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이연섭 논설위원 2024. 7.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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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 고대 로마법의 원칙이다.

이는 1953년 제정한 형법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의 기원이 됐다.

그러자 박씨 부친이 "자금 관리를 내가 했다"며 친족상도례를 들고 나왔다.

친족상도례를 무조건 적용할게 아니라 죄질에 따라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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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 고대 로마법의 원칙이다. 이는 1953년 제정한 형법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의 기원이 됐다. 친족 간 도둑질, 곧 재산 범죄에 대한 특례 조항이다.

형법 제328조 1항은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의 사기·절도·횡령 등 재산 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했다. 2항에선 함께 살지 않는 친족이 재산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피해자가 고소해야 기소하는 친고죄 조항을 뒀다. 가정에서 재산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가가 개입하기보다는 가정 내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그런데 ‘친족상도례’로 인한 피해가 도를 넘고 있다. 법 제정 70년이 넘는 동안 가족공동체가 무너졌고, 1인 가구 증가 등 핵가족화가 심화됐다. 친·인척 간 교류도 많이 끊어졌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기엔 재산 범죄로 인한 피해가 많아졌다.

친족상도례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방송인 박수홍씨다. 박씨는 친형 부부가 10여년간 박씨의 출연료 등 거액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자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박씨 부친이 “자금 관리를 내가 했다”며 친족상도례를 들고 나왔다. 형제간이라도 동거하지 않으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자 제한이 없는 부친이 나섰다는 것이다. 법을 악용하려는 의도로 비쳐 논란이 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7일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친족상도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지적장애인이 부친 사망 후 함께 산 작은아버지 부부에게 2억원 이상의 돈을 빼앗겼음에도 검찰이 친족상도례상 ‘동거친족’으로 인정해 기소하지 않은 사건이 발단이 됐다.

헌재는 ‘일률적 형 면제’의 개선을 주문했다. 친족상도례를 무조건 적용할게 아니라 죄질에 따라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족이나 친족이라도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자기 재산에 가한 범죄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는 게 맞다. 전면 폐지론에 대해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개별 가정마다 입장과 기준이 다르므로 합리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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