해외주식 공부에 열중하며,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주식 이민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특히 미국으로의 투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6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말 대비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모디 총리의 3연임 성공과 내수시장의 눈부신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에도 투자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금년 초 반짝 반등했지만 미국, 유럽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나 증시가 고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에서는 순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매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입버릇처럼 애기한다. 그러나 그러한 약속은 지켜진 적이 없다. 사실 의도적으로 주가를 올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몇 가지 정책으로 시장이 생각과 같이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도 않을뿐더러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치트키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이민자들이 늘어나자 최근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서 주가를 끌어 올리겠다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코스피지수나 나스닥지수, 다우지수를 분석해 보면, 주가를 움직인 핵심변수는 회사의 실적이었다. 상장사 실적에 따라 주가가 수렴해왔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한국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미국주식에만 투자하면 마치 떼돈을 벌 수 있을 거란 분위기가 팽배하다. 과거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어빙 피셔는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주식투자를 하여 큰 돈을 벌었다. 주식시장 최고의 전문가로 칭송을 받던 어느 날 한 세미나에서 그는 "미국 주식시장은 이제는 내려갈 수 없는 영원한 고원 지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사흘 뒤 주가는 '검은 화요일'로 불리는 대폭락을 맞았고, 대공황이 시작됐다. 그로 인해 경제학자로서 명성은 물론 재산까지 모두 날렸다. 피셔 교수는 주식투자 실패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런데 주식 이민이 왜 문제일까. 지난주 네이버웹툰이 성공적으로 미국증시에 상장했다. 쿠팡도 미국에 상장되어 있으며, 넥슨은 일본에 상장되어 있다. 야놀자도 현재 미국시장에 상장을 추진중이다. 우리나라 회사가 해외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모두 축하해주고 국민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해외에 상장한 이들 회사에 투자하면 주식 이민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상장도 막아야 한다는 것인가.

투자자들에게 애국심에 호소해서 한국주식을 사라고 할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일부 대형 AI 관련주를 제외하면, 미국 주식시장의 금년 상반기 상승률은 4%정도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8.4%로 2배이상 높다. 중요한 것은 미국주식, 한국주식이 아니고 좋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다.

결국 수익성이 높고 성장가능성이 큰 회사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많이 있어야 한다. 그럼 주식 이민을 가라고 해도 가지 않을 것이다. 한국판 엔비디아가 많이 나와야 한다. 혁신 생태계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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