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무더위 이겨내기

경기일보 2024. 7.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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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빨리 찾아왔다.

그보다 더 옛날에는 더위에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해졌다.

조선 선비들은 대나무로 만든 시원한 발과 등나무나 대나무로 만든 등거리 및 토시, 죽부인 등 다양한 여름 나기 물품으로 더위에 맞섰다.

요즘의 피서지는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단순히 더위를 쫓는 것 외에 더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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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빨리 찾아왔다. 이제 7월 초인데도 염천(炎天)의 열기가 일상을 뒤덮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여름은 무척 더울 거라고 한다. 지금이야 냉방시설이 잘 보급돼 피신할 곳이 많지만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보다는 선풍기에 의존해 버티는 경우가 많았다. 그보다 더 옛날에는 더위에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해졌다.

조선시대 왕들은 창덕궁 후원에서 수박과 참외를 즐겨 먹었고 얼음물에 꿀과 약재를 섞은 일종의 청량음료인 제호탕(醍醐湯)을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선비들은 대나무로 만든 시원한 발과 등나무나 대나무로 만든 등거리 및 토시, 죽부인 등 다양한 여름 나기 물품으로 더위에 맞섰다. 정약용은 다산시문집에서 피서법 여덟 가지를 소개했는데 ①친구들과 바둑 두기 ②밤나무숲에서 활 쏘기 ③강변 누각에서 투호놀이 ④그네 타기 ⑤연못에서 연꽃 바라보기 ⑥매미소리 듣기 ⑦비 오는 날 시 짓기 ⑧달밤에 물가에서 발 씻기 등이었다.

가까운 과거인 1960년대 언론에 소개된 명사들의 피서법도 각인각색이다. 작가 유주현은 “바위를 30자나 뚫어 만든 우물에서 길어 올린 얼음 같은 물을 대야에 퍼 담고 살며시 발을 담근다”, 학자 이숭녕은 “바람 잘 부는 정원나무 그늘 아래서 집필과 독서의 무아경 속에 심신을 내던진다”, 판사 나항윤은 “산에 올라 얼음 같은 골짜기 물에 발을 담그고 도시생활의 오염물을 씻는다” 등등이다.

지금은 고속철도가 대신하고 있지만 한여름에 운행하는 피서열차도 성황이었다. 경춘선 피서열차가 탑승 인원 과다로 연착하는 바람에 통행금지 시간에 서울에 닿은 승객들이 역사에서 밤을 새우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천해수욕장행 피서열차도 큰 인기였다고 한다. 이 시절 경기도의 대표적인 피서지는 어디였을까. ‘동쪽 기슭에 수목이 울창한 풍치절경의 계곡과 용문사·상원사 등 고찰과 폭포, 산책 코스가 있는 용문산’, ‘해당화가 만발한 백사장 길이 1.5㎞의 덕적도 서포리해수욕장’, ‘물이 맑고 송림이 울창하며 모래질이 우수한 을왕리해수욕장’, ‘울창한 숲과 남한강의 물이 좋고 포플러 숲이 절경인 신륵사’ 등이 유명했으며 이 밖에 남한산성, 수락산, 북한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피서지였다.

요즘의 피서지는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단순히 더위를 쫓는 것 외에 더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뮤지엄 관람 등 문화를 매개로 한 피서도 인기라고 한다. 이번 여름에는 멀리 가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경기도의 수려한 산과 바다, 그리고 문화유산에서 더위를 이겨내는 건 어떨까. 장담컨대 가볼 데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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