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김인경’ 18년 걸린 ‘1000만 달러의 꿈’···한국 선수 8번째 돌파 기록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생애 상금 1000만 달러를 돌파한 8번째 한국 선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LPGA 유일의 ‘팀 대항전’인 다우 챔피언십에서 강혜지와 함께 공동 3위에 오른 김인경(36)이다.
LPGA 투어에 입문해 80번째 톱10 성적을 내면서 상금 9만 7812달러를 받은 김인경은 생애 상금을 1005만 4449달러로 늘렸다. 2007년 입문해 18년 만에 1000만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LPGA 투어 사상 26번째이고, 한국선수로는 8번째다. 생애 상금 1000만 달러를 넘은 한국 선수는 4위(1826만 달러) 박인비, 6위(1555만 달러) 양희영, 13위(1325만 달러) 김세영, 16위(1303만 달러) 고진영, 17위(1258만 달러) 박세리, 18위(1223만 달러) 유소연, 24위(1098만 달러) 최나연 그리고 26위 김인경 순으로 이어지게 됐다.
투어에 입문해 지금까지 308개 대회를 뛴 김인경이 1000만 달러의 꿈을 이루기까지 정말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인경은 박인비, 신지애, 김하늘, 이보미 등과 함께 1988년 ‘용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한국여자골프‘황금 세대’의 일원이었다.
김인경의 상금 사냥은 2007년 ‘루키 해’에 45만 4226달러(31위)를 획득하면서 시작됐다. 롱스 드러그스 챌린지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2008년에는 상금 순위가 22위(77만 3956달러)로 뛰었다.
김인경이 처음으로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한 것은 생애 두 번째 우승(LPGA 스테이트 팜 클래식)을 차지한 2009년이다. 123만 8396달러를 획득하고 상금랭킹 8위에 올랐다.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2010년에도 121만 67달러를 획득하고 상금랭킹 7위를 기록했다. 김인경의 전성기였다.
이즈음 김인경의 골프 인생에 평생 잊지 못할 아쉬운 장면이 나온다. 2012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일 18번 홀에서 30㎝ 퍼팅을 놓치면서 메이저 우승을 날려 버린 것이다. 그 사건 이후 김인경은 트라우마가 생긴 탓인지 한동안 우승 가뭄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도 2011년 88만 5952달러를 획득해 상금랭킹 11위에 올랐고 2012년에도 56만 1302달러를 벌어 상금랭킹 26위로 무난한 해를 보냈다.
2013년에는 준우승 두 번을 포함해 ‘톱5’에 다섯 차례나 들면서 112만 5389달러(7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2014년 48위(34만 9765달러), 2015년 54위(33만 9622달러)로 잠시 슬럼프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렇게 상금 사냥 속도가 더뎌질 무렵 그토록 기다리던 통산 4승 소식이 날아들었다. 2016년 9월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서 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그 우승 덕에 2016년 상금랭킹 29위(62만 8908달러)를 기록한 김인경은 2017년 ‘30㎝ 퍼팅 실수의 트라우마’를 벗어 버리고 제2 전성기를 맞이했다.
숍라이트 LPGA 클래식과 마라톤 클래식 그리고 메이저대회인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까지 3승을 거두면서 122만 7674달러(12위)를 획득했다. 통산 네 번째로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한 2017년은 마지막 불꽃을 태운 골프 인생의 정점이었다.
이후 2018년 50위(46만 644달러), 2019년 53위(40만 2109달러)로 버텼던 김인경은 2020년 147위(1만 1836달러), 2021년 122위(6만 9620달러), 2022년 105위(14만 5412달러), 2023년 158위(4만 5937달러) 등 상금랭킹 100위 밖 선수로 밀려 났다.
하지만 88년생 동갑내기 친구는 물론 후배들까지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은 김인경은 끝내 1000만 달러 돌파의 꿈을 이뤘다.
18년 그의 길은 지난하고 험난했지만 마땅히 박수 받아야 할 대단한 모험이었다.
오태식 기자 ot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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