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정창섭 전 경기도1부지사의 경기도 추억

김종구 주필 2024. 7.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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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섭씨는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다. 남양주 시장, 인천시 기획관리실장,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행안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오늘 ‘김종구 칼럼’은 그의 글 소개로 대신한다. 정 전 부지사가 개인 SNS에 올린 글이다. 고교 동문인 손의영 박사의 강의를 들은 소감을 적고 있다. 경기도 수도권 환승할인 사업 추진의 고뇌와 노력이 담겨 있다. 전재를 거듭 부탁해 양해를 얻었다. 원문의 내용과 형식을 가급적 그대로 옮긴다-

제목: 손의영 강의를 듣고 몇 가지 단상들

예타,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느냐의 경계가 예타 점수 1이다. 공직에 있을 때 예타의 고객으로서 1을 넘기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1이 넘도록 유무형의 압력을 넣은 장본인으로서 반성도 해 본다. 예타제도는 IMF가 터지면서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한 제도다. 나라 곳간이 텅텅 비게 되자 민간의 자본을 유치해서 공공사업에 참여시키는 민투사업이 시작됐고, 병행해 국가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타가 시작된 것이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사업이 대상이니 수도권에서의 웬만한 공공사업은 전부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97년 이후 인천 기조실장, 경기도 기조실장·부지사를 했다. 거의 모든 사업에 관여한 셈이다. 재정 여력이 있는 경기도에서도 예타는 무서운 허들이다. 그래서 손 교수가 예시한 사업들 중에 내 손때가 묻은 사업이 부지기수다. 99년, 인천시 기조실장 시절(2007.1~2000.1), 송도와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인천대교 건설부터 인연이 됐다. 그 시절 손 교수가 막후 실세임을 알지 못하고 열심히 청와대, 기재부, KDI 원장 등을 만나 로비하느라 바쁘게 보낸 시간들이 떠오른다.

정창섭 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개인 SNS 사진 중에서).

손 교수를 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김문수 지사 사무실이다. 당시 나는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1부지사(2002.1~2008.3)였다. 손학규 지사 시절에 논의가 시작된 수도권 지하철·버스 환승할인 제도 도입이 서울시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어 도지사에 취임한 김문수 지사는 제 1호 공약이 “뻥 뜷리는 교통”이었기에 수도권 환승할인 사업에 공격적이었다. 서울시는 경기도, 인천시가 더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며 좀처럼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경기도민이 서울에 드나드는 걸 억제하는 속내도 작용했다.

2006년 도지사 취임 후 첫 회의로 김문수 지사 사무실에서 교통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청취하는 회의가 소집됐다. 당시 브리핑을 손 교수가 했고, ‘저 친구가 서울고 동기’라고 엔지니어 회사에 다니던 동창이 귀띔을 해줘서 알게 됐다. 손 교수는 수도권 거주자의 교통량의 흐름을 계량화해서 보고했고, 그 숫자에 의해 서울·인천·경기가 분담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경기도가 환승할인 손실보전금 1천억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김 지사는 손 교수의 교통량 통계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경기도가 더 부담하자는 양보안을 만들라고 부지사인 내게 특명을 내렸다. 양보안을 가지고 서울시를 설득해 드디어 2007년 7월1일부터 환승할인 제도가 도입되게 됐다. 이로부터 경기도와 서울 시내버스(좌석, 직행좌석·광역버스 제외)와 마을버스·수도권 전철 간 환승 할인 및 거리비례요금을 적용하게 됐고, 2008년 9월20일부터 좌석, 직행좌석·광역버스도 환승할인 혜택을 받게 됐다.

교통수요자 각자의 부담을 도의 재정인 세금으로 일정 부분 보전해 주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민의 입장에서는 큰 혜택을 받게 된 중요한 정책임은 분명하다. 오늘도 경로우대 교통카드로 ‘우정포럼’에 왔다. 은퇴 후에 교통비 부담 없이 우정 둘레, 역사 탐방 등 수도권의 명소들을 다닐 수 있는 것도 2006년 손 교수의 김문수 지사실 브리핑이 단초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퇴직을 했고, 모든 건 과거로 남았다. 경기도를 추억하게 해준 ‘의영’이가 고맙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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